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리포트 - 식민지 일상에서 오늘의 우리를 보다
예지숙 외 지음 / 시공사 / 2009년 8월
평점 :
품절


1920년대와 1930년대 그러니까 식민지 시기의 경성에 대한 보고서라 할 수 있는 이 책에는 그 시대의 교육과 취업, 유행과 소비, 주택난과 실업난까지 고스란히 담겨있다. 무엇보다 그 당시 일간지나 잡지에 실렸던 원문을 고스란히 담고 있어 그 당시의 풍경이 더욱 생생하게 그려지는 듯하다.

일제 식민지를 떠올리면 무시무시한 일본의 감시속에 오금도 제대로 못 편채 오로지 독립을 꿈꾸며 아슬아슬한 긴장감 속에서 살았으리라 생각하며 울분을 터뜨리고는 하였는데..... 한마디로 지금과 크게 다름없는 일상을 살아가는 경성인들의 모습에 뒷통수를 맞는 것 같은 느낌!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이 아주 개인적이고 편협할지는 모르지만 왠지모를 배신감(?)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아주 순진하게 생각하였거나 무식의 소치라고 하는 것이 옳겠지만 말이다.

일본의 화려한 백화점들에 맞서 우습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조선인 백화점으로 가난한 조선인들에게 '민족'백화점이란 자긍심을 심어주었을 동아백화점과 화신백화점. 지금의 인기가수 못지 않은 오빠, 누이 부대를 몰고 다녔다는 '조선적인 맛이 나는' 노래를 부르는 인기가수들.
트레머리와 단발, 쪽진 머리에 구두와 양산, 손가방으로 포인트를 주면서 유행을 이끌었던 당시의 모던 걸들의 모습은 과연 어떠했을까?

유행의 진원지가 백화점이나 극장, 대형 상점가가 아닌 경성 시민이 가장 많이 이용했던 '전차'였다고 하니 타임머신이 있다면 한 번쯤 휘리릭~ 날아가 전차도 타고 유행의 진풍경도 보고픈 마음이 절로 든다. 당시 패션 리더 여학생들이 삐까뻔쩍 황금시계를 드러내느라 빈자리가 있어도 앉지 않고 차 고리를 잡고 견디는 모습도 볼 수 있을테니 말이다.
여성들의 치마길이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단파'진영과 '장파'진영의 모습은 당시 신문물에 대한 나름의 시각과 비판을 엿볼 수도 있는 대목이었다. 

일제 식민지 시대라고는 하나 지금의 우리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의 모습과 일상의 모습들이 과연 7~80년 전의 케케묵은 이야기인가...하는 의심마저 들게한다. 

1,20년도 아니고 한 세기가 훌쩍 바뀐 현재의 우리 역시 아이들의 교육문제는 물론 주택에 대한 문제가 연일 핫뉴스로 등장하고, 주요관심사 역시 패션, 연예 등인 것 역시 어쩜 그리도 똑~같은지......
아마도 그때 이후의 사회풍조며 사람들의 관심거리며 생활까지 고스란히 전달되고 있는듯한 착각마저 든다.  

그래도 역시나 식민지 주민이었음을 확인할 수밖에 없는 기사들에는 가슴 한 켠이 찌르르 아파왔다.

본국을 떠나 경성에서 풍요로운 삶을 사는 일본인들에 비해 모든 것이 열악했던 식민지 시절.... 아직 근대화나 서구화에 스스로의 힘으로 눈 뜨기도 전에 식민지로 전락했던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백화점이니 유행이니 하는 것들은 그야말로 현실이 아닌 먼~ 이야기였을 뿐.

얼기설기 엮은 토막집조차 과분하게 이리저리 내쫓겨야 했던 그 시절, 그래도 자식만큼은 가르쳐 제대로 먹고살기를 바랐을 경성사람들의 모습이 결코 과거가 아닌 지금에도 생생하게 전해져 오는 것은 어인 이유일까......

참, 생생한 기사거리들에 비해 그림이나 사진자료가 부족한 것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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