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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사는 법 ㅣ 그림책은 내 친구 22
콜린 톰슨 글.그림, 이지원 옮김 / 논장 / 2010년 4월
평점 :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중국의 유물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진시황릉! 1987년 이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 세계 각지로부터의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어지지 않고 있는 곳이 바로 진시황릉이다. 천상과 지상을 모방했다는 그 규모도 놀랍지만 건설당시 동원된 강제노역의 실상도 우리를 깜짝 놀라게 한다.
천하의 중심이라던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조차도 어쩔 수 없었던 것은 다름아닌 '죽음'!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해 세상 곳곳으로 불로초를 찾아오라 명령하지만 그것은 그 누구도 복종할 수 없는 허황된 명령에 불과하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한 것이 있다면 그것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죽음이라는 것. 세상에 죽음을 거슬러 영원히 살 수 있는 사람은 결코 없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재물이 많고, 힘센 권력과 명예가 있는 사람도, 가난으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운 사람에게도, 미모가 빼어난 사람에게도, 외모가 제 스스로도 못마땅한 사람이라도 한 번쯤은 반드시 겪어야(맞닥뜨려야) 할 '죽음'이라는 관문이다.
더구나, 죽음은 사전 예고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우연처럼 오기도 하고, 어떤 사람들에게는 시한부조건처럼 오기도 하지만 죽는 순간만큼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그저 나이가 들고 늙으면(수명이 다 하면) 자연스레 죽는다는 것이 자연의 이치라고 믿는 것이 일반적이다.
만약 <영원히 사는 법>이 있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이 절로 떠오르게 하는 책이다.
비록 동화이기는 하지만 이미 '영원히' 산다는 것에 관한 내용의 책을 읽은 적이 있는 나와 딸아이는 이미 '영원히 산다'는 것에 그다지 큰 의미를 두지 않게 된 것이 사실이다. 이유인 즉, 사람이 죽지 않고 영원히 산다는 것은 어쩌면 그 어떤 형벌보다도 지독한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언젠가 한 번은 맞이하게 될 죽음을 피할 수도, 또 피할 필요도 없다고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고나 할까......
그래서인지 <영원히 사는 법>이 적혀 있는 책에 대한 궁금증보다는 신기한 그림들로 가득한 책 자체에 흥미를 갖게 된다. 페이지마다 볼수록 신기하고 또 신기한 그림들로 가득하다. 정상적인(?) 그림이라고는 첫 페이지가 고작이다. 도서관 마당으로 보여지는 곳에 사람들이 있는 바로 그 페이지 말이다.
정상적인 첫째 장을 넘기고나면, 책장서랍 속에 불켜진 지붕이 보이고, 다리 아래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 오리(백조?)의 모습도 보이고, 캐비닛 속에 계단이 숨어 있고, 잡동사니 상자에는 사다리를 타고 오를 수 있는 테라스가 실제처럼 설치되어 있다. 도대체 여기는 어디쯤에 있는 나라란 말인가?
다음 장을 펼치면, 새로운 재미를 더해준다. 책들이 빼곡하게 꽂힌 책장인데 책등에 적힌 제목들에 흐흥~ 미소가 피어난다. 채털리 부인의 사냥, 채털리 부인의 오버, 채털리 부인의 기저귀... 파이대왕, 해저 이만 대, 기네스의 상인, 알리바바와 40개의 코드, 로빈슨 카루소, 백 투 더 푸크시아... 원작의 제목을 살짝 패러디한 책들의 제목에 웃음이 절로 난다는 말씀~
게다가 책 사이사이로 기이한 풍경이 재미를 더해준다.
책 속에 살고 있는 로빈슨 가족. 유일하게 없어진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을 유일하게 알고 있는 피터의 결심이 심상치 않다. 과연 피터는 그 책을 찾아 영원히 살게 될까?
책장 구석구석 거리 구석구석 책을 찾아 탐험하듯 헤매는 피터. 마침내 오랫동안 잊혀진 다락방 찬장 아래의 컴컴한 책장 위에서 네명의 늙은이를 발견한다. 네 명의 늙은이는 유령처럼 보이는데... 피터의 짐작과 달리 세 번째 노인은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을 피터에게 내어준다. 혹시 이 책이 가짜? <영원히 사는 법>이 담긴 책을 가지고도 백발에 깊은 주름까지 팬 노인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피터.
피터의 그런 궁금증에 대한 답을 알려주려는 듯 노인은 피터를 영원한 아이에게로 데려간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은 위태로운 의자 위에 앉아 있는 영원한 아이의 모습은 상상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결코 아이답지 않은 외모에 왠지 무기력하게만 느껴지는 모습엔 더이상 영원함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꿈꾸게 하지 않는다.
오랜 고민 끝에 <영원히 사는 법>이 담긴 책을 읽지 않기로 한 피터는 영원한 아이의 인도로 다시 세상으로 돌아오는 피터의 모습에 왠지모를 안도감이 밀려온다. 피터 역시 어리석은 선택이 아닌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지혜로운 아이여서 얼마나 다행인지....
그나저나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에는 과연 어떤 방법이 담겨있을까??

원작의 제목을 살짝 패러디한 책들과 재밌는 풍경이 가득한 신기한 책장~

책등에 적힌 제목을 하나하나 읽다보면 절로 웃음이 나온다~

<영원히 사는 법>을 찾아 도시 구석구석을 찾아헤매는 피터~

석상처럼 서 있는 네 명의 노인을 발견한 피터. 신비로움을 느끼게 하는 구름같은 것은 먼지?
구석구석 작가의 상상력이 재밌고 놀랍다~

<영원히 사는 법>이란 책을 숨긴 장본인으로 영원히 살고 있는 영원한 아이. 그 모습을 보는 자체로 이미 영원히 살고픈 마음을 싹~ 가시게 한다고나 할까.....
<영원히 사는 법>을 읽을 것인가 말 것인가로 고민하는 피터의 뒷모습이 힘겹게 전해져온다.

<영원히 사는 법>을 읽지 않겠다는 결심을 한 피터를 다시 세상으로 배웅하는 영원한 아이.
저 둘의 마음은 각각 어떠할까.. 잠시 생각해 본다.

콜린 톰슨의 또 다른 책 <태양을 향한 탑>에도 등장하는 '맥스 카페'가 이 책에도 등장하여 깜짝 반가움에 한 컷 담았다.^^
다음은 딸아이의 독후활용기: 책자 <영원히 사는 법>

<영원히 사는 법>의 표지~

영원히 사는 법:
- 시계를 없애 버린다.
- 네버랜드로 간다.
- 불로초를 먹는다.
- 죽지 않는 약을 먹는다.
- 늙지 않는 물을 마신다.
- 삼 년 고개에서 계속 구른다.
- 나이를 먹지 않는 별을 찾아간다.
- 떡국을 먹지 않는다.
- 달력을 없앤다.
- 계속 잠만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