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할아버지의 6.25 바우솔 작은 어린이 14
이규희 지음, 시은경 그림 / 바우솔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어느 해보다 무더위를 실감하는 요즘이다. 연이은 폭염이니 불볕더위로 집밖 외출마저도 꺼려지고 집안에서도 선풍기 바람이 그 무엇보다 반갑기만 하다.
그래서인지 무더위를 식혀줄 납량특집 드라마가 간절하기만 하다. TV를 방출한 이래 살짝 후회가 밀려온다고나 할까... 

마음같아서는 커다란 TV가 있는 가까운 찜질방에라도 가고픈데, 얼마전 찜질방의 비위생적인 기사가 생각나 그것마저도 쉽지가 않다. 하긴, 여태껏 찜질방에 가본 경험(?)이라고는 고작해야 두세 번에 불과한 것이 공간과 열기에 대한 '답답함'이지만 말이다.  

돌이켜보면, 어린시절 여름철의 시원함을 느끼게 해주던 것은 다름아닌 '전설의 고향'이나 '구미호'같은 TV드라마가 아니었을까??
무엇보다 일단 방영시간이 심야인데다 섬뜩한 분장을 한 귀신들이 출현하니 절로 이불을 끌어당기게 된다. 오금이 저려 다시는 안 봐야지...하면서도 다음날이면 어김없이 TV채널을 돌리던 기억에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여름철의 무더위를 잊게하는 전설의 고향이나 구미호 못지 않게 사시사철 내게 무서움(두려움)을 안겨주던 것은 다름아닌 북한괴뢰군이 등장하는 전쟁드라마(아마도 제목이 전우였던가??)였다.
그시절 '반공방첩'사상과 북한에 대한 반감이 제대로 우리(나)의 뇌에 깊숙이 파고들었는지 반증하는 예가 될 수도 있으리라. 

아무튼, 어린시절의 내게 제일 무섭고 두려운 것을 꼽으라하면 아마도 '북한'과 '전쟁'이 아닐까 싶다. 그때는 우리의 상황이 휴전이라는 것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을테고, 경험조차 해보지 못한 6.25전쟁(당시에는 6.25사변이라고 했었다)임에도 불구하고 왜 그토록 북한이 귀신보다 무섭고 두려웠을까... 이제와 생각하니 살짝 웃음이 나기도 한다.^^;; 

1990년 10월, 세계에서 우리나라와 함께 분단국가였던 독일이 통일된 후 우리는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국가로 남아있다. 그런 탓에 극동아시아의 작은 나라, 한반도는 세계 전쟁의 불씨를 품고 있는 위험지대인 셈이다. 

그런 현실에도 어느새 6.25전쟁(요즘엔 한국전쟁이라고 하던가?) 발발 60주년 훌쩍 넘기고 있는 우리는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을 치루고 있음을 과연 얼마나 상기하며 살고 있을까?
어렸을 때 막연히 북한과 전쟁에 대한 두려움에 떨던 것과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무사태평 그 자체가 아닐까 싶다. 현 정부와 북한의 대치상황조차도 그리 실감나지 않는 것을 보면 말이다. 

어느새 현실감각을 상실한 채 살고 있는 나와 어쩌면 더욱더 국가와 자신의 현실을 망각한 채 살아갈지도 모를 딸아이에게, 결코 잊을수도 잊어서도 안되는 우리의 현실을 일깨워주는 가슴아픈 이야기가 담긴 <조지 할아버지의 6.25>이다. 

우리의 어두운 과거이면서도 어느새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듯한 6.25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것은 오래전 낯선 나라의 전쟁에 참여했던 조지 할아버지. 미국의 이민자3세라 할 수 있는 주인공 영후와 조지 할아버지의 만남은 우연인듯 일어나지만 그로 인해 영후가 알게되는 모국(조국)의 아픈 역사는 바로 우리 모두의 과거이자 해결해야 할 현실이고 미래인 셈이다. 

자신의 젊음을 낯선 땅 한반도에서의 전쟁에 바친 조지 할아버지와 처럼 60년이란 세월이 흐른만큼 그날의 현장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져가고 어쩌면 6.25전쟁을 과거의 사건으로만 생각하는 세대들에게는 실감나지 않는 과거가 남긴 숙제로 남을지도 모를 일이다.
조지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통해, 문득 6.25는 한반도에 살고 있는 남한과 북한 만의 과거는 아니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 당시 멀고도 낯선 땅, 한반도에서 발발한 전쟁에 기꺼이 목숨을 바치고자 달려와준 세계의 젊은이들의 용기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직까지도 종전이라는 시원한 해결점을 찾지 못한 채 세계 유일의 분단국으로 남아있는 현실이 문득 부끄럽게 느껴진다. 

더불어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6.25전쟁 참전 용사들이 해마다 연다는 '리멤버 7.27' 행사 역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한다. 그들의 아낌없는 희생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통일이든 아니든 휴전 중인 우리의 현실에서 최선의 종지부를 찍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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