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뿔치 - 제7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ㅣ 미래의 고전 11
보린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12월
평점 :
'뿔치'.. 참 제목이 심상치 않다.
무슨 뜻일까? 뿔등에서 났다고 뿔치라고 하였단다. 그리고 시작되는 이야기.....
살강이와 뿔치가, 당할머니가 유언처럼 남긴 이삭항의 이삭 대감을 찾아가 용궁 가는 길을 물어 용궁으로가서 뿔등에서 태어난 뿔치의 신세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를 알아봐야 하는 일, 그것은 이 이야기의 시작이고 끝이 되는 아주 표면적인 목적에 지나지 않는 일이었다.
그렇다면 살강이가 뿔치가 끊임없이 떨쳐내고자 하는'부정(不淨)!' 바로 그것이 최종의 목적이라 할 수 있을까......
낯설기보다는 왠지 신비감을 더해주는 것같은 '보린'이란 이름의 작가가 이야기에 앞서 들려주는 어린시절 그 시간만 되면 어김없이 TV화면에 초점을 모으고 목청껏 따라 불렀던 '두근두근 울렁울렁 가슴 뛰지만~... 펼쳐라 펼쳐라 너의 모험담~....'이란 만화영화의 주제가가 친근하고도 울렁거리게 다가왔다.
그리고 들려주는 작가의 '맛난 모험 한 그릇'!
당할머니의 살강에 살짝 두고간 아이, 살강이와 검무기의 뿔등에서 태어난 아이, 뿔치의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이름하여 해상 판타지!
용이 되지 못한 검목이(이무기) 뿔등에서 난 뿔치는, 십 년만에 찾아온 큰 풍랑으로 마을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고기 씨가 말라버린 끝말 섬사람들에게는 모든 잘못을 탓할 수 있는 좋은 핑계거리이고 부정일 수밖에 없었다.
섬의 모든 악재를 깨끗하게 몰아낼 부정을 없애는 것만이 끝말 사람들의 일편단심으로 모아지고 그리하여 몰아낼 부정이 된 뿔치. 뿔치를 부탁하던 당할머니의 마지막 말을 지키기 위해, 뿔치와 끝말 섬을 도망쳐 흰 바다 너머 검은 바다, 검은 바다 너머 붉은 바다, 붉은 바다 이삭항 이삭 대감을 찾아 용궁을 가려했던 살강이.
끝말 사람들은 용케도 도망치는 그들을 붙잡아 결국엔 이무기 골짜기로 밀어넣는다. 모든 부정을 말끔하게 몰아내려는듯........그러나 그곳에서 돛의 씨앗 세 개와 제 목숨을 바꿔버린 뿔치의 이무기와의 위험한 거래가 맺어진다.
주문을 외워 던지면 장작개비 위에라도 파초처럼 돛을 펼쳐 아무리 험한 파도라도 길을 열어 준다는 돛의 씨앗. 용궁으로 가야만하는 뿔치에게 결코 거절할 수없는 유혹이 된 돛의 씨앗. 세 개의 돛의 씨앗은 뿔치와 살강이의 모험이 펼쳐지는 내내 언제쯤 씨앗을 쓰게 될까...하는 궁금증에 긴장을 더해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문득 전래동화 <여우누이>의 막내 오빠가 쫓아오는 여우누이에게 내던지는 빨강, 노랑, 파랑의 세 개의 주머니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여곡절을 겪고 살강이와 뿔치가 도착한 용궁에서 뿔치의 부정한 이유와 바래님이 집에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와 이무기가 용이 되지 못하는 이유까지 죄다 알게된 살강이와 푸른 용을 해하고 동쪽 바다까지 집어삼키려는 붉은 용의 공격을 피하기 위해 세 번째 돛의 씨앗을 집어던지는 뿔치.
그리고 마침내 쏟아지는 반전들!
살강이와 뿔치를 비롯하여 검무기와 곰치, 깍짓동, 귀신상어, 소금더께 등... 왠지모르게 살가운 느낌의 등장인물들이 펼치는 바다를 무대로 펼치는 모험 속에 알듯모를듯한 이야기가 더욱 흥미롭다.
살강이와 뿔치는 물론 읽는 이들에게도 적잖은 놀람과 허무(?)에 더하여 짠!하고 들려주는 것은 살강이와 뿔치가 그토록 '떼어내려 했던 더께처럼 그들을 짓누르고 있던 '부정(不淨)'의 실체.
"남들이 붙여 놓은 것은 본질이 아니라 이름일 뿐이니, 너희에게 붙은 것은 그것도 부정 그 자체가 아니라 부정이란 이름일 뿐이거늘."
문득, 남들에게 보여지고 비쳐지는 자신의 모습에 연연하며 살아가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의 가슴 속엔 무엇이 숨겨져 있을까... 하는 의문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