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모 짝 되기
이향안 지음, 오은선 그림 / 현암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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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학년 5반의 짝 바꾸는 날. 이슬이는 혹시 민지보다 작을까봐 조마조마한 마음을 숨기고 깨금발까지 해가며 마침내 민지보다 키가 큰 것을 인정받는다. 왜 그렇게 이슬이는 키가 크려고 했을까? 

기억을 더듬어 보면 나 역시도 아이들보다 조금이라고 크고픈 마음에 복도에 한 줄로 늘어서 키 순서대로 서는 날에는 허리도 쭉 펴고 고개도 쑥 빼던 초등학교 시절이 어렴풋하게 떠올라 이슬이의 마음이 한편으로는 알 것도 같았다. 하지만,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한 명 많은 이슬이네 반은 가장 키가 큰 이슬이 혼자서 앉게 된다. 그렇다면 왜 이슬이는 짝도 없는 것을 알면서도 키가 크려고 했을까? 다시 한 번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한 달 전에 사라진 아이 광모, 이슬이의 단짝이었던 광모와 앉기 위한 이슬이의 행동이었음을 곧 알게 되지만, 도대체 왜 광모가 사라지고, 또 이슬이는 그런 광모의 짝이 되려고 기를 쓰는 것일까.......

꼬리를 무는 궁금증에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데.... 이슬이가 들려주는 광모 이야기에 어느새 마음 한 구석이 찌르르 해온다.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광모. 모두가 광모의 죽음으로 슬퍼하지만 단짝이었던 이슬이는 한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해버린 듯하다. 그리고, 변함없이 이슬이 앞에 나타난 광모. 다른 아이들이나 선생님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이슬이의 눈에만 보이는 광모.  

이슬이의 눈에는 또렷이 보이는 광모를 아무도 보지 못하자, 투명인간이 된 것이라 생각하는 이슬이는 변함없이 광모의 단짝이 되기를 마다하지 않는다. 자신이 투명인간이었던 외로운 그때 유일하게 이슬이를 알아보고 먼저 손을 내밀어 주었던 광모를 위해 이번에는 자신이 광모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슬이의 마음에 마음조차 울컥해진다. 

반아이들이나 선생님 그리고 엄마까지도 이슬이의 특이한(?) 행동을 그저 광모에 대한 그리움이나 충격으로만 생각해서일까.... 점점더 투명인간 광모와 비밀스런 단짝이 되어가는 이슬이에게 걱정을 느끼게 될 무렵 원우가 이슬이에게 또 다른 손을 내민다. 아.. 얼마나 다행인지...
원우 역시 광모와의 추억을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었던 것일까.....

이슬이의 마음이 슬며시 열리기 시작한다. 둘이서 광모와의 추억이 깃들어 있는 굴참나무 숲길도 거닐며 어느새 광모의 자리엔 원우가 앉아있어도 화를 내지 않는 이슬이. 

광모와 함께 만들었던 눈사람을 냉장고 속 냉동실에서 꺼내 기울어가는 햇살에 눈사람이 소리 없이 녹아내리는 것을 보며 가슴 깊숙이에 깃들어 있던 광모에 대한 그리움도 함께 하늘로 올려보낸 것일까....
원우와 굴참나무 길에서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이슬이의 얼굴엔 어느새 웃음이 피어오른다.  

작가의 어릴적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썼다는 이슬이와 광모의 이야기가 더욱 가슴을 찌르르하게 울린다. 요즘처럼 아이들의 삶도 어른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광모가 교통사고로 어이없이 이슬이의 곁을 예고도 없이 떠난 것처럼 실제로 이런저런 이유로 아이들은 갑작스럽게 생을 달리하기도 한다. 생각조차도 하기 싫은 끔직한 범죄가 끊이지 않는 요즘의 세상이라니....... 

한편으로 아직 어린 아이들에게 끔찍하기만 한(굳이 들려주지 않아도 좋을)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에 불편한 마음이 생길 수도 있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현실적인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광모의 자리에 원우가 대신(?)하며 이슬이의 아픔도 치유되는 듯하지만.. 결코 '광모 대신'이 아닌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가슴 속의 상처도 아물어 가는 것임을 깨닫게 하는 찡~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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