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의 씨앗
왕자오자오 지음, 황선영 옮김, 황리 그림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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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의 씨앗인듯한 까만 물체를 응시하는 까까머리 소년의 모습이 그려진 표지그림이'안의 씨앗'이란 제목을 '속의 씨앗?'으로 자연스레 풀이하게 하는 듯하였다.
그리하여 과연 소년의 손바닥에 놓여진 저 씨앗 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궁금증이 절로 피어올랐는데...... 

책장을 펼치면 '본과 정 그리고 안이라는 동자승이 있었습니다.'로 시작하는 첫 문장에 다시 한 번 표지그림을 살펴보게 된다. 그리고 '안의 씨앗'이란 바로 소년 안의 씨앗을 가리키는 것임을 그제서야 깨닫고는 슬며시 미소를 짓게 된다.

흠... 소년 안의 씨앗이란 무슨 이야기일까? 
노스님이 세 소년에게 건네준 씨앗은 다름아닌 수천 년 된 아주 귀한 씨앗! 그리고 노스님의 주문은 바로 귀한 씨앗의 싹을 틔워 보라는 것! 

다음 장을 펼치면 제각각 방향을 달리한 세 소년의 몸동작이며 모습 또한 제작각이다. 척보기에도 바쁜 걸음으로 달려가는 듯한 본, 무언가 골똘하게 생각하는 듯한 정, 그리고 손바닥 안의 씨앗이 떨어지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런 안의 모습이다. 

하얀 눈이 펑펑 내리는데 본은 괭이를 찾고, 정은 가장 좋은 화분을 고르고, 안은 목에 건 작은 주머니에 씨앗을 넣고 있다. 본은 역시나 괭이로 땅을 파고 씨앗을 묻는 모습이다. 정은 연꽃에 관련된 책을 찾는 모습이고 안은 의외로 절에서 쓸 물건을 사러 장에 간다. 과연 이 세 소년중에 누가 연꽃을 피워올릴까?? 

물론, 책의 제목이 '안의 씨앗'인 걸보면 끝까지 보지 않고도 주인공 안이 씨앗의 싹을 피워올릴 것임을 쉽게 짐작할 수있을터... 하지만, 어떻게 안은 씨앗의 싹을 틔울까??
성급하게 추운 겨울 메마른 땅을 파고 씨앗을 심은 본의 모습은 경솔하기 짝이 없다. 그렇다면 씨앗을 심을 화분을 고르고 싹을 틔울 방법이 담긴 책을 꼼꼼하게 찾아보는 정이 아닐까?? 

하지만, 결국 씨앗의 싹을 틔우고 천 년의 연꽃을 피워올린 것은 다름아닌 안! 그 비결이란 조급하거나 성급하지 않고 씨를 심을 때를 기다리며 일상을 묵묵히(마치 관심이 없는듯) 생활하는 것이었다. 

눈 내리는 겨울엔 눈을 쓸고, 아침이 되면 물을 긷고 밥을 짓고 야간 수행을 하고 산책을 나가고.... 씨앗만 바라보고 성급하게 싹을 틔우려던 본과 정이 쓰디쓴 실패를 맛볼동안 안이 한 일이라고는 그렇게 일상을 보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리고, 마침내 봄이 되자 연못 한쪽에 바지를 걷고 들어가 씨앗을 심은 것, 그것이 전부였다. 제 때를 기다릴 줄 아는 것, 그것이 바로 아름다운 천 년의 연꽃을 피어나게 한 것이었다.

요란한 설명이 없이도 본과 정 그리고 안, 세 동자승의 모습을 통해 때를 기다린다는 것의 의미를 조용하게 깨닫게 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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