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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언제까지나 ㅣ 쑥쑥문고 70
세키야 다다시 지음, 양선하 옮김, 이우창 그림 / 우리교육 / 2010년 4월
평점 :
'놀림감이 되고 괴롭힘을 당하는 것도 친구라는 증거잖아!'라며 붓치를 부러워하던 가미야마의 말을 통해 친구의 의미를 돌아보게 된다.
언제부턴가 '친구'하면 좋기만 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이라고 여기는 것같다. 마치 친구의 반대말은 왕따라고 여기듯이 말이다. 아닌게아니라 '왕따'라는 말이 생겨난 뒤부터 왕따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말인탓에 친구는 순전히 그에 반대되는 긍정적인 의미의 말이 된듯하다.
그러니까 친구라면 무조건 좋은 사이인 셈이라고 할까.
하지만 나의 어린시절을 돌아보면, 친구란 좋다가도 금새 토라져 다투기도 하고, 또 하룻밤 자고나면 언제 그랬냐는듯 함께 어울려 노는 사이가 바로 친구였던 것 같다. 그러고보면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도 있지 않은가......
아무리 심하게 다투고 토라져도 헤헤거리며 웃는 사이, 때로는 울리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면서 담뿍 정이 들어가는 사이가 바로 어린시절의 친구가 아니었을까....
그런데 요즘에는 아이들사이에 자그마한 다툼이 있어도 지레 겁부터 먹는다. 혹시 나를 싫어하거나 미워하는 것은 아닐까? 나를 왕따시키는 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러니까 사소한 다툼도 사소하게 지나칠 수가 없다. 그 속에 혹시 다른 의미가 숨어있지는 않을까... 심각하게 고민하기도 한다.
때리는 아이도 문제고, 맞는 아이도 문제가 되는 세상이다. 더이상 아이들은 절대로 싸우거나 다투면서 클 수 없다. 싸우거나 다투면 친구가 될 수 없는 셈이라고나 할까??
한마디로, 친구라면 호의적인 관계만이 유지되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정말 그럴까? 친구라면 싸움도 미움도 없이 온전히 서로를 위하며 평화롭게 지내야 하는 것일까?
근육이 굳어가는 불치병에 걸린 가미야마와 만날 깨지기만 하는 겁쟁이 프로 레슬러 자인언트 붓치를 닮아 별명이 붓치인 다부치를 통해 진정한 친구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이야기이다.
뚱뚱한 몸에 운동조차 젬병인 다부치는 아이들이 붓치라는 별명으로 부르는 것이 못마땅하다. 피구도 못하고 달리기도 못하고 친구마저도 생기지 않는 다부치. 뭐든 1등만 하는 미즈노가 부럽다. 하지만 자신을 붓치라 부르며 놀려대는 것이 싫다.
그런 붓치에게 말을 걸어오는 가미야마는 휠체어 의지한 채 운동은 커녕 화장실조차 혼자서 갈 수 없는 근육병을 앓고 있다.
그런 가미야마와 붓치가 들려주는 친구의 의미가 가슴 속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그동안 잊고 있었던(아니 잘못 알고 있었던) 친구의 의미를 깨우쳐 주는듯 말이다. 아이들의 놀림처럼 느껴져 무척이나 싫은 붓치라는 별명조차 부러워하며 다부치가 지어준 개골이라는 별명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가미야마. 그런 가미야마의 마음을 전혀 알지 못하는 다부치는 조금씩 가미야마에게 다가가면서 그 의미를 어렴풋하게 느끼게 된다.
결국, 불치의 병인 근육병을 이겨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가미야마를 결코 잊지 않겠다며 가미야마와 같은 눈높이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는 다부치의 마음 속엔 어느새 겁쟁이 대신 세상과 마주할 용기로 가득하다.
자신에게 말조차 걸어줄 친구가 없는 것보다 차라리 별명이라도 부르며 괴롭혀 주는 친구가 있는게 정말 부러웠던 가미야마. 다부치에게는 살아가는 용기를, 우리에게는 친구의 참의미를 깨우쳐 준다.
때로 놀리고 괴롭혀도 관심이 있는한 친구라고......
그렇지, 정말 미워하고 싫어하지 않는한 관계와 소통이 미숙해서 다투고 놀리고 괴롭히는 것은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일테지.
문득, 아이들은 싸우면서 큰다는 어른들의 말씀이 새삼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