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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핀볼이 아니다 ㅣ 사계절 아동문고 77
베치 바이어스 지음, 김영욱 옮김 / 사계절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제목의 '핀볼'을 보자 언뜻 떠오르는 옛 추억 하나.
벌써 10년도 훨씬 더 된 과거의 일로, 처음 컴퓨터를 들여놓고 했던 게임중 하나가 바로 핀볼게임이었다. 화면가득 요상한 장치들이 마련된 당구대같은 바탕그림이 펼쳐지고 스페이스바로 파워를 조절하여 장전된 공(이른바 이것이 핀볼?)을 공격하여 점수를 얻는 게임으로 한동안은 어떻게 하면 점수를 많이 얻는지 방법도 제대로 모르면서 무조건 핀볼을 쏘아대기에 바빴다.
지금도 어디에 핀볼을 넣으면 얼마만큼의 점수를 얻게 되는지 모르기는 마찬가지이지만 옛날처럼 시간가는 줄 모르고 할 시절은 아니란 것은 분명하다.
십대인 딸아이가 이 게임을 보면 옛날의 나처럼 푹~ 빠져들어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할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핀볼'이란 낱말에 새삼스레 추억을 떠올리게 되니 반갑기만 하다.
그런데 대체 '우리는 핀볼이 아니다'라고 하는 그 이유는 무엇인고?... 그 이유가 궁금해서 바삐 책장을 펼쳤다.
위탁 가정에 맡겨진 세 아이들의 이야기.
아빠가 운전하는 새 자동차에 치여(비록 실수라고는 하지만) 두 다리가 부러진 하비.
두 살때 버려져 쌍둥이 할머니들인 벤슨 자매에게 발견돼 6년 뒤 쌍둥이 할머니들의 엉덩뼈가 부러져서야 공공기고나 사람들에게 발견된 토머스 제이.
악질 의붓아버지 러셀의 폭행을 참다 못해 이중 바닥 냄비로 후려친 칼리.
제각각 이유는 다르지만, 그들을 진정으로 보호해줄 부모나 보호자와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대신 보호를 맡아줄 메이슨 부부의 집으로 오게 되고, 함께 생활하는 동안 자신들을 돌아보게 된다.
무엇보다, 천방지축같은 칼리는 유일한 여자아이로 의붓아버지를 냄비로 후려친, 다소 폭력적이라 생각되었지만, 부러진 두 다리(그것도 자신의 아버지에 의해서)로 상처입은 하비와 쌍둥이 할머니들에 의해 세상과 격리된 채 살아온 토머스 제이를 대하는 모습은 여느 아이보다 배려심 깊고 푸근한 마음을 가졌음을 알게 된다.
때로는 엉뚱한 말과 대책없어 보이는 행동으로 하비와 토머스 제이의 경직된 마음조차 서서히 풀리게 하는 칼리.
당분간이긴 하지만 그들에게 따뜻한 안식처가 되어준 메이슨 부부의 조용한 눈길과 드러나지 않는 손길에 의해 세 명의 아이들은(좀더 확실히 말하자면, 칼리는) 자신들이 결코 '핀볼'처럼 누군가에 의해 마구 굴러다니는 존재가 아님을 또한 깨닫는다.
솔직히, 핀볼같은 아이들이 어디있으랴. (여기에서 핀볼이라 함은 어른들에 의해 함부로 다루어지는 존재와 같은..)
딸아이를 키우고 있는 부모의 입장에서 보자면, 아이들은 어른들이 조정하고 쏘아대는 핀볼이 아니라 오히려 식물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때로는 결코 평범한 식물이 아닌......
말 그대로 식물이야, 키우는 사람이 거름을 주고 보살피는 정도에 따라 좋은 열매를 맺기도 하고 또 부실한 열매를 맺기도 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어른들의 가르침이나 보살핌에 따라 식물과 달리 열매를 맺고 못 맺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예측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결코 상상조차 하기 싫은 일이지만, 때로는 부모조차 몰라보고 범죄를 저지르고, 반사회적인 일탈을 일삼기도 하고......
그래서일까..."노력하는 한 우리는 핀볼이 아닌 거야(166쪽)'라는 칼리의 말이 대견하기보다는 오히려 가슴 한 켠이 아프게 한다. 더이상 핀볼이 되고 싶지 않은 주문처럼 들려오는 까닭에....
진정으로 아이들을 위한다는 세상(어른)이라면, '노력하지 않아도 너희들은 핀볼이 아닌 거야'라고 말해주어야 하지 않을까... 너희들은 자체로 의미있고 또 소중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