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 왕 커드
앨런 길리랜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다른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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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음직한 상상은 다름아닌 '무생물들의 생물화'와 관련한 것이 아닐까?
예를 들면, 연필이나 색연필, 공책이 살아있다고 느끼기도 하고 작은 인형들이 정말로 살아있기라도 한듯 중얼거리며 인형놀이에 푹~ 빠져들었던 것처럼 말이다. 

생각해 보면, 비단 어린시절에 국한된 상상만은 아닐지도 모른다. 초등생 딸아이를 둔 요즘도 '마치 살아있다고' 느끼지는 않더라도 생활 속에서 문득문득 '감정이입'을 하고는 하는 걸보면 말이다. 특히, 주부이다보니 음식물에 대한 경우가 그렇다. 먹다 남겨진 음식물을 보면 마음이 편치 않다. 음식물의 기능(?)은 다름아닌 인간에게 잘 먹혀 인간의 건강에 일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다보면 남겨진 음식물이 나 자신이라도 되는듯하여 버리기가 여간 꺼림칙한게 아니다. 그러다보면 남겨진 음식물이 나 자신이라도 되는듯 꾸역꾸역 먹게 되고 만다. 

아무튼... '무생물의 생물화'뿐만 아니라 주변의 사물들에 '영혼(생명?)'이라도 있는듯 혼자있는 공간이나 시간이라도 함부로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어느날 사라진 엄마의 브로치로 발칵 뒤집힌 집안. 쌍둥이 헨리와 헨리에타는 영문도 모르는데, 그 사건을 처음부터 알고 있는 사자 커드. 열려진 창문으로 들어온 검은 까마귀가 바로 범인이라는 것! 

엄마의 소중한 브로치가 사라진 사건은 정작 쌍둥이들에게보다 쌍둥이들의 동물 인형들에게 한바탕 소란을 안겨준다. 이유인 즉, 나흘 안에 브로치를 찾지 못하면 화가 난 엄마가 쌍둥이들의 동물 인형들을 모두 압수해 자선 단체 상점에 갖다 줘버린다는 것! 이 얼마나 청천벽력같은 협박이란 말인가? 

브로치의 행방을 전혀 모르는 쌍둥이들의 반응은 오히려 무덤덤하다. 비록 숨긴게 아니라고 팔짝 뛰긴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동물 인형들에게는 할 말을 잃을 정도로 충격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억울할지도. 도대체 브로치가 사라진 것과 자신들이 무슨 상관이라고..... 

다행스럽게도 브로치가 사라지던 순간을 기억하는 사자인형 커드를 비롯해 하이에나 스위니, 뱀 오플래터리아 까마귀 필그림은 서둘러 고대의 용감한 기사들처럼 괴물 용인 까마귀 대왕을 찾아 모험을 떠나기로 작정한다.
무엇보다 뿌듯한 명분을 위하여, 엄마의 브로치를 되찾고 쌍둥이들의 완소 장난감, 바로 자신들을 구하는 것! 말이다.

마침내 시작된 동물 탐험대는 유일하게 까마귀 대왕의 얼굴을 알고 있는 사자 커드를 대장으로 삼아 모험을 떠난다. 시작부터 갑작스런 아빠의 등장과 현관문을 여는 난관에 부딪치지만 까마귀만큼이나 검고 검은 어둠 속을 향해 가는 동물 탐험대가 용감하기만 하다. 

물방아 연못에 비친 달로만 알았던 풍선 바구니로 심술궂은 도깨비불로부터 탐험대를 구해준 벌루나퍼스,
장미에 거꾸로 매달린 채 나방이 되기 위해 부지런히 실을 잣고 있는 애벌레,
연례회의인 까치 대토론회 중인 까치들과 광산 굴 속의 쥐들,
오플래터리와 스위니 앞에 나타난 두 거인, 누크와 크래니(브로치를 훔쳐간 까마귀 대왕이 '먼먼 나라'에 살고 있는 올드 코비라는 것을 알려준다),
까치와 쥐들을 흩어버린 쌍둥이의 개 발라드,
흉측한 노파의 모습으로 나타난 마더 비니(스위니에게 멈비 여왕에게서 낡은 컵을 훔쳐오라고 시키고 블로치가 코비의 돌이 있는 곳에 있다는 것도 살짝 흘려준다),
커드와 스위니, 오플래터리를 구해준 왜가리,
오래된 산사나무 밑에 살며 동물 탐험대를 도와주는 멈비범비 여왕,
스위니가 오플래터리가 구해준 갈매기 세 마리,
털북숭이 짐승 바게스트와 특이한 짐승 칼란다를 타고 나타난 바빌론의 기사 러시 경,
질문에 대답을 못하면 머리를 달라는 위대하고 무시무시한 미노보어,
자신들은 도도새가 아니라 도동새라는 니드와 노드,
..........

곳곳에서의 위험천만한 위기에 때맞춰 등장한 동물들의 도움으로 마침내 까마귀 대왕 올드 코비를 물리치고 엄마의 소중한 브로치를 찾아 무사히 돌아온 동물 탐험대. 그들의 험난한 모험을 눈치챈 사람들은 아무도 없지만 쌍둥이들의 집에는 다시금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퍼져나온다. 

깜짝 놀라운 결말은 다름아닌 동물 탐험대의 이야기를 쌍둥이의 할아버지가 알게 되고 책으로 엮어낸 것! 그것이 바로 이 <모험 왕 커드>?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이 혹시나 자신들의 장난감들도 살아나 한바탕 모험을 떠나지나 않을까... 기대를 품게 될지도 모르겠다.^^



<등장인물들> 동물탐험대와 친구들, 그리고 강적들이란 표현이 인상적이다.^^
사실, 친구들도 강적들도 훨씬 더 많은데... 대표적인 인물들만 소개한 것 같은데
이왕이면 모두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동물 탐험대가 간 곳> 헨리(쌍둥이들)의 집 밖에 동물 탐험대가 엄마의 브로치를 찾기 위해 간 곳들을 보여주고 있다.
본문의 이야기와 그림(지도?) 상에 장소가 다소 어긋나는 것같아 종종 고개가 갸웃거려지는데.... 이왕이면 동물 탐험대가 이동한 순서를 표시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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