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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밥이 되고 싶습니다 - 평생 '밥'으로 살았던 김수환 추기경의 삶이 담긴 이야기
김원석 지음, 박영미 그림 / 그린북 / 2010년 1월
평점 :
'바보 천사 김수환 추기경이 남긴 선물'이라는 부제탓일까.....
'밥'이 되고 싶다는 글귀에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지금 이시간에도 어디선가 추위와 배고픔으로 떨고 있을 이들의 모습이었다. 한마디로, 우리 사회에서 떳떳하게 함께 살아가지 못하고 주변인으로 또는 죄 지은 사람마냥 어두운 지하도 구석으로 숨어드는 가여운 사람들......
그들이 떳떳하게 우리와 함께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과연 그네들의 탓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나 역시도 이 사회의 숨겨진(아니 어쩌면 위장된?) 부조리를 전혀 몰랐더라면, 그네들의 잘못이라 탓하였으리라. 남들처럼 부지런하지도 열심이지도 않으니까 의당 그런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왜 열심히 노력하는데 남보다 못살 것이 무엇이냐고..말이다.
하지만, 결코 이 사회의 약자로 내몰리는 것이 그네들의 탓만이 아니란 것을 진작에 어렴풋이나마 알게된 나로서는 모순된 이 사회에 불시의 혐오감을 종종 느끼고는 한다. 물론, 자신의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스스로 약자로서의 길을, 마치 뜻한 바있어 택한 것처럼 구는 위선자들도 종종 있겠지만 말이다.
자본주의의 병폐인지 모순인지 아니면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한 피할 수 없는 현상인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이 가진 부(富)에 의해서건 지식에 의해서건 계급에 의해서건 계층간의 서열이 자연스러운 사회의 일면처럼 여겨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자신의 출생(탄생?)을 제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인간에게는, 어느 집안에 누구의 자식으로 태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그의 인생에 중요한 시작이고 기본일 터이다.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다'고 누가 말했던가?
자본주의 사회에 태어나는 이들에게는 결코 해당되지 않는 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문득 들고는 한다. 이미 자신의 부모가 속한 계층에 자식 역시 대물림을 하며 시작하는 인생이기에 말이다.
오래전 대학시절 산동네(이른바 꽃동네)라는 곳에 취재를 간적이 있었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의 현실을 알아보고자.......
그곳에서 대학 새내기로 미처 알지 못하던 사회의 어두운(?) 현실에 갇혀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비로소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안타까운 것은 그곳의 아이들. 이미 꽃동네를 벗어난 다른 곳의 아이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번번이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꽃동네라는 자신들의 영역 속으로 쫓기듯 돌아오는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는 사회라는 울타리가 그 어떤 것보다 높은 장벽처럼 여겨졌으리라.
그래서 그곳의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기위해 근방의 대학생들이 자원하여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치고 일나간 부모를 대신하여 오후 시간을 함께 보내기도 하던 모습도 발견할 수 있었다.
솔직히 그 당시만 해도 나는 그런 자원봉사하는 대학생들의 모습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다. 차라리 그 아이들에게 허기를 채울 수 있는 음식을 주는 것이 더 나은 것이 아닐까... 아무리 학교로 돌려보내도 그곳의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돌아오는 아이들에게 골방같은 곳에서 공부를 가르친들 당장 무엇이 해결될까 싶었다. 차라리 사회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도록 발로 뛰던지.. 하는 생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어느덧 이십 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그 대학생들이야말로 지식만 주었던 것이 아니라 학교에서도 적응 못하고 아무도 없는 집에서 외톨이들처럼 허한 아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온기를 불어넣어 주었으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들이야말로 사회로부터 외면당하는 아이들에게 따뜻한 마음이 담긴 밥이 되었으리라는 것을......자신들과 다른 누군가가 자신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을 함께 하고, 또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자신들의 공간(영역)으로 기꺼이 들어오는 사람들. 아마도 아이들은 그 대학생들로인해 사회로부터 받았던 싸늘한 소외감을 조금이나마 덜지 않았을까.....
'나는 밥이 되고 싶다'는 바보천사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을 글감으로 쓰여진 10편의 동화는 오래전 꽃동네의 꼬질꼬질했던 아이들에게 기꺼이 다가가 사회의 따뜻한 온기(사랑)를 전하던 대학생들을 생각나게 하였다.
배고픈 이들에게 '밥'이 되어주지는 못할망정 되레 약한 이들의 '밥그릇'마저 빼앗는 이기적인 사람들이 넘쳐나는 요즘, 그래서 더욱 가슴에 와닿은 김수환 추기경의 '밥이 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 가슴을 두드린다.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과 함께 하는 10편의 동화를 읽으려니 나도 누군가의 '밥'이 되고싶다는 간절함이 몰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