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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는 내내 (솔직히 휘리릭~ 읽어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걸렸지만) 책에 대한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과 새로운 생각까지 얻게 되어, 언제부터인가 책과 함께 하는 생활에 슬슬 단조로움에 빠져들던 내게 독특한 재미를 던져준다.
서두의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처음엔 아주 짧은, 동화 같은 상상이 3년 동안 가지를 치고 꼬리를 물어' 바로 이 책 '순례자의 책'이 되었다고 하는데, 작가의 상상이 수천 년 동안 인간과 함께 한 '책'의 역사를 들려주는 듯 새롭고 생생하게 다가와 놀랍기만 하다.
약간의 긴장과 무서움이 살짝 들기도 하는 '저승은 커다란 도서관'에서는 인간 사후 누구나 자신의 살아 생전의 삶이 담긴 자서전을 제대로 써야 니르바나로 갈 수 있다는 내용에 지금 나의 삶을 돌아보기도 하고,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상동야화'에서는 <기연>이란 책을 둘러싼 사건에 침이 꼴깍 넘어가기도 한다.
무엇보다 충격적인 것은 '비블리오마니아의 붉은 도서관'에서 들려주는 인피 장정에 대한 것이었다. 여태껏 우리는 순진하게도 책의 역사에서 책의 재료가 된 것은 거북의 등껍질이나 동물의 뼈, 파피루스와 같은 식물이나 양이나 소의 가죽 등등을 거쳐 오늘날의 종이에 이르렀다고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다름아닌 사람의 가죽이 성서와 교황의 교지로 만들어지기까지 하였다니... 정말 충격적이 아닐 수 없다. 과연 무엇때문에??
게다가 우리나라의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에도 인피 표지책이 있다고 하니...허거덩!
그밖에도 이미 수 세기 전부터 일본에서 성행했던 책 대여상 가시혼야의 이야기며 사람을 한 권의 책으로 보는 살아있는 도서관 등등의 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소설 속 책이야기>코너의 역사적인 기록과 증거를 통해 허무맹랑한 상상만은 아님을 깨닫게 한다. 아마도 작가는 처음의 막연하고 순수했던 한 조각의 상상을 3년이라는 시간 동안 탄탄한 역사적인 근거를 찾아 현재의 모습으로 재구성하였으리라 짐작해 본다.
매일같이 책 속에 담긴 활자가 전해주는 내용을 읽으며 적지않은 시간을 보내지만 정작 '책' 자체에 대한 생각은 그다지 해보지 않았던 탓일까.......
책 속의 내용이 아닌 온전히 '책'에 대한 이야기에 예상치 못했던 재미를 실컷 느껴보게 되는 이야기를 한 번쯤 읽어보시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