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꿀꺽했을까? - 문자도 우리 문화 그림책 15
박연철 글.그림 / 사계절 / 2010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제목의 '엄펑소니'란 말에 무척이나 호기심이 동했던 책이다.
엄.펑.소.니.
처음 만난(발음해 보고 들어 보는?) 낯선 단어에 막연히 영어같은 외국어가 아닐까...짐작했는데 놀랍게도 '음흉하게 남을 속이고 골탕 먹게 하는 짓. 또는 그런 솜씨'나타내는 엄연한 우리말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몇십 년을 살면서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을까 자못 놀랍기만 하다. 

아이들의 동화에서 가끔 거짓말쟁이의 대명사로 쓰이고는 하는 피노키오. 과연 피노키오는 왜 엄펑소니를 삼켰을까... 더욱 궁금증을 부채질한다.  
그리고 바쁘게 책을 펼치자 예기치 못한 사건!

딱딱한 앞표지를 넘기자 어느새 주르륵~ 아래로 흘러내리는 책장에 옆에 있던 딸아이도 깜짝 놀랐다. 정말 대책없이(?) 흘러내린 책장을 주워 모으며 '혹시 병풍책?' 하며 우리 모녀의 시선이 부딪쳤다.^^;
차분하게 조심조심 책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책장을 넘기려니 정말 병풍책이다. 끝도 없이(?) 하나로 길게 이어진 병풍같은 책. 하지만 눈에 들어오는 그림이 왠지 낯설다. 

까만 우산을 쓴 남자(할아버지?)의 우산 위에만 물음표가 가득하다. 정말 궁금하다??
내기를 좋아하는지 내기쟁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할아버지가 큼지막한 주사위를 들고 나와 내기를 하잔다. 

여덟 가지 이야기를 들려줄테니 이야기마다 들어있는 거짓말에 속으면 우리가 지는 거고, 속지 않으면 이긴단다. 그리고 우리가 이기면 커다란 엄펑소니를 주고, 지면 할아버지의 부탁을 들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내기 시작! 

처음 내기부터 심상치 않다. 정말 낯설고 의아한 그림이 시선을 끈다. 하지만 이야기는 짧고 쉽다. 그런데 이야기 위에 있는 그림인듯 글자인듯한 무엇인가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생각보다 내기쟁이 할아버지의 문제는 쉽다. 그래서인지 이야기마다 들어있는 거짓말에 속는다는 것은 어림도 없다. 그런데 가끔 코가 길어진 피노키오가 등장한다. 아마도 피노키오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내기쟁이 할아버지의 여덟 가지 이야기가 쭈욱~ 계속되고, 마침내 내기는 끝이 난다. 물론 딸아이도 나도 속지 않았다.

내기에 진 내기쟁이 할아버지는 약속대로 '엄펑소니'를 준다고 해놓고 피노키오가 꿀꺽~해 버렸다고 한다. 엄펑소니는 피노키오 몸 어디에 있다면서....
또, 혹시나 속은 사람에게는 이 이야기를 쓴 사람(작가?)를 너무 미워하지 말라고 한다. 왜???

그리고 다음 장을 펼치면 이상한 옷을 입고 있는 피노키오가 나온다. 어느새 길었던 코는 줄어있다. 딸아이는 '나 이거 알아~'라며 반가워하며 얼른 책을 끌어당겨 눈 아래에 가져간다. '바코드처럼 생긴 이건 글자야~'라고 말하더니 '엄펑소니는 의뭉스럽게 남을 속이는 짓을 말해.'라며 또박또박 읽어낸다. 

흠... 책내용 어디에도 '문자도(효제문자도)'니 '팔도리(여덟 가지 도리)'에 대한 설명은 없다. 다만, 책의 책등과 앞표지 위에 <우리문화그림책15 문자도>란 표기를 통해 조선시대에 널리 유행했던 민화의 한 종류였던 문자도에 관한 그림책임을 알게 된다. 더불어, 여덟 가지 문제는 조선시대의 유교적인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효(孝), 제(悌), 충(忠), 신(信),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여덟 가지 도리에 관한 내용이란 것을 인터넷서점의 <책소개>코너를 통해 비로소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심상치 않은(?) 책을 만든 작가의 의도는 무엇일까?
새삼 내기쟁이 할아버지가 '이 이야기를 쓴 사람을 너무 미워하지 말라'는 부탁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이 책의 주요 독자인 초등생 아이들에게 작가는 과연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우리의 문자도에 대해? 아니면 여덟 가지 도리에 대해? 
아니면 스릴러 영화의 거장 히치곡을 알려주고 싶었을까?
앤디 워홀의 팝아트를 보여주고 싶었을까?
'엄펑소니'의 뜻에 대해? 피노키오의 코가 길어지는 이유를? 

문득, 작가가 너무 욕심을 부린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드는 약간은 아쉬움이 남는 책이다. <문자도>와 <팔정도>에 대한 좀더 친절한 안내(상세한 풀이)가 아이들의 눈높이로 더해졌더라면 하는...... 한편으로는, 한참 호기심 많을 아이들에게는 무궁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킬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본문 중의 <효제문자도>



피노키오의 몸통에 숨겨진 엄펑소니의 뜻~
'엄펑소니는 의뭉스럽게 남을 속이는 것을 말해'



내기쟁이 할아버지로 등장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
이야기에 속지 않으니 짐짓 새치름한 표정이다...



여섯 번째 도리 의(義)에 등장한 조연(?) <서당>의 훈장님~
히치콕 감독 대신 내기쟁이 할아버지로 강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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