모래시계가 된 위안부 할머니 (문고판) 네버엔딩스토리 19
이규희 지음 / 네버엔딩스토리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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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역사와 관련하여 아이들을 위한 동화를 쓰고 계신 이규희 작가의 글이어서 참 반가웠다. 몇 해전 모출판사에서 있었던 작가와의 만남에서 뵌 이규희 작가는 고운 미소와 활달한 모습으로 우리 역사에 특별한 관심(애정?)을 가진 듯했었다. 이미 여러 편의 역사관련 동화를 쓰신 터라 작품을 쓰면서 있었던 에피소드 몇 가지도 들려주었던 기억이 어렴풋하게 떠올랐다. 

단종의 이야기를 담은 <어린 임금의 눈물>이나 종군위안부를 소재로 한 <두 할머니의 비밀>과 같은 작품은 여러 차례 영월과 경기도 광주에 있는 '나눔의 집'을 수차례 방문하고 또 답사하면서 쓰느라 여러모로 힘도 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컸다고 했었다.
그래서인지 이 책 역시 아이들에게 꼭 들려주고픈 작가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올해는 일제의 침략으로 국권을 빼앗긴지 꼭 100년이 되는 해여서 일제로 인해 우리 민족이 당한 고통은 해방을 맞이한 1945년까지의 35년 동안뿐만 아니라 그 이후 우리의 역사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와 정치, 사상 등 구석구석에 이르기까지 그 영향(폐해?)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어떤 방법으로든 일제의 통치에서 벗어나 독립 국가를 이루긴 했지만 자주적이고 능동적인 근대화의 기회를 영원히 상실한 우리에겐 그 어떤 것으로도 보상받을 수 없는 피해를 당한 셈이다.
명확한 증거로, 이후 정치적, 이념적 갈등으로 민족이 갈라서는 전쟁의 아픔이 오늘날까지도 계속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더욱더 큰 민족의 아픔은 일제의 통치기간 동안 나라를 잃은 우리 민족이 당해야 했던 온갖 시련이 아니었을까...... 말과 글은 물론 이름마저도 빼앗기고 자유는커녕 온갖 차별과 인간으로서는 차마 할 수도 또 해서도 안되는 일까지도 서슴지 않았던 일본.
일본 제국주의의 대륙침탈의 야욕에 강제 동원되어 전쟁터로 나가야 했던 힘없는 우리 민족. 그 속에는 채 피어나지도 못한 꽃봉오리같은 어린 소녀들이 목적지도 모른 채 끌려가야 했었다고 역사는 말하고 있다. 

주인공 은비를 통해, 충남 서천군 판교면 만덕리 선풍 58번지가 고향이라는 황금주 할머니의 이야기는 바로 치욕과 아픔이 점철된 우리의 역사였다. 나라를 잃고 막무가내로 당해야 했던 치욕스러운 상처는 나라를 되찾은 이후에도 치유받지 못한 채 고스란히 개개인의 아픔으로 남아있다. 이야기 속의 황금주 할머니를 비롯한 위안부 할머니들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현실에서도 대다수의 위안부들이 부모형제를 찾아가지도 못한 채 그리운 고향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고 있다는 뉴스가 간간이 들려오기도 한다. 또 한 달에 한 번씩 일본에 항의하는 집회도 열린다고......
그러나, 정작 일본이나 우리 정부는 정치적인 이유에서인지는 몰라도 그다지 적극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려는 모양새가 아니다. 그저 한 번씩 관심을 보이는 정도라고나 할까.... 

'일제에 강제 징용되어 일본군의 성욕 해결의 대상이 된 한국, 대만 및 일본 여성을 이르는 말'이라고 사전에 정의된 (일본군)위안부는 어쩌면 다른 어떤 것보다 우선하여 적극적으로 치유(보상, 사과)받아야 할 역사가 아니까 싶다.
이미 많은 시간이 흐른 탓에 위안부였던 소녀들이 호호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하나둘 세상을 떠나고 있으니 말이다. 

작은 아파트 베란다 한 켠에서 자식들을 돌보듯 꽃을 키우며, 꽃을 보면 자신이 다시 꽃다운 처녀가 된 것 같다던 황금주 할머니가 같은 처지의 위안부 할머니들이 하나둘 세상을 떠나는 것을 보며 그 충격탓인지 정신이 오락가락하는 모습엔 가슴이 뭉클해져왔다. '아, 그렇게 허망하게 가시면 안되는데, 이대로는 안되는데....'하는 안타까움과 함께. 

일본은 아직도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합당한 보상은커녕 제대로된 사과조차 하지 않고 있다. 위안부 할머니는 개인의 억울한 이야기가 아니라 힘없던 나라로 인해 어쩔 수없이 당해야 했던 가슴아픈 우리 역사의 상처라는 생각에 이제는 온국민이 함께 치유에 나서야 함을 생각해 본다. 

한 가지, 어린 독자들에게 당시 위안부 소녀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을 이해시키기 위해 은비에게 닥친 일(검은 그림자 사건, 31쪽)을 그리고 있지만, 그다지 설득적으로 와닿지 않는다고 할까... 요즘 한창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어린이성폭력(성추행)이 그 자체로 너무 큰 문제여서 일까?
아무튼, 은비가 겪은 성추행(?)과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것과는 간극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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