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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추장 담그는 아버지 - 한국사 속 두 사람 이야기 ㅣ 10살부터 읽는 어린이 교양 역사
윤희진 지음, 이강훈 그림 / 책과함께어린이 / 2009년 10월
평점 :
지난 6월쯤 클럽에서 하는 행사의 하나로 '책과함께어린이'출판사를 탐방하게 되었다. 평소 <한국사편지>로 엄마들과 아이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박은봉 작가가 새로이 <한국사편지>를 개정한 출판사이기도 하고 또 아이들을 위한 역사서 전문 출판사를 지향한다는 것을 듣게 되어 더욱 관심이 가는 출판사였다.
그때 클럽의 회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출판사의 운영을 맡고 있는 류종필 대표로부터 역사 속에서 함께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펴낼 예정이라 하여 사뭇 기대가 되었었다. 그런 기억이 있어서인지 이 책을 보았을 때 '고추장 담그는 아버지'라는 제목도 관심을 끌었지만 제목 위에 살짝 놓여있는 '한국사 속 두 사람 이야기'라는 부제(?)가 나의 눈에 콕! 들어와 박혔다.
그리하여 서둘러 만나게 된 이 책!
처음 책을 받아들고 큼지막한 고추장 항아리를 품에 끼고 아주 작은 고추장 항아리를 아들에게 주는 선비의 모습이 신기하여 보고 또 보았다.
우리 역사 속에서 고추장 담그는 아버지는 과연 누구일까? 또 왜 고추장을 담갔을까?... 이런저런 궁금증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 서둘러 책장을 펼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추장을 담근 아버지는 다름아닌 조선후기 실학파의 대표적인 인물이자 '열하일기'를 지은 박지원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아니... 글쓰기며 나랏일에도 바빳을 선비가 고추장을 담그다니 이 무슨 해괴한 일이란 말인가???
박지원이 고추장을 담근 것은 다름아닌 자식들을 생각하는 아버지의 특별한 마음의 표현이었음을, 먹고살기가 어려워 늦은 나이에 벼슬길에 나아갔지만 작은 고을의 수령이란 자리가 가정 형편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은 탓에,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들에게 자식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담아 고추장 같은 반찬을 해 보낸 것이라고 하니...... 마음 한 켠이 찡~해왔다.
예로부터 아버지는 자식들에게 위엄을 내보이고 존경받는 이로만 생각해 온 것이 사실인데..(물론 요즘의 아버지들의 모습은 예전과 달리 많이 바뀌었지만..) 박지원은 손수 고추장을 담갔을 뿐만 아니라 소고기볶음까지 만들어서 보내고 아침저녁 찬거리로 잘 했느냐고 편지로 물어보기까지 한다. 이 얼마나 파격적인 모습인가??
정말 실학파의 대가라 할 수 있겠다. 자식에 대한 아버지의 관심과 정을 거리끼지 않고 몸소 표현하니 이것이 바로 생활에서의 실사구시가 아닐까......(지나친 비약일지도 모르지만..^^;)
아버지 박지원의 자식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오롯이 담아보낸 고추장 단지를 받은 아들 박종채는 아버지에 대한 전기를 쓰고 자신이 아버지에게 배운 것을 그대로 아들에게 전해주었다고 하니, 아마도 고추장 단지는 이들 부자에게 중요하고 또 중요한 매개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박지원과 박종채와 같은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어머니와 아들, 남편과 아내, 할아버지와 손자, 오누이, 형제, 친구, 선배와 후배, 스승과 제자, 임금과 신하의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면서 맺게 되는 '관계'가 오래전 우리 역사 속의 특별한 이야기로 만날 수 있다.
아이들의 역사적 관심뿐 아니라 시대에 상관없이 맺게 되는 다양한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실용서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