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나타났다! - 제5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 문지아이들 99
이송현 지음, 양정아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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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앞서 책을 읽은 딸아이의 제비 아빠가 나오는 이야기라는 소리에 궁금증이 읽어 휘리릭~ 읽은 책이다. 

'춤을 위해 살고 춤을 위해 죽는다!'는 교훈을 내걸고 댄스 교습소의 춤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아빠와 그런 아빠가 부끄러운, 아니 그런 아빠를 제비네 딴따라네 하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이 싫은 아들 준영의 이야기가 한 편의 코미디를 보는듯 가볍다.
이른바 결손가정(엄마가 없는)이란 묵직한 주제임에도 주인공 준영이가 들려주는 춤 선생 아빠와의 하루하루가 조마조마하면서도 즐거운 소동같은 이야기이다. 

사실 아빠의 직업이 평범한(?) 일이 아님으로 인한 아들 준영의 마음고생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동네 사람들이 수근거리고, 게다가 준영이에게 엄마조차 없다는 것을 알면 더더욱 아빠의 직업을 입방아 찧어대기 때문에 말이다. 

그런 준영이의 마음에도 아랑곳않고 자신의 일을 사랑하며 자부심까지 가진 아빠. 그리고 그런 아빠와 준영을 걱정하는 교장 선생님이신 할아버지. 참으로 묘한 3대(代)의 모습이 주인공 준영의 학교와 아빠의 교습소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있다. 

엄마가 왜 아빠의 곁을 떠났는지 그 이유는 콕! 집어서 이야기하고 있지 않지만, 할아버지의 말씀으로 미루어 춤을 너무도 사랑하는 아빠와 그로 인한 경제적인 여건때문은 아니었을까.. 짐작하게 된다. 할아버지조차도 춤보다도 그로 인해 아빠와 준영이 가난하게 살까봐 더 걱정인탓에 춤을 싫어하는 거라고 아빠도 이야기한다. 

준영이 엄마도 없이 춤을 빼면 아들인 준영이가 철부지라고 생각할만큼 대책없는 아빠를 보살피며(?) 밝고 건강한 아이의 모습을 잃지 않는 것은 어쩌면 남들이 뭐라든 자신의 일에 한결같은 자부심을 가지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봉사활동까지 하는 아빠와 비록 따로 떨어져 살지만 항상 염려하는 또 하나의 가족인 할아버지가 있기때문은 아닐까..... 

비록 다른 이유이지만 할아버지가 교장 선생님이라는 것과 아빠가 댄스 교습소 선생님이라는 것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 준영의 모습에 살짝 마음이 아릿해 왔다.  

아빠의 직업이야 나 역시도 바른 인식이 부족해(어쩌면 그동안 TV드라마를 통해 편협한 생각에 빠진 탓에) 제비라는 말부터 떠올리게 되니 준영의 노심초사가 이해되지만, 교장 선생님이신 할아버지까지 반 아이들이 알게 될까봐 걱정하는 준영의 이유가 정말 애어른같은 생각에 대견스러움보다는 안타까움이 밀려왔다고 할까..... 

친구 채원이처럼 할아버지가 교장 선생님이라면 드러내놓고 자랑은 못할망정 그렇게 감출 일은 아닐텐데..... 교장 선생님이 자신의 할아버지로 밝혀진 후에 일어날 지도 모를 일들이 이래도저래도 걱정되기만 하는 준영의 고민에 아이들만의 모습이 아닌 우리들의 모습을 들여다보는듯 씁쓸하기도 하다.
준영의 고민처럼 가끔은 무엇을 해도 그 자신의 노력보다는 그가 가진 배경이나 다른 어떤 것때문이라고 의심하거나 몰아세우기도 하니까. 사실은 부러우면서 은근히 질투가 나기때문에 말이다.

결국은 준영의 들키고 싶지 않은 간절함에도 불구하고, 할아버지가 교장 선생님이라는 것과 아빠가 춤 선생이라는 것 모두 들통이 나지만.. 다행스럽게도 행복한 모습으로 할아버지와 아빠 그리고 준영이 모두 함께 신나는 춤을 추며 끝나는 이야기에 마음이 훈훈하다.

문득, 결손가정이라는 자체가 아이들을 힘겹게 하는 것이 아니라 결손가정의 주범(主犯)인 부모들이 더 아이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친다.

준영의 아빠처럼 홀로서라도 아이를 잘 키우겠다는 마음과 또 자신이 하는 일에 당당하고 자부심까지 가진 부모라면 어느 아이라도 준영이처럼 밝고 건강하게 자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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