얀 이야기 3 - 이스탄불의 점쟁이 토끼
마치다 준 글.그림, 김은.한인숙 옮김 / 동문선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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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아들고서야 이 책이 얀의 첫 번째 이야기가 아님을 비로소 깨달았다.-.-;
표지그림이 왠지 이쁘게만 다가와 덥석 읽겠다고 했던 내 경솔함을 탓하면서 앞부분을 읽어보니 다행히도 앞서의 두 이야기들과는 별개로 전개되는 이야기인 탓에 얀이 들려주는 세 번째 이야기 '이스탄불의 점쟁이 토끼'를 읽는데는 별지장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처 읽지 못한 두 이야기가 살짝 궁금해지기도...... 

러시아에서 망명한 고양이 얀...갈라탑 아래서 만난 갈매기에게 자신을 '끝까지 러시아의 대지에서 온 망명자라고 불러주기를 바라'며 끼닛거리를 위해서라도 마땅히 할 일을 찾아야 하는 이민자의 모습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내게는 생소한 '이스탄불'이라는 배경과 1920년대의 시대적 상황이 고양이 얀이 들려주는 점쟁이 토끼의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인 것 같아 잠시 찾아보니....아시아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해 흑해와 마르마라해, 에게해와 지중해에 둘러싸인 반도에 해당하는 소아시아에 전체 영토의 97%를 걸쳐있는 터키는 아르메니아와 그루지야, 이란, 이라크, 시리아 등과도 접해 있다. 

제1차 세계대전 후 소아시아 동부주의 총독으로 파견되어 터키의 삼순에 상륙한(1919년) 케말 파샤는 유럽 열강의 오스만투르크 분할에 반대해 터키혁명을 일으켜 마침내 오스만투르크 제국을 멸망시키고 터키 공화국을 설립하고 초대 대통령이 된다. 이때가 1922년이니... 망명자 얀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1920년 12월 초는 앙카라 정부를 지휘하던 케말 파샤가 이스탄불 정부를 부정하며 오스만투르크의 분할에 반대하던 중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러시아에서 망명한 고양이 얀이 마땅한 일을 찾지 못하고 방황하는 것은 당연할 터였다. 그러다 만난 아니 발견한 점쟁이 토끼의 한 마디 "보아하니 러시아 부근에서 흘러 들어온 모양이지?"에 그만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게다가 짐수레를 잃고 안절부절 못하던 당나귀의 짐수레를 발견하게 될 상황까지 딱! 들어맞추는 예언까지 하니 더욱 놀랍기만 하다. 

그 다음 날 본의아니게 점쟁이 토끼의 일을 도와주게 되는 얀. 처음엔 소리조차 제대로 못 내지만 어느새 그의 입에서는 "점치는 토끼예요~ 예니의 점치는 토끼랍니다~"라는 소리가 자연스레 흘러나온다.  

예니의 점치는 토끼 옆에서 일을 도와주며 그의 점치는 일을 지켜보는 아니 토끼가 시키는대로 예언을 전달하는 역할을 하며 반신반의 하는 얀. 하지만 신기하게도 토끼의 예언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 들어맞는다. 
그러다 어느날 온다간다는 말 한마디 없이 자취를 감춰버린 점치는 토끼는 무성한 추측만 남기고, 토끼를 기다리던 얀은 마침내 자신이 점치는 고양이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그게 가당키나 할까??
예배소의 까마귀에게서 배운 종이경단 점도 결국엔 얀의 차지가 되지 못한다. 

내게는 낯선 터키의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또한 금시초문(오래전 세계사 시간에 스쳐가듯 배웠을지도 모르지만 결코 생각조차 나지 않는..)의 시대에서 들려오는 고양이 얀의 이야기는 점쟁이 토끼의 뜻모를 예언만큼이나 뜬금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얀이 오가며 갈라타 다리를 오가며 들려주는 신시가지와 구시가지 곳곳의 거리풍경과 생소한 음식들이 터키라는 나라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만은 분명하다. 

'인생은 불가사의하고 앞일은 알 수 없는 거'라는 띠지의 말처럼 예정하지 않은 미래의 어느날 망명고양이 얀이 건넜던 금각만의 갈라타 다리를 건너고 갈라타 탑 아래서 갈매기와 시미트를 나눠 먹을지도 모를 일이라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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