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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질을 벗겨라! ㅣ 시공 청소년 문학 35
조앤 바우어 지음, 이주희 옮김 / 시공사 / 2009년 10월
평점 :
절판
'껍질'을 벗겨야 하는 것은 비단 앞표지 그림의 사과와 같은 과일이나 각종 제품을 싼 포장지뿐만은 아닐 것이다.
'껍질을 벗겨라!'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진짜로 허울의 껍질을 벗겨야 할 것은 각종 대중전달매체가 아닐까 싶다. 특히, 생생한 진실을 가감없이 있는 그대로 전달해주어야 하는 뉴스와 신문들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의 뉴스와 대중신문들은 그 신뢰도와 진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게 한다. 과거의 신문이나 잡지와 같은 종이매체가 아닌 인터넷과 같은 거대한 통신망으로 전달되는 온갖 뉴스는 일일이 확인하고 따라잡기에도 벅찬 시대이다.
하루에도 무수히 쏟아져 각 포털의 첫머리를 장식하기도 하고 수많은 네티즌들을 끌어들이는 뉴스며 화제거리들에 가끔은 회의가 들기도 한다. 사실 뉴스같지도 않은 뉴스, 기사같지도 않은 기사들에 아까운 시간을 빼앗기기도 한다. 한마디로 쓰레기같은 기사거리들. 참, 요즘엔 쓰레기도 잘만 활용하면 자원이 되고 에너지도 된다고 하는데...허섭쓰레기같은 기사며 뉴스들은 아까운 시간만 훔쳐가는 도둑과 다를 바없다.
영국의 정치가이자 소설가인 리턴(Edward George Earle Bulwer-Lytton)이 남긴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명언은 언론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 기정 사실로 우리들에게 인식시켜 주지 않았던가. 바로 껍질을 벗기라는 이 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말이다.
뉴욕 주의 배인스빌. 사과를 생계 수단이며 생활의 중심으로 여기며 살아가는 과수원 마을에서 일어나는 사건으로 우리는 진정으로 강한 펜의 의미를 깨우치게 된다. 한마디로 펜도 펜 나름인 것이다. 어떤 펜은 진실을 왜곡시키고 사실을 덮으려하지만 어떤 펜은 최후의 진실까지도 밝혀내고자 한다. 그것이 바로 칼보다 강한 진정한 펜일 것이다.
주인공 힐디는 배인스빌 고등학교의 신문 <핵심>의 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그녀는 사람들이 '힐디 비들, 너는 꼭 네 아버지 같구나.'라고 말하는 것에 대해 그녀가 아버지처럼 끈질기고 불의에 굴하지 않으며 늘 진실을 찾는다는 뜻이라 생각하며 기꺼이 그 말을 받아들인다. 기자였던 그녀의 아버지는 3년 전에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지만 그녀의 가슴에 문득문득 살아있음을 느끼는 힐디.
30년 전 원인을 알 수 없는 두 건의 죽음과 5년 전 샐리 마이어의 예기치 못한 죽음으로 폐허가 된 러들로 옛집이 뉴욕 주 북부의 10대 유령의 집으로 선정되기에 이른다. 어느 날부터 러들로 옛집 앞문에 나붙기 시작한 무시무시한 문구들때문에 러들로의 집은 유령의 집이 되어, 2,3년 동안 힘든 해를 보낸 동네사람들에게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운다.
때맞춰 러들로 옛집 침입 기도 사건이 발생하고 연이어 어떤 남자의 시체가 발견된다. 비로소 사과나무 과수원 마을은 '살인'을 둘러싼 새로운 공포로 휩싸이고, 유일한 지역신문 <꿀벌>은 날마다 새로운 소식을 전하며 마을에 긴장을 고조시킨다.
작은 과수원 마을 배인스빌의 사람들에게 <꿀벌>은 마을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사건사고는 물론 사과 꽃 축제와 같은 마을의 행사도 전달하는 매체일뿐만 아니라 때로는 마을 사람들간의 결속력을 다지는 소식지의 역할도 톡톡히 할 것이다.
그러나, 러들로 옛집에 일어난 사건과 관련한 <꿀벌>의 뉴스는 힐디를 비롯한 <핵심>의 의문을 불러일으킨다. 사건과 관련한 마을 안팎의 소식을 <꿀벌>이 정확하고 진실한 소식을 전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주인공 힐디는 <핵심>에 새로운 고문이 된 전직 기자출신인 베이커 폴턴의 주문(?)을 통해 진실을 담는 기사를 얻어내고 만들어내는 기자와 신문(언론)의 역할을 서서히 깨우치게 된다. 물론, 이미 하늘나라도 가버린 그녀의 아버지도 가슴 속 깊이에서 그녀를 이끌고 있지만....
마을에 닥친 아니 고의적인 음모를 둘러싼 지역 신문 <꿀벌>에 맞선 <껍질>의 승리는 '정보 과잉 시대에 신문은 사람들이 신뢰하는 매체가 되어야 한다. 가장 빠를 필요는 없다. 심지어 마지막이 되어도 좋다. 그러나 반드시 옳아야 한다'는 피트 해밀의 말('뉴스는 동사다.'중에서)을 사례(事例)처럼 보여주고 있다.
어떤 이유로든 진실을 왜곡하거나 또는 미처 진실을 확인하지 않은 채 기사같지 않은 기사, 뉴스같지 않은 뉴스로 그렇지 않아도 바쁜 사람들의 이목(耳目)을 혼란스럽게 하고 아까운 시간을 훔치는 돼먹지 못한 엉터리 신문과 언론 종사자들에게 꼭~ 권하고픈 책이다.
껍질을 벗기란 말이야, 껍질을!
껍질을 못 벗기겠으면, 있지도 않은 껍질을 만들어 씌우지나 말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