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설픈 영웅, 안톤 해를 담은 책그릇 13
제임스 말로니 지음, 김영선 옮김, 흩날린 그림 / 책그릇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린 아이들에게 아버지의 부재(不在)는 어떤 의미로 다가갈까? 부재의 이유가 어떻든 말이다. 

주인공 피터와 피터의 어설픈 영웅 안톤은 아직 부모의 품에서 마냥 즐거워할 나이의 어린 소년들이다. 어린 소년들에게 아버지의 부재는 엄마의 부재와 또다른 의미일까.. 문득 의문이 떠오른다. 

자신이 영웅라도 된듯 영문모를 대사를 읊어대는 듯한 안톤과 그런 안톤이 흥미롭기도 하고 또 실체가 궁금하기도 하여 자꾸만 다가가는 피터. 그 두 소년에게는 각기 다른 아버지의 부재가 현실로 닥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암이라는 병마에게 서서히 목숨을 빼앗기고 있는 안톤의 아버지와 크게 한탕을 기대하며 도박의 깊은 수렁으로 자신은 물론 가족의 행복까지도 모조리 쓸어붓는 토니의 아버지. 자신의 아버지들의 부재 앞에 두 아이는 각기 다른 모습일 수밖에 없다.  

아버지의 부재(죽음)이 두려워 아버지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병마 앞에 하게 무너져내리는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는 안톤. 부질없는 도박에 빠진 아버지로부터 엄마와 여동생들을 구해내려는 피터. 그들 나름대로의 몸부림에 가슴이 뭉클해져온다. 

나 역시도 안톤처럼 일찍은 아니지만 암으로 엄마를 잃어본 터라 안톤의 행동이며 마음까지도 헤아려지는 듯하다. 눈부시게 쏟아지던 봄햇살이 그어떤 칼날보다도 카롭게 나를 찔러대는 것 같았다. 바쁜 엄마를 대신해 검진 결과를 듣고 돌아오던 길에 내리쬐던 봄날은 세상으로부터 뚝 떨어져나와 있는 나를 보는 듯했다. 

암때문에 채 6개월을 못넘길거라던 병원의 선고(?)에도 불구하고 1년을 조금 넘어 돌아가실 때까지 나는 엄마의 눈을 제대로 마주볼 수가 없었다. 엄마에게는 정확한 병명을 차마 알려드리지 못했었으므로.
마침내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의 죽음이 현실로 닥치고, 엄마를 고향의 땅속에 묻어드리고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지만 이미 이전의 일상은 아니었다. 그리고 수시로 느껴지는 엄마의 부재는 그 어떤 것보다 큰 구멍을 나의 마음에 남겨주었다.  

병마에게 아버지를 빼앗길까봐 두려운 안톤. 문득 같은 반 아이들조차 이해못할 기사의 행동과 말을 하고 심지어 종이로 만든 갑옷까지 진지하게 입고 나타난 안톤. 문득, 어설픈 갑옷 속에 숨기고자 했던 것은 아버지를 잃게 될까봐 인정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 두려운 마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래도 안톤의 피하고픈(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을 제대로 읽고 현실을 직시하게 도와준 피터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또 늦게라도 정신을 차리고 가족들의 품으로, 아버지의 자리로 돌아온 아버지와 화해한 피터의 모습도 기특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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