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죽을 때까지 여자로 산다 - 아이 없는 여성에 대한 8가지 편견
수지 라인하르트 지음, 강혜경 옮김 / 수북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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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젯밤 딸아이가 뜬금없이 '엄마 만약에 누가 세 가지 소원을 들어준다면 뭐라고 할거야?'라고 묻기에 속으로 다소 의아했지만, 잠깐의 생각을 한 후 거침없이 '첫째는 다음에 태어나면 남자로 태어나게 해달라는 것, 둘째는 결혼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 셋째는 아이를 낳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대답해 주었다. 솔직히 약간의 우려(?)가 마음 한 켠에 꿈틀거리고 있었지만, 딸아이가 사춘기의 증세를 보이면서부터는 모녀관계에서의 대화보다는 여자대여자로서의 대화를 지향하고 있는(순전히 나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생각에서의 솔직한 대답이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딸아이의 같은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가족의 건강이니 딸아이의 성적 등등에 관련한 것이었다. 이것 역시 온전히 나의 솔직한 마음은 아니었음에도 왠지 딸아이에게는 그렇게 대답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 말이다. 

하지만, 사춘기와 함께 이제는 엄마의 품이나 가족의 울타리보다 제 자신에 대한 관심이나 바깥 세상에 대한 호기심이 무럭무럭 자라는 딸아이에게 더이상 가식 또는 위선(아니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함을 참아가며)적인, 이른바 사회에서 권장하는 정답(?)같은 것으로 마치 그것이 최선인양 세뇌시키고 싶지 않기때문이 나의 솔직함의 이유이다. 

솔직히 우리는 이 사회가 강요하고(물론 그럴싸한 제도와 관습으로 포장하여) 몰아부치는 모순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바람과는 먼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아니한가? 

최근 인구감소로 인해 비상이 걸린 정부에서 이런저런 혜택이며 제도를 내세워 여성에게 출산을 권장하고, 심지어는 법적으로는 금지되어 있으면서도 암암리에 자행되던 낙태금지도 그런 차원에서 수면 위로 드러내놓고 사회문제화 하는 실정을 보면 정말 쓰디쓴 웃음 밖에 나지 않는다. 

그러다 읽게된 이 책 '난, 죽을 때까지 여자로 산다.'.... 제목부터 왠지 강한 메시지를 느끼게 하는 이 책은 여자라면(정상적인?) 으레 적령기(이것 역시 ?)에 결혼하고 또 아이를 낳아 모성애를 팍팍 풍겨가며 아이를 키우고 또 남편을 위해 내조(이것도 ?)하는 것이 여자로서의 최선이자 대다수 여자들의 삶임을 철칙 여기는 요즘 사회에서는 다소 반사회적인 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느새 여자로 사십 년을 넘게, 그리고 결혼한 여자로 또 아이의 엄마로 십여 년을 훌쩍 넘게 살아온 내게는 그동안 당연시 여기며 살아온 사회의 관습이며 철칙이 일종의 사회를 유지하고 존립하기 위한 그누군가의 음모(?)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게한다.

물론, 인간이 사회를 이루고 살기 훨씬 이전부터 여자에게 출산이며 육아는 자연스런 삶의 모습이었겠지만, 지금처럼 집단적으로 강요하는 것이었을까 하는 의문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어쩌면 동물적인 본능에 의해(사회교과에서 배운 종족번식의 본능?) 남자와 관계를 맺는 그 결과로 얻어지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이지 않았을까. 그것조차도 동물적인 보호본능에 의한.... 동물들 역시 요즘의 모성애니 부성애니 하는 인간들보다 더욱 눈물겨운 자식사랑(아니 어쩌면 종족번식?)을 위해 목숨까지도 바치지 않던가.... 

여자가 아이를 낳지 않으면 칠거지악이라 하여 쫓겨나던 시절을 케케묵은 옛이야기라 한심해 할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요즘도 아이를 낳지 못하면 무슨 결점이나 있는듯, 시험관 시술같은 의학의 힘을 빌려서라도 아이를 낳으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고, 아이가 없는(안 생겨서건 계획에 의해서건) 부부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결코 곱지 않은 요즘이니 말이다. 

어느새 돌이키기에는 늦은 감이 있는 여자로서, 엄마로서의 삶을 살아온(사회가 요구한대로 그것이 최선의 삶으로 여기며) 내게 이 책은 정말 놀랍고 한편으로는 억울한 생각마저 들게한다.
결코, 여자에게 모성애는 하늘이 부여한 특권이 아니라는 것. 오히려 모성애가 없는 것이 훨씬 더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라는 것!

이 부분은 어느 것보다 그동안 '좋은 엄마, 좋은 부모'를 수없이 세뇌하며 마음 속의 온갖 갈등과 육체의 힘겨움을 잠재우며 버텨온 내게는 그야말로 엄청난 충격일 수밖에. 
그동안 아이를 낳았음에도 조금이라도 소홀한 주변의 엄마들을 보며 얼마나 한심해 했는데.. 그러면서 상대적으로 고통을 참으며 노력하는 나 자신을 다독이지 않았던가.... 

이 책에 담긴 다른 증언(?)들은-이를테면, 아이를 갖지 않는 열한 가지 이유와 같은- 차치하고라도 '모성애에 관한 일곱 가지 거짓말'은 아이를 낳고 살아본 지금까지의 경험자로서 100% 아니 1000% 진실(사실?)임을 증언하는 바이다.

"여성이 처한 운명이란 바로 영원히 끝나지 않는 전투 속에서 늘 다시금 고군분투하는 것이며, 어쩌다가 좀 유리한 상홍이 되어서도 결코 최종적인 승리는 그녀의 몫이 아니다. 주부들이 해야 하는 집안일은 끝없이 산 위로 돌을 날라야 했던 시지프스의 고통과 가장 흡사하다"고 여성의 운명을 냉정하게 비판한 보부아르야말로 여성에 대한 사회의 모순된 관습을 꿰뚫고 있지 않았을까..... 

요즘 사춘기로 정신없는(?) 딸아이가 언젠가 결혼이나 임신으로 고민한다면, 아니 그전에라도 성인이 되는 그 어느날 권해주고픈(아니 필독서로 건네주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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