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 - 아주 특별한 선물에 대한 상상 마르탱 파주 컬렉션 1
마르탱 파주 지음, 배형은 옮김 / 톡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자신의 생일날, 곁에 있는 것이라고는 초콜릿 케이크라면 그 기분은 어떨까?
물론, 함께 생일 축하를 해주려던 엄마와 아빠가 급하게 생긴 일때문에 본의 아니게 서둘러 나가야 했다고는 하지만, 휑뎅그렁하게 케이크와 마주하고 있는 기분이라니 문득 서글픔이 밀려오지는 않을까...... 

주인공 '나'는 소방차 운전사인 아빠와 소방용 호스와 소방 도끼 전문가인 엄마를 무척이나 잘 이해하는 듯하다. 자신의 생일날 불이 났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출동하는 모습을 바라보면서도 평상시처럼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다 함께 밥을 먹을 때나 엄마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에는 사람들이 집에 불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 엄마 아빠가 없을 때면 책도 읽고 인터넷도 하고 공부도 하지만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심심해하기라는 '나'의 고백같은 이야기에 가슴이 짠해온다. 

아빠 엄마의 직업상 특수한 상황(비상출동과 같은)을 이미 몇 해나 경험해온 탓일까? 생일 케이크를 마주한 아이는 순식간에 행복함을 느끼며 마음조차 들떠있다.
자신이 요구한 진한 초콜릿이 가득 들어있는 케이크를 먹는 행복함에 들떠있는 아이라니.... 역시 아이는 순진한 것일까? 
그러나 아이의 행복함은 엉뚱한 상황으로 인해 깨어지는 듯하다. 아이의 칼날에 위협을 느낀 초콜릿 케이크가 저항을 하는 것이다. 마치 사람처럼 말이다.

순간, 어린시절의 추억이 아슴푸레 떠오른다. 나 역시도 맞벌이 하시던 부모님에, 형제자매도 없었던 까닭에 학교가 파하고나면 어두컴컴한 집에 들어가기 싫어 책가방을 던져 놓고 놀이터로, 들판으로 아이들과 함께 놀러다니고는 하였었다. 

엄마가 퇴근하기 전에야 집에 들어가면 시계소리조차도 왠지 무섭고 갑자기 집안 어딘가에서 무엇이 불쑥 튀어나올 것만 같은 생각에 두렵기만 하던 그 시절. 무서운 것도 무서운 것이지만 누구와도 말할 상대가 없는 외로움이 더 큰 두려움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형제자매가 없어 외로운데 또 외로움과 마주해야 한다니....... 

그래서였을까? 초콜릿 케이크와 대화하는 아이처럼 나도 아침 등교길이면 눈살을 찌푸려가며 높이 솟은 태양에게, 파란 하늘에게, 그 파란 하늘 속에서 한가로이 흘러가는 구름조각들에게 소리없는 대화를 하고는 했었다.
그리고 항상 누군가가 우리를 관찰하듯 내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는 했었다. 우리가 개미들을 관찰하듯, 그렇게 우리는 또 누군가의 관찰대상이 되어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말이다.

아이는 결국 초콜릿 케이크와의 대화를 끝내기로 한다. 그냥 놓아두면 곰팡이가 생겨 고약한 냄새와 함께 결국에는 썩고 말거라는 결과를 예상한 현명한(?) 케이크는 자신의 에너지가 고스란히 아이에게 전달되기를 바란다. 그리고 아이는 케이크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못하고 기꺼이 케이크를 입안 가득 베어 문다.
그렇게 아이는 잠시동안의 환상여행을 마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접시가 아이의 외로움을 말해주는 듯하다. 

아이는 또 누구와 대화를 하며 자신의 가슴 속 외로움을 잠재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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