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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프 1 - 쉐프의 탄생
앤서니 보뎅 지음, 권은정 옮김 / 문예당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평소 요리에 남다른 관심보다는 주부라는 직업상(?)의 피할 수없는 관심도 있지만, 막연하게 멋진 분위기의 레스토랑(나이가 들면서는 정갈한 한식전문점을 생각하게 되었지만..)에서 평소 맛볼 수없는 특별한 음식을 즐기고픈 바람을 가진 평범한 사람으로 막연한 호기심에 읽게 된 책이다.
언제부턴가,아마도 '삼순이'란 여주인공이 파티쉐로 등장했던 TV드라마를 시작으로 음식과 관련한 직업에 일반인들의 특별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물론 간간이 유명한 요리연구가나 요리사가 등장하여 맛깔난 음식들을 만들어내는 요리 프로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요리' 자체가 아닌 그것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과 가치를 갖기 시작한 것, 말이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우리의 속담처럼 이왕이면 먹음직스럽게 만들어지고 또 담겨진 음식에 군침이 돌고 절로 배가 꼬르륵 거리지 않을까?
과거에는 그저 음식을 먹어야할(허기를 달래줄) 대상으로만 여겼지만 요즘에는 '문화'로까지 톡톡히 대접을 받고 있는 셈이다. 그러한 '음식'의 신분상승 뒤에는 특별한 음식의 탄생을 위해 칼과 불 앞에서 끊임없는 숙련하는 요리사들의 땀가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음식이 사람들에게 본능이 아닌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는 요즘이고보면 '쉐프'란 이 책도 그다지 특별한 것만은 아닐터, 하지만 두 권으로 되어 있는 이 책의 첫 번째 권인 '쉐프의 탄생'편을 읽으며 무조건 수긍할 수도 없었다.
전세계 언론의 찬사를 받은 책이라는 책 뒷표지의 화려한 찬사글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대학 중퇴 후 세계 최고의 요리학교를 졸업하고 미국의 저명한 식당들에서 주방장으로 일했으며 현재 맨해튼의 별 두개 짜리 레스토랑의 수석 주방장으로 재직중'이라는 저자는 이미 여러 권의 책을 낸 이력에 작가겸 방송인으로 활약하고 있다니 분명 평범한 요리사는 아닌셈이다.
그럼에도 그가 들려주는 '진실'이 무척이나 내게는 낯설고 거북스러웠다. 그것이 어쩔 수없는 문화적 차이 혹은 개인적인 가치관때문이든 말이다. 요리는 여러가지 재료를 이용하여 새롭게 만들어내는 기술적인 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어떻게 보면 인간의 생명유지활동인 '식(食)'생활의 가장 기본적이고도 중요한 활동인 셈이다.
물론, 어떻게든 사람이 먹을 것을 만들어 내놓는 것은 보통 사람 누구라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요리사란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보통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먹을거리'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당연한 일일 것이다.
요리사의 입장에서야 같은 재료를 가지고도 더 먹음직스럽고 맛깔나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일테지만, 그 요리를 먹는 사람 입장에서는 눈 앞에 놓여진 음식도 음식이지만 그 요리를 만드는 사람의 마음이며 정신까지도 맛깔나고 정직하기를 바라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이 책을 읽는 동안 맴돌았다.
사실, 근사한 분위기의 음식점에서 아무리 우아하게 차려진 음식이라도 그 음식을 만든 요리사가 마약쟁이에, 성적 불만자에 심신이 불안정한 사람이라면 결코 아무상관없이 그 음식을 음미하진 못하지 않을까......
저자 앤서니 보탱은 자신이 쉐프가 되기 까지의 지극히 사적이고도 개인적인 이야기(주로 그가 일했던 주방의 비공개적인 부분과 함께 일했던 사람들에 대한 일 등)를 가감없이(진솔하게?) 들려주는데, 일종의 양심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마치 손님들은 속고 있는 것(어쩌면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르지만)과 마찬가지인 주방의 저편에서는 무슨 일이??? 처럼...
그 자신이 마약을 즐기고(한때나마) 돈을 좇아 여러 식당들을 전전하며 터득하게 된 요리의 노하우와 그와 특별한 직업적 인연을 맺게된 사람들과의 만남, 동료들 혹은 식당주인들에 얽힌 이야기들은 그에게 있어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일일까마는 자칫 '쉐프'를 꿈꾸는 요즘 사람들에게 의도에 벗어난(?) 본보기가 되지 않을까.. 살짝 염려가 되기도 한다.
주방 저편의 이야기를(비록 저자의 오래전 과거에 불과한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지만)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 책 덕분에, 언젠가 내가 꿈꾸던 멋진 레스토랑에서 맛난 요리를 앞에두고 불현듯 이 음식을 만든 쉐프의 실체가 궁금해질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