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아야 할 이별에 관한 이야기 - 이별의 슬픔을 이겨 내는 6가지 방법
로란트 카흘러 지음, 송소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어디선가 들었던 말인가?
사람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가고 있노라고... 

출생 역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는 것처럼 알고보면 죽음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기는 마찬가지가 아닐까? 요즘 심심찮게 뉴스거리가 되곤하는 자살같은 죽음을 예외로 한다면 말이다. 그러고보면, 사람의 목숨이란 온전히 하늘에 달려 있다는 말이 케케묵은 옛말인지도 모르겠다. 

더불어,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은 그렇게 멀리 있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 요즘이다. 비록 직접 본 적도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들이지만 갑작스레 사고를 당해 어이없는 죽음을 맞이한 사람들이 적지 않고 또 불행중 다행으로 살아남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문득문득 우리의 삶을 부질없음을 깨우쳐 주고는 한다.

며칠전 인천공항으로 향하던 고속버스가 사고차량이 멈추어 서있는 것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가드레일을 받고 추락한 사건은 많은 사람들의 안타까운 죽음을 낳고 말았다. 그중 일가족 중에 혼자 살아남은 일곱 살 아이의 경우는 그 자체로도 가슴이 미어지게 한다. 결코 본적도 없는 사람들의 경우지만 말이다.
과연 그 어린 아이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문제보다 우선 어떻게 가족들의 죽음을 견뎌낼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어떤 이유로든 죽음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나 가족을 떠나보내야 하는 것은 남겨진 사람들의 몫이다.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말이다. 죽음이 두려운 것은 죽음 그 자체보다 다시는 사랑하는 사람(가족)을 실제로 볼 수도 만날 수도 없다는 그 사실때문일 것이다.  

이미 부모님과 이별한 탓에 가슴 속에 시시때때로 밀려드는 그리움을 간직하며 살고 있는 내 경우에도 정말 가슴이 아프고 슬픔이 밀려온 것은 '죽음' 그 순간이 아니라 부모님의 장례를 치르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였다. 길거리를 걷다가 마주오는 사람들 속에서 부모님의 모습을 더 이상 발견할 수 없다는 것. 이렇게 맑은 하늘 아래서 다시는 부모님의 얼굴을 볼 수도, 손을 만질 수도 없다는 바로 그 사실을 깨닫는 순간, 엄청난 슬픔으로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그리고 그 후로도 문득문득 그 사실이 떠올려지면 더욱더 부모님이 그립기만 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어느 정도 슬픔을 극복할 수 있는 나이(성인)가 되어서 부모님을 떠나보낸 것이라고나 할까..... 그래도 죽음은 남겨진 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일이다. 결코 가슴 속에서 기억 속에서 지울 수 없는, 어쩌면 평생토록 품고 살아가야 하는 아픔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린 아이들에게 죽음은 더욱 조심스럽다. 가능하면 겪지 않아야 할 일 가운데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럼에도 요즘처럼 목숨이 하늘에 달렸다고만 믿을 수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는 탓에 이미 죽음은 어린 아이들에게 낯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고속버스 사고에서 살아남은 그 아이가 아닐지라도 말이다.
어린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힘든 것이 사랑하는 가족들과의 이별, 바로 죽음일 것이다.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 형제자매와 같은. 

이 책은 마음같아서는 영원히 함께 살고픈 사람들, 그들과의 영원한 이별을 이겨내는 방법이, 실제 아이들이 겸험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잔잔하게 그려지고 있는 여섯 편의 이야기이다. 

사진으로만 볼 수 있는 할아버지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레나는 할머니를 통해 때로 죽음에 대해서도 미소지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그러고보면 할머니는 어느새 할아버지의 죽음을 이겨내었음을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다.
갑작스런 외할아버지의 죽음을 겪는 톰의 이야기는 죽음이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알려준다. 고모의 장례식을 치르는 루이자를 통해 장례식의 절차를 알려준다. 

무엇보다 견딜 수 없는 큰 슬픔을 겪게된 베니. 아빠가 묻힌 묘지 앞에서도 결코 믿기지 않는다. 삼촌과 숙모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베니의 슬픔은 줄어들지 않는다. 갑자기 세상이 변한듯 느껴지는 베니. 엄마의 품에서 실컷 울고나서야 마음이 추스려지는듯 엄마와 동생 소피의 존재를 깨닫는다.
마르크 오빠의 죽음이 자신의 탓이라 생각하는 막시. 하지만 오빠의 친구들과 또 막시의 친구들, 가족들 덕분에 자신때문에 오빠가 죽은 것이 아니라고 깨닫는다. 

책을 읽는 동안 더이상 죽음은 어른들만의 일이라거나 아이들이 몰라도 좋을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분명하게 든다고나 할까.....

101쪽에 <상을 당한 어린이들이 해도 되는 10가지 일>을 보며 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마음껏 슬퍼해도 되고, 말없이 가만히 있기만 해도 되고, 불안한 느낌이 들어도 되고, 심하게 화를 내도 되고......

이제는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들과의 이별, 그 가슴 아픈 일도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을 우리 아이들에게 잘 알려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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