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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 별장의 쥐
왕이메이 글, 천웨이 외 그림, 황선영 옮김 / 하늘파란상상 / 2010년 4월
평점 :
환한 초록빛 표지에 가벼운 수채화 느낌이 물씬 풍겨나온다.
코 끝에 걸친듯한 안경은 한눈에 보기에도 돋보기임을 짐작케 하는 머리카락이 희끗한 할머니의 무릎에 앙증맞게 올라선 쥐가 아마도 '장미 별장의 쥐'인가보다.
홀로 도시 밖 작은 별장에 살고 있는 장미 할머니는 혼자 살다 보니 말을 할 일조차 별로 없다. 그나마 상처 입은 달팽이나 새, 강아지, 젊은이를 돌봐준 적도 있었지만 모두들 상처가 낫자마자 별장을 떠나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장미 할머니가 무척이나 쓸쓸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그림마저도 이층 창가에서 떠나가는 달팽이와 강아지, 젊은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는 장미 할머니라니.......
어느 해 겨울, 남의 집 쌀을 몰래 가져다 쌓아놓는 습성때문에 사람들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던 쌀톨이가 장미 할머니의 별장 문을 두드린다. 바퀴 마저 하나가 빠진 낡은 가방을 들고 나타난 쌀톨이에게 장미 할머니가 바란 것은 별장의 울타리와 대나무 발을 갉아먹지 말라는 것!
할머니의 식탁에 올라 앉아 할머니가 준비해놓은 빵을 맛나게 먹는 쌀톨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그윽한 눈빛에는 추운 겨울을 함께 보낼 친구가 생겨서 기쁜 할머니의 마음이 온전히 담겨있다.
에궁.. 그런데 지하 창고에서 겨울을 보낸 쌀톨이가 봄이 된 어느 날부터 아예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 남의 집에서 가져온 쌀로 술을 담아 배가 부르도록 먹느라 장미 할머니와 밥도 같이 먹지 않는 쌀톨이. 알딸딸하게 술에 취해 날파리가 바글거리는 전등불 옆에서 잠들어 있는 쌀톨이의 모습이 그야말로 가관이다.
더욱이 잼을 가지러 지하 창고에 내려간 장미 할머니에게 발견된 쌀톨이는 죽은 걸로 오인되어 자칫 구덩이에 묻힐 뻔 한 사건이 일어나고 만다. 장미 할머니는 쌀톨이가 죽지 않은 것을 보고 다행이라고 여겼을테지만, 쌀톨이는 자기를 위해 울어주는 할머니에게 감동하여 술까지 끊게 된다. 그야말로 감동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장미 할머니의 별장 문을 두드리는 고양이 뚱이. 하지만 이미 장미 별장에는 쌀톨이가 살고 있으니 집 안으로 들어오기란 쉽지 않을 터.. 역시나 장미 할머니는 뚱이를 집 안으로 들이지 않는다. 심술이 난 뚱이는 지붕에 올라가 쾅쾅거리기며 할머니를 괴롭힌다.
달빛에 비친 뚱이의 커다란 그림자에 깜짝 놀라기도 하지만 결코 그런 뚱이를 나무라지 않는 장미 할머니.
'사실, 어두운 밤에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지요.'라는 글귀에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차라리, 뚱이의 심술이 외로운 것보다 낫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심술을 부리는 뚱이의 마음이 몹시도 외로운 탓이라 생각하는 걸까?
문득, 처음 책을 읽으며 장미 별장에 혼자서 살아가면서 이따금 다친 동물이나 사람들을 돌봐주는 장미 할머니가 무척 외로울 거라고 짐작했던 것이 떠올랐다. 하지만, 어쩌면 할머니는 그렇게 외롭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이미 외로움을 초월하고 있었을지도........상처 입은 동물들과 사람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며 그들의 외로울 지도 모를 마음까지도 치료해 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니 장미 할머니는 결코 외롭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뚱이에게 장미 별장을 양보하고 별장을 떠났던 쌀톨이가 장미 할머니를 그리워하며 돌아와 장미 할머니가 없는 장미 별장을 꼼짝 않고 지키고 있는 뚱이와 함께 앉아 긴긴 눈물을 흘리는 뒷모습에 장미 할머니의 말 없는 그러나 넉넉한 사랑이 몹시도 진~하게 느껴진다.

장미 별장에서 홀로 사는 장미 할머니가 혼자라고 느끼지 않았던 것은 상처 입은 달팽이와 새, 강아지 그리고 젊은이를 돌봐 주던 시간... 그러나, 상처가 낫자마자 모두들 별장을 떠나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어느 겨울, 장미 별장을 찾아온 쌀톨이를 안경 너머로 바라보는 장미 할머니. 왠지 둘의 모습이 닮아있다.^^
겨울을 보내기 위해 지하 창고로 내려가는 쌀톨이를 바라보는 장미 할머니의 표정에 섭섭함이 느껴진다.

술에 취해 잠든 쌀톨이를 죽은 줄만 알고 새하얀 장미 넝쿨 아래 구덩이를 파고 묻어주려는 장미 할머니. 그러나 차마 묻지 못하고 두 손 고이 쌀톨이를 바라보는 할머니의 눈가엔 눈물이 흐른다.

장미 할머니가 받아주지 않자 화가난 고양이 뚱이는 별장의 지붕 위에 올라가 쿵쾅거리며 돌아다니기도 하고 또 달빛에 비친 커다란 그림자로 장미 할머니를 놀라게 한다.
하지만, 장미 할머니는 그런 뚱이를 나무라지 않는다.
어두운 밤에 가장 무서운 것은 외로움이란 것을 이미 알기에.......
장미 울타리에 올라가 꽃잎을 마구 뜯다가 가시에 찔려 다친 뚱이의 발을 치료해 주는 장미 할머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쌀톨이가 뚱이에게 장미 할머니를 양보라도 하듯 낡은 가방을 끌고 장미 별장을 떠난다.
그러나 쌀톨이의 표정엔 아쉬움이 가득하다.
(장미 할머니랑 뚱이랑 쌀톨이랑 왜 함께 살면 안 되는 거지??)

떠돌아 다니면서도 장미 할머니를 그리워 하며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은 쌀톨이와 장미 넝쿨 아래 꼼짝 않고 앉아 할머니의 장미 별장을 지키고 있는 뚱이가 왠지 닮은 모습이다.

이제 더 이상 장미 할머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쌀톨이가 뚱이 옆에 앉아 긴긴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가슴이 짠~해져 온다.
쌀톨이와 뚱이를 저토록 울게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