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서아 가비 - 사랑보다 지독하다
김탁환 지음 / 살림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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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노서아 가비'  내게는 이국적으로만 느껴지는 표지의 여성이 바로 '노서아 가비'란 이름의 그녀로만 짐작했다.  너무나도 단순 무지하게 '고종에게 매일 최고의 커피를 올리던 여자, 조선 최초의 바리스타'라는 띠지의 문구와 표지 그림으로 유추한 나의 한계?

두둥~ 그러나, 첫 장을 다 읽기도 전에 노서아 가비는 누구의 이름이 아니라 바로 러시안 커피의 한자라는 것을 알고는 곁에 아무도 없었지만 참 부끄러웠다는.......

그러고 보니 노서아를 뚝! 떼어버리자 '가비'라는 낱말이 왠지 생소하지 않아 한참을 되뇌이다보니 문득 떠오르는 추억 한 조각. 이십 년쯤 전?? 부산의 부산대 앞에 '가비방'이란 커피숖이 있었다. 말 그대로 커피방이었던 가비방에 들어서면 적당히 어두운 조명에 은은하게 콧속으로 들어오던 커피향~ 분위기도 커피향도 좋아 그곳에서 친구들과 오랜 시간을 머물고는 하였다. 장식처럼 놓여져 있던 사이폰과 커피블렌더 그리고 커피 원두를 신기한듯 바라보고는 하였던 추억이 흐려진 커피향처럼 가물가물 떠올랐다.

구한말 서양의 물결을 보듬어 수용하기에도 벅찼을 고종이 현대인들보다 앞서 '커피'로 마음 속의 어지러움을 잠재우려고 했다는 소재에 몹시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공감이 간다고 할까......

사건의 전개를 나타내는 목차를 보면 커피에 대한 나름의 정의로 전개되는 것 같아 인상적이기도 하다.

커피는, 외로워 마라, 속삭임이다/ 돌이킬 수 없이 아득한 질주다/ 언제나 첫사랑이다......./ 아름다운 독이다/ 끝나지 않는 당신의 이야기다...까지 제각각 멋진 커피의 정의가 아닐 수 없다.

대대로 역관이었던 집안, 청나라 연행길에 수행 역관으로 떠난 아버지가 천자의 하사품을 가로채 러시아로 달아나다가 즉사했다는 소식과 함께 도망자의 길에 오른 열아홉의 그녀가 열여섯 가을 늦저녁 아버지를 통해 처음으로 맡아보았던 노서아 가비를 향해 본능처럼 러시아로 숨어든다.

그 이후 아무 것도 가진 것없는 도망자였지만 그녀에게 아버지가 남겨준 노서아 가비에 대한 질긴 향수와 유창한 러시아어 실력은 그나마 외줄타기의 아슬아슬한 도피마저도 마치 노련한 영웅담처럼 거침이 없어 다소 싱겁기도 하다.  이반과의 만남마저도 고종의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전주곡에 불과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고종과 러시아 커피라는 다소 간단한(?) 역사적 사실을 소재로 지루함이라고는 전혀 느낄 수 없는(적어도 내게는) 치밀한 추리소설같은 이야기를 술술~ 풀어내고 있는 저자가 대단하다.

'출간 즉시 영화화 결정!'이라는 홍보문구가 당연한 듯 느껴지는 작품이다~  동시에, 활자를 통해 얻었던 재미나 느낌이 옅어질까 살짝 염려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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