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처음 <해리포터>시리즈를 읽었던 딸아이가 벌써 4번째 탐독에 빠져있다. 처음 1부가 나왔을 때 구입하기 시작하여 4부까지 구입해서 읽다가 그 뒤로 시들해져 책꽂이에 있던 것을 작년 여름방학때 발견해서 읽기 시작하더니 연거푸 두어 번을 읽고 요즘에 다시 네 번째 읽고 있는 걸보면 세계적인 작품이 맞기는 맞나보다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 물론, 마법과 판타지가 한창 재미있을 시기이기는 하지만 무엇이 그리도 탐독케 하는지...... 조앤 롤링의 <해리포터>에 빠진 딸아이 옆에서 나는 방정환 선생님의 <칠칠단의 비밀>을 들고 앉았다. 일생을 어린이를 위해 헌신하신 방정환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주는 이야기를 담은 동화를 여러 편 남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아마도 이 책은 그 가운데 하나이지 싶다. '칠칠단의 비밀'이라는 제목이 왠지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곡마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이다. 곡마단에서 구경꾼들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공중그네를 벌이는 앳된 얼굴의 소년과 소녀가 등장하고 그 소년과 소녀를 남매라며 나타난 노인의 갑작스런 등장으로 사건은 긴박하게 흘러간다. 주인(단장)은 일본 사람 내외이고, 재주 부리는 사람도 모두 일본 사람인 곡마단에 중국 사람 내외가 한 패 끼어 있고 돈벌이를 위해 일본과 중국으로 돌아다니면서 돈벌이를 하다가 처음으로 조선에 와서 공연을 펼치는 곡마단. 그 속에서 열여섯 살의 소년과 열네 살의 소녀는 사고무친으로 서로가 남매간인지도 모르면서 온갖 고생을 하며 재주를 배운 가여운 신세라고 하니 마음이 절로 뭉클해져온다. 갑작스레 외삼촌이라 주장하는 노인의 등장으로 곡마단에서 탈출한 소년, 상호는 미처 탈출하지 못한 순자를 찿기위해 서둘러 중국으로 떠난 곡마단을 뒤쭟는다. 곡마단의 향방을 알기 위해 그들이 머물던 여관방에서 발견한 편지에 적힌 비밀스런 글귀는 곡마단의 정체를 더욱 의심스럽게 한다. 드디어 급행열차를 몰래 타고 중국 봉천을 향해 떠나는 상호와 통역 학생 한기호. 젊다고 하기에는 아직 어린 그들이 과연 동생 순자를 무사히 구하게 될지, 또 그들의 정체를 밝히게 될지... 무모하게도 느껴지지만 한편으로는 순자의 무사구출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중국 봉천의 여관에서 가슴졸이며 기다리는 상호와 기호가 깜쪽같이 변장도 하고 재치있게 위기의 순간도 모면하는 것을 보며 가슴을 쓸어내리는데, 괴상한 벽돌집에서 칠칠단의 실체를 알게 되는 순간이며 땅속의 비밀통로에서 단장에게 붙잡혀 구둣발에 차이고 채찍에 맞을 때는 얼마나 끔찍하던지..... 그러나 한기호의 재치와 순발력으로 칠칠단 무리를 소탕하고, 상호와 순자가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것을 보며 그제야 가슴을 쓸어내리게 된다. 나라마저 빼앗겨 의지가지없는 우리 민족과 아이들에게 희망을 안겨주고픈 방정환 선생님의 간절함이 담겨있는 이야기는 요즘의 탐정소설에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긴장감과 긴박감이 느껴진다. 방정환 선생님이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주는 듯한 어투로 쓰여있어 더욱 실감나는 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