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빌린 책을 반납하러 동네도서관에 들렀다가 눈에 띄어 마침 추석명절 연휴때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만만치 않은 두께의 두 권을 냉큼 빌려왔다. 두 해전이었던가.... 이 책이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그때는 오히려 화르르~ 타오르듯한 관심이 싫어 일부러 외면했던 책이었다. 이제야 읽게되나싶어 새삼스러움이 밀려왔다. 그러나 정작 추석명절을 지내기 위해 시댁으로 내려가는 짐속에 챙겨넣지 못하고 (두 권을 한꺼번에 읽지 못할 것도 같았고 또 일을 해야하는데 가볍게 읽지 못할 것도 같아서..) 서둘러 집에 돌아와 일요일을 보내며 밤새워 읽었다. 읽는 내내 역사소설의 재미를 되새김질 하며 평소 즐겨 보지 않는 역사드리마와는 다른 역사에의 감흥에 푹~ 빠져들었다. 다섯 살 어린 여자아이에게 닥친 모친의 죽음(아버지는 이미 그전에 신미양요때 죽음을 당했는지 소식조차 없었다)은 불행의 시작이 아니라 또 다른 삶으로 그녀를 이끌게 된다. 문득 사람의 삶이란 도무지 향방을 모르는 것임을 다시금 생각해 보았다. 여느 소설이 그렇듯 주인공의 삶은 순탄치 않은듯 평범하지 않게 펼쳐진다. 리진 역시 마찬가지로 사고무친인 그녀에게 향후 그녀의 삶이란 퍼즐의 조각처럼 곳곳에서 다양한 인물들과 사건이 충실하게 그녀를 맞이하고 있었다. 우리나라의 무희로서는 최초로 프랑스에 건너간 그녀 리진. 그녀에 대한 짧은 기록이 우연인듯 필연인듯 작가에게 흘러들어가고 어느새 '정말 그렇지 않았을까...'하는 마음이 절로 들게하는 한 여인이 우리 역사의 큰 사건을 마주하고 있었다. 무너져가는 왕조의 끝자락을 끝끝내 지키고자 했던 명성황후. 세계열강들의 탐욕앞에 탁구공처럼 이리튀고 저리튀며 위태로운 앞날에 실낫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아보려했던 조선의 왕비. 리진의 이야기 속에는 그렇게 우리의 생생한 역사가 담겨있었다. 처음엔 그저 동화속 신데렐라처럼 조선의 무희가 프랑스라는 나라에서 알콩달콩 살아내는 꿈같은 이야기를 기대했는데... 안타깝게도 한 마리의 가여운 원숭이처럼 그네들과 다른 자신을 견디지 못하고 돌아와야 했던 이땅에서도 제대로 살아내지 못했던 사실의 그녀는 아마도 소설속에서 펼쳐지는 나름의 의지를 지닌 여인과 얼마나 달랐을까...... 작품을 쓰기전 리진의 작은 흔적이라도 건져올리기 위해 프랑스 여기저기를 탐색하듯 수사하듯 찾아다녔을 작가의 끈질긴 노력이 어쩌면 사실보다 더 사실적인 리진의 이야기를 만들어내지 않았을까..싶다. 연민은 사랑보다 더 진하다는 말이 읽는내내 리진의 마음 그것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