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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이지신 호랑이
이어령 엮음 / 생각의나무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이유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리 민족은 호랑이를 두려워하면서도 또 좋아하지 않았던가.......
이 땅에서 한국의 호랑이가 끝내(?) 자취를 감추었음에도 (물론 동물원 곳곳에 호랑이가 살아있고, 아직도 일부에서는 이 땅 어딘가에 살고 있을 호랑이를 추적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우리 민족의 가슴 깊은 곳에는 호랑이와의 동거를 바라마지 않는가.
어찌보면 우리 민족은 신기하리 만큼 호랑이를 가까이에서 두고자 하는 것 같다. 단군신화에서는 호랑이가 아닌 곰이 여자(웅녀)가 되어 환웅과 결혼하여 우리의 조상인 단군왕검을 낳았는데도 불구하고 어찌하여 승자이자 직접적인(?) 조상일지도모를 곰보다 호랑이가 더 우리의 의식이며 생활 깊숙이 파고들게 되었을까?
심지어 우리 땅의 생김새 조차도 호랑이의 모습 그대로 라고 하니....(물론 어렸을 때는 일제식민 잔재로 인해 토끼모양이라고 배웠지만) 생각할수록 단군신화에서만큼은 승자가 되지 못하고 우리의 조상이 되지 못한 것이 기이하기만 하다.
아무튼, 2010년이 60년만에 맞이하는 백호띠의 해라고 하니 그 어느 때보다 호랑이에 대한 관심이 드높은 요즘이다. 정식으로 백호띠의 해가 되려면 아직 이십 여일이 남았음에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호랑이에 관한 이야기들.
그래서 더욱 반가운 <십이지신 호랑이> 책이다. 처음엔 이어령 교수님의 글이라 생각했는데 책을 마주하고 보니 책임편집을 맡아 머리글 <호랑이의 한중일 문화코드>를 쓰셨다. 본문의 각부, 호랑이의 생태와 어원/ 호랑이 이야기/ 호랑이와 신앙/ 예술과 호랑이/ 호랑이와 일상생활 등은 제각각 글쓴이가 나누어 싣고 있어, 글을 읽는 동안 조금씩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제일 관심있고 재미나게 읽은 내용은 제2부 <호랑이 이야기>로 특히 우리의 문학과 설화 속에 등장하는 호랑이이다. 익히 알고 있는 옛이야기 속에서 만나는 호랑이는 다시 읽어도 재미있고 또 그 속에 담긴 의미까지 파헤치니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중국과 우리나라에는 있는 호랑이, 신기하게도 일본에는 호랑이가 없다는 것도 얼마 전에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을 통해 다시금 확인하게 된다. 더불어 일본의 옛이야기에 나오는 호랑이는 그래서인지 왠지 종이호랑이같은 가벼운 느낌이 난다.
문득, 자신들의 땅에는 없는 신성한 호랑이를 질투라도 했을까...... 우리 땅을 침략해 호랑이를 몰살시켜 종국에는 우리에게서 호랑이를 사라지게 한 것은 어쩌면 극도의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부에서는 우리 민족성을 말살시키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고 하지만 말이다.
때로는 인간에게 신과 같은 존재로 경외의 대상으로 칭송받으면서도 또 때로는 해학과 질타의 대상으로 상징되었던 호랑이. 특히 '아주 드물게 보이는 백호의 출현은 어진 정치나 덕스런 다스림의 상징이 된다(97쪽).'는 구절이 그 어느 이야기보다 반가웠다.
철 모르는 어린아이들에게 '호랑이 담배 먹던 옛날옛날에~'로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으시던 할아버지 할머니의 구수한 옛이야기 속에 등장하여 우리에게 웃음도 주고 재미도 주며 처음 기억속에 자리매김 하던 호랑이. '물 떠난 고기 집 떠난 토끼같은 백성(64쪽)'이 따로 없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어질고 덕스런 다스림의 상징이라는 백호의 우렁찬 포효가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