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임응식 - 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 예술가 이야기 3
권태균 지음 / 나무숲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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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로 진실을 말하다'라는 표지의 글귀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어느덧 '사진으로 역사를 이어주다'라는 의미로 다가왔다.

누렇게 바랜 사진 한 장. 그 속엔 형들과 함께 다소 긴장한 듯한 모습의 어린 임응식이 그렇게 카메라와의 첫 대면을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카메라와 눈부신 전등빛 때문에 겁을 먹고 몸을 떠는 꼬마 임응식을 위해 버팀목삼아 목덜미에 받쳐주었다는 보이지 않는 지게 작대기가 우습기도 하였지만, 그의 가슴에 무엇보다 깊숙이 박혔다는 사진사 할아버지의 눈빛에는 잠깐 사람의 운명에 대해 생각에 잠기기도 하였다.

그림도 잘 그리고 달리기도 잘 하고 바이올린도 열심히 배우던 꿈 많던 소년이 눈 앞의 풍경이 카메라를 통해 인화지 위에 똑같이 그려지는 사진에 푹 빠지기도 하지만 그가 사진가의 길을 걷게 된 것은 그의 아내와의 결혼을 하면서 부터였다고 하니 한편으로 부러움이 살짝 들기도 하였다. 더구나 아내와는 든든한 사진 동료로 평생을 함께 하였다니 말이다.

책 속에 담긴 흑백사진들은 193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었다. 해방과 전쟁으로 폐허가 된 나라와 그 고통을 담담하게 이겨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리고 작곡가 안익태, 아동문학가 이원수, 서양화가 김환기, 장욱진 등 당대 예술인들의 모습도 꾸밈없이 담아내고 있었다.

사진이 좋아 결국에는 사진현상소를 열고 사진연구회까지 만들고 사진 전문 주간지까지 펴내며 활발한 활동을 시작한 임응식에게 사진에 대한 '철학'을 깨우쳐 준 것은 종군기자로서 인천 상륙작전의 순간에 참여한 것이었다. 미국 국무성 소속 종군기자로 맥아더 장군이 지휘하는 군함 마운트머킨리 호에 올랐지만 새벽 3시의 캄캄한 어둠 속에서 의욕을 상실한 그와는 달리 쉴새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던 행크 워커. 유일하게 어둠 속의 인천 상륙작전의 현장을 담은 <새벽 3시의 사진>이 탄생한 순간을 목격한 임응식은 그렇게 사진에 대한 평생의 가르침을 얻게 된 것이다.

그 후, 예술 사진이 아닌 '생활주의 사진'을 주창하며 사진운동가로서의 삶을 걸으며 '기록과 진실을 담은 예술'이자 다른 예술로는 도저히 표현해 낼 수 없는,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담는 사진을 위해 죽는 순간까지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고 하니 가슴 한 구석이 뭉클해져 왔다.

사진에 문외한인 내게도 전쟁과 가난한 시절의 모습조차도 극적인 순간을 담으려 하는 의도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차분하게 우리 역사의 과거를 짚어보게 하는듯하다. 고집과도 같은 그의 사진에 대한 자부심과 열정이 있는 그대로의 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사진들은 무덤덤하게 사진 속의 순간을 느끼게 한다.  바로 우리의 모습이고 우리의 역사라고.......

한국 사진계의 산 증인이라거나 한국 사진계의 대들보라는 표현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사진계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위나 역할이 짐작조차 되지 않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가 남긴 사진들을 통해 그 역시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알려주는 또 한 사람의 역사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으로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알려준 사진가 임응식.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되었을 주요한 인물가운데 하나로 나의 기억에 새겨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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