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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가사리 ㅣ 미래의 고전 15
강숙인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1월
평점 :
흔히 '불가사리'하면 퍼뜩 떠오르는 것은 바닷속에 살고 있는 별모양의 생물체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그러나 우리의 이야기(신화)에 한 번쯤 귀를 기울이거나 부지런히 탐색을 해보았다면 바닷속에서 조개류를 먹으며 살아가는 극피동물이 아닌 '쇠를 먹는' 불가사리를 들어보았으리라.
특이하게도 '쇠를 먹는다'는 불가사리는 고려왕조가 무너져갈 무렵, 코끼리 몸에 소의 발, 곰의 목에 사자 턱, 범의 얼굴에 물소의 입, 말의 머리에 기린의 꼬리를 단, 도무지 상상조차 어려운 모습으로 나타나 온갖 쇠를 다 먹어치웠다는 전설속의 동물이다.
사람들이 오래전 전설속의 불가사리를 잊지 않고 이야기로 살려오는 것은 아마도 '쇠'를 먹는 불가사리가 힘없는 사람들을 해치지 않고, 무섭고 두려운 전쟁조차도 스러지게 만드는 '쇠'를 먹는 그 놀라운(?) 능력에 있지 않았을까......당시로서는 무엇보다 백성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온갖 전쟁으로부터 말이다.
아무튼, 우리의 전설속에서 어쩌면 힘없는 백성들의, 전쟁없는 평화로움을 향한 염원을 담았을지도 모를 '불가사리'가 강숙인 작가에 의해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곁에 나타났다.
과거의 '뭉친 밥알'에서 태어난 불가사리가 아니라 강숙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는 나무인형으로부터 태어난 불가사리이다. 더불어 전쟁이 싫어 '쇠'를 먹어치우라는 염원에 더하여 간절하고 애틋한 사랑까지 담아서.......
이미 강숙인 작가의 <아, 호동왕자> <마지막 왕자> <청아 청아 예쁜 청아> <지귀,선덕여왕을 꿈꾸다>와 같은 몇 작품을 마나본 터라 더욱 반가웠다.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의 한 조각을 새롭게 풀어내는 이야기에 새삼 우리 역사에 대한 궁금증과 더불어 한 발짝 다가서게 하는 강숙인 작가.
이미 불가사리 전설을 알고 있는 장이가 부쇠와 연두의 가족이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에는 부쇠의 은혜에 대한 감사와 연두에 대한 애절한 사랑이 결국엔 그를 또 하나의 불가사리로 태어나게 하고... 인간들의 탐욕이 배어있는 쇠를 먹어치움으로써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지만 결국엔 또다른 탐욕에 희생이 되고야 마는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과거의 전설 속에서도 또 새롭게 태어난 강숙인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도 결국엔 토사구팽(兔死狗烹)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불가사리. 이렇게 또 우리는 어떤 무기로도 죽일 수 없는 불가사리(不可殺伊)조차도 죽이는 인간의 고약한 욕망에 대하여 다시 한 번 움찔한다.
어쩌면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쇠'를 먹는 불가사리가 아니라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먹어치울 불가사리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특히, 요즘같은 시절엔 더더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