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장 아이들 보리피리 이야기 7
김종만 지음, 김홍모 그림 / 보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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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이오 전쟁 후쯤의 이야기인듯, 주인공 옥수가 들려주는 사격장을 가까운 곳에 둔 아이들과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1970년대 이후를 살고 있는 내게 생소하게 다가왔다. 

미군들의 사격 훈련이 끝나고 나면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탄피를 줍는 아이들과 마을 어른들의 모습이 위태롭게 느껴지지만 탄피를 주워모아 고물장수 당골 아저씨에게 넘겨주면 적은 돈이나마 만져볼 수 있어 기를 쓰고 탄피를 줍는 마을 아주머니들의 모습에 마음이 짠해져 온다. 

사격장을 끼고 사는 아이들의 생활은 비단 탄피 줍는 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흙냄새 사람냄새 진~하게 느껴지는 옥수의 추억담에 왠지모를 그리움과 서글픔마저 느껴진다. 

내게 시골에 대한 추억이라면 도시에서 맞벌이 하시는 부모님과 떨어져 시골에서 할머니 손에 크며 들로 산으로 뛰어다니던 철부지시절이 있어 그래도 마냥 낯설지만은 않은 옥수의 이야기. 물론 옥수처럼 가슴 떨리는 참외설이나 눈밭에서 꿩을 잡거나 꽃뱀들을 떼로 만난 적은 없지만, 할머니댁 텃밭에서 키우던 토마토며 오이를 마음껏 따먹고 초가지붕을 새로 엮던 날에는 투둑!하고 떨어지던 굼벵이떼에 화들짝 놀라기도 하고, 잔치가 있다는 먼 친척집에 가시는 할머니를 따라 밭둑기를 따라 걷던 기억이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에도 어슴푸레 추억처럼 떠오르고는 한다. 

먹을 것이 넉넉치 않아 쑥버무리로 끼니를 대신하고 개구리 다리를 구워 맛나게 먹던 추억과 함께 특별히 사격장을 끼고 살던 시절을 잊지 못하게 하는 놀라운 사건을 다름아닌 달걀탄 폭발 사건.
사격장으로 이사 온 지 몇달되지 않은 두식이와 명안이가 불발탄인 달걀탄을 터트리다 그만 사고를 당한 것. 큰소리 뻥뻥치던 광석이가 떨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고도 아무에게도 이야기 하지 않은 옥수가 대견스럽기조차 하다. 어디서 그런 용기(?)와 결단이 나왔을까?  

아무튼, 그날의 사고로 두식이와 명안이의 무덤이 일백 야드 둔덕에 생기고 난 후 더이상 사격장에는 마을 사람들은 물론 근우, 수명이, 병석이, 만진이, 광석이 그리고 옥수도 얼씬하지 않았다. 

그날의 사건으로 총소리만 울리면 사격장으로 탄피를 주으러 다니던 아이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아마도, 달콤한 초콜릿이며 사탕을 곱게 건네지 않고 풀숲으로 던지며 그것을 주우려고 덤벼드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낄낄거리던, 혹은 낮에 묻어 논 것을 밤이면 마을 사람들이 파 가는 걸 다 알면서도 그냥 주지 않고 땅에 파묻어 마을 사람들을 거지로 만드는 미군들의 속셈(본모습?)을 몸서리치게 느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문득, 미군들의 사격 훈련뒤 남겨진 탄피를 줍느라 제 목숨이 날아가는 것도 모르던 과거 옥수들의 모습이 오늘날에도 변함없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를테면, 탄피나 초콜릿대신 영어에 목매는 우리의 모습에 불현듯 요즘의 우리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격장을 끼고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어디선가 미군들이 쏘아대는 총소리의 여운이 들려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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