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티스
타리에이 베소스 지음, 정윤희 옮김 / 살림Friends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참 우연하게도 같은 듯 다른 책 두 권을 읽게 되었다. 정신지체인 성인(?)이 등장하는 노르웨이의 소설인 <마티스>와 얼마전(2007년)에 타계하신 우리나라 아동문학의 거목이셨던 권정생 선생님의 <용구 삼촌>.  

<마티스>의 주인공 마티스는 서른 일곱이라는 명확한 나이가 내용속에 나와있지만 <용구 삼촌>은 화자인 '나'를 통해 적지 않은 나이임을 짐작해 본다. <마티스>는 3인칭의 관점에서 풀어내는 이야기로 주로 주인공 마티스의 내면을 들려준다.  

요즘 말로 정신지체인 마티스는 하나 밖에 없는 누나와 단둘이 살고 있다. 아주 단조로운 일상을 사는 듯하지만 마티스의 내면은 결코 그렇지 않다. 자신을 돌보느라 어느틈에 누나 헤게의 흰머리가 희끗희끗한 것도 눈치채고 동네사람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또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도 나름 가늠해보기도 한다. 그리고 단조롭기만 한 일상에서 조금더 평범한 모습으로 살고픈 간절함이 책을 읽는 내내 전해온다.

잠시도 생각이 멈추지 않은 마티스에 비해 누나인 헤게는 벌써 사십 년을 부모를 대신해 마티스를 동생이자 자식처럼 키우고 있음에 익숙해서인지 지쳐서인지 아니면 미래에 대한 별기대조차 없어서인지 마티스에 대한 반응은 항상 그자리이다. 어느 날 밤 뱃사공이 된 마티스에 의해 낯선 벌목꾼을 데리고 오기전까지 말이다.

벌목꾼이 마티스와 헤게의 일상에 등장하기 전에 이미 멧도요새의 난데없는 출현에 본능이었을까.... 마티스는 심상치 않은 미래를 알아차리기라도 한듯 내내 멧도요새의 존재를 의식하지만, 멧도요새의 모습조차 제대로 그려보지 못하는 내게는 멧도요새가 그들만의 경로를 이탈하는 것이 아주 예외적인 일이라는 것조차 낯설기만 하다. 하긴, 문제는 멧도요새 자체가 아니라 멧도요새가 상징하는 것일테지만 말이다.

아무튼, 일자리를 찾아 날선 도끼 하나를 들고 마티스와 헤게의 일상에 갑작스레 등장한 벌목꾼으로 묘한 긴장감이 느껴지는 가운데  그로인해 자신에게 일어날 변화를 본능적으로 감지하는 마티스..

결국 마티스는 나름대로 치밀하고도 은밀한 계획을 혼자만의 비밀처럼 진행한다. 어느새 벌목꾼에게 마음을 빼앗긴 헤게는 그런 마티스의 마음을 눈치조차 채지 못한다.

아.......마티스의 부질없는, 장난같은 아니 어쩌면 결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리란, 한바탕의 소동으로 끝날 것을 확신하였을지도 모를 그만의 계획은 그러나 얼마나 냉혹한 현실로,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결말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마티스.

모든 만약의 경우를 이리 재고 저리 재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강풍이 그의 계획이 얼마나 순진하기만 한 것인지, 마티스가 제 아무리 보통사람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자 한들 결국엔 헛되고 헛된 몸부림이란 걸 깨우쳐 주는 것만 같아 마음 한 구석이 찔리듯 아파왔다.

아... 마티스. 그렇게 마티스는 세상으로부터, 평생을 그의 곁에서 돌보아 줄 것만 같았던 누나 헤게로부터도 구조받지 못하고 새소리 같은 외침만을 남긴채 수면 아래로 사라져 가버렸다. 

문득, 어디에서도 용구 삼촌의 생각이나 목소리는 없고 다만 용구 삼촌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어린 '나'의 이야기에 더 익숙한 내게 내내 자신의 내면과 생각을 들려주는 마티스의 목소리가 더욱 슬프게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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