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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들썩대는 뿔난 마음 고집 - 행동교정 5탄 ㅣ 어린이를 위한 인성동화 10
양승완 지음, 정주현 그림 / 소담주니어 / 2010년 4월
평점 :
주인공 해돌이가 어쩌다 도깨비 떼깨를 만나 꾐에 빠져 색깔도 잃어버리고 결국엔 왕따까지 되는 이야기가 아이들에게 몹시도 '위험한' 이야기로만 다가왔다.
고집쟁이가 되는 비결을 알려주는 책이라고나 할까.......
차라리 모르고 지나가면 좋을 이야기인데 오히려 알 것 모를 것까지 낱낱이 알려주는 책처럼 말이다.
물론, 엄청난 고집과 떼로 일찍부터 부모의 두 손 두 발을 들게하는 아이들이 적지 않은 요즘이다. 아닌게 아니라 나의 어릴 때만 해도 형제가 서넛이 보통이었으니 요즘처럼 독자에 독녀가 보통인 때와는 달라도 다르지 않았을까??
돌이켜보면, 나 역시 그 시절 흔치 않았던(희귀종같은?) 존재였다고나 할까? 전교에서도 몇 명 되지 않는 무남독녀였으니 말이다. 새 학년 새 학기가 되어 가정조사를 할 때면 으레 나에게로 모아지는 시선들. 마치 별종을 보는듯한.....
나는 그런 시선이 싫어 때로 거짓말을 하고는 했었다. 그럴싸하게 오빠가 둘 있노라고....
고학년이 되어서 다른 학교 아이들과 함께 놀 때면 내가 쌍둥이라며 연극을 펼치기도 했었다. 하루는 언니인 척, 또 하루는 동생인 척... 지금 생각하면 참 우습지도 않은 일이지만, 다들 형제자매가 있는데 나만 혼자라는게 그렇게 싫었던 탓이리라.
아무튼, 나 역시도 혼자이다보니 고집이 별나긴 했었던 것 같다. 하루는 엄마를 따라 미장원에 가서 앞머리카락을 잘랐는데 집에 와서보니 너무 짧았던 것. 너무 속이 상해 밤늦게 까지 투정을 부리고도 아침에 일어나 아버지가 출근하시고나자 엄마에게 또 투정을 부리기 시작했다. 방바닥에 누워 농짝에다 다리를 뻗대면서 학교에 안 간다고, 아이들보기 너무 창피해서 못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엔 엄마도 어린 딸아이가 하는 투정으로만 여기고 대수롭지않게 여겼는지 저러다 말겠지 하는 마음에서였는지 그다지 적극적(?)으로 달래주지 않았던 것 같다. 그까짓 머리카락이 뭐 대수라고... 처음엔 그저 가볍게 시작했을 투정이 짜증이 되고 또 떼가 되고 급기야는 아무 반응도 없는 엄마에 대한 분노로 무한 고집이 발산되었다. 결국엔 그날 나는 학교에 가지 않았다. 아니 지금 생각해 보면 못 간 것인지도 모른다. 괜히 투정을 부렸다가 엄마의 시원찮은 반응이 괘씸해 결국엔 결석을 하고 말았으니 말이다.
하여간, 고집이라하면 에피소드처럼 떠오르는 어린시절의 추억 한 토막인데, 책머리에 '고집은 집안에서 엄마 아빠와의 갈등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학교에서 친구들과의 갈등 때문에 생기기도 합니다'라는 글귀가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내 어린시절의 추억도 생각해 보면, 처음엔 짧은 머리카락때문이었지만 나중에는 엄마에 대한 서운함과 괘씸함(나를 적극적으로 달래주지 않은 또는 나의 속상한 마음을 몰라주는 것)에 대한 쓸데없는 고집에 불과한 것이었으리라.
이 책의 주인공 해돌이는 평소 '신중하고 침착하고 겸손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아는' 애(본문 131쪽 혜진이의 말에 따르면) 였으나,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틀린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는 준호가 남의 집에 와서도 콩밥이 싫다며 숟가락을 팽개치는 모습을 보며 너무 멋있다고 생각한다. 당당한 준호의 몸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오고 있다고까지 생각하는 준호는 한 번도 엄마 아빠에게 자신의 주장을 펼쳐본 적이 없는 겁 많고 별볼 일 없는 아이라고 느낀다.
엄마가 준 곰돌이 우산을 마지못해 들고 학원으로 가던 해돌이가 탈출하듯 우산을 팽개치고 달려간 뒷산의 낡은 정자에서 만난 도깨비 떼깨로 인해 놀라운 변화를 겪게된다. 도깨비 떼깨의 꾐에 빠져 거래를 하게된 해돌이. 다름아닌 자신이 원하는 일만 하게 해주는 개암목걸이를 갖게 된 것. 그러나 그에 따르는 댓가는 만만치않다. 왜냐하면 개암열매를 깨물 때마다 해돌이가 볼 수 있는 색깔은 하나씩 사라지는 것!
색깔을 구별하지 못하는 도깨비 떼깨가 색깔을 빼앗아 가기때문이다.
처음 한두 번은 그동안 억눌렸던 마음에 자유의 단비가 내리듯 개암나무를 깨물어 얻게 되는 결과가 만족스럽기만 한 해돌이. 그러나 색깔을 하나씩 잃어갈 때마다 왠지 마음이 불편하다. 더불어 엄마와 반 아이들과의 관계도 더 엉망진창이 되어간다.
처음의 향기롭기만 했던 개암나무의 신통한 효력은 결국 해돌이를 왕따로 만들어 버린다. 그제서야 후회와 두려움이 밀려오는 해돌이. 엄마의 도움으로 진짜 왕따 도깨비 떼깨를 혼내주고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이다.
두 개의 뿔을 가진 도깨비 떼깨가 등장해 우리의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이야기와 함께, 고집과 관련해서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잠깐!>코너에서는 자칫 고집과 헷갈릴 수 있는 신념, 고집과 닮아있는 권위주의, 고집의 부정적인 의미, 진정한 자존심과 용기의 의미 등을 깨우쳐 준다.

고집의 의미: 무언가를 굳게 믿고 그 주장을 굽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무시하는 자기 혼자만의 생각이라는 부정적인 의미를 강하게 갖고 있다.

진짜 왕따 도깨비인 떼깨의 꾐에 빠져 위험한 거래를 하게 된 해돌이

도깨비 떼깨가 준 개암열매 목걸이가 있어 전과 달리 아이들 앞에서도 주눅들지 않고 엄마 앞에서도 마냥 고분고분하지 않다.

책 뒤에 마련된 <나의 고집 지수>를 알아보는 테스트~

딸아이의 결과는 7개로 '조금만 더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를 가지세요'라고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