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
아지즈 네신 지음, 이난아 옮김, 노석미 그림 / 살림Friends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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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란 제목에 왠지모를 뜨끔함을 느끼며 처음으로 읽어본 아니 들어본 아지즈 네신의 이야기는 기대만큼 화려하지도 현란한 문체도 결코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어린시절을 담담하고 꾸밈없이 추억을 더듬듯 들려주는 일상에 어느새 가슴 한구석엔 뭉클함이 밀려왔다.

의사도 없고 약도 없던 시절 제대로 먹지 못해 구루병에 걸린 여동생을 묘지의 비석 밑에 놓고 신에게 의탁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던 아지즈의 어린시절은 참으로 가슴 아픈 추억이겠다 싶어 짠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가난한 살림에 명절옷 한 번 변변하게 받아보지 못한 어린 마음이 혹여나 상처로 남지 않았을까 하는 괜한 걱정도 해본다.

저택에 사는 부잣집 아이들과 골목의 가난한 아이들과도 어울리지 못하고 물통을 들고 초라하게 물을 길어야 했던 아지즈뿐만 아니라 몇푼을 깎기 위해 오랜 흥정을 해야만 했던 아버지와 결핵에 걸린 엄마의 이야기 등등이 낯선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그 시절 우리나라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기때문일 것이다.

'제캬이씨는 공화국'이란 글에서는 충혈된 눈에 눈곱이 끼는 불편한 모습의 제캬이씨가 매일 아침 말끔하게 면도를 하고 눈부시게 하얀 옷깃에 한 치도 삐뚤어지지 않은 넥타이를 하고 교실에 들어서는 모습만으로도 '가장 위대한 사람'으로 여겨진다는 아지즈의 이야기엔 그야말로 순진무구함이라고나 할까....... 살짝 미소조차 피어오른다.

짧은 회상(어린시절의 추억)들로 엮인 이야기여서인지 술술~ 책장이 금새 넘어간다. 어렵고 힘들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백하게 들려주고 있는 아지즈의 글에 문득 모든 것이 풍요로운 요즘에는 오히려 느껴볼 수 없는 우리의 마음속 느낌과 감정들을 떠올리게 된다.

물질적으로 궁핍했던 아지즈의 어린시절이 어쩌면 정신적 궁핍함을 겪고 있는 요즘의 우리들에 비해 훠얼씬~ 더 행복한 추억으로 남은 것은 아닐까.......
일상이 주는 시련은 어쩌면 인간의 마음을 더 풍부하게 단련해 주는 이유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참, 생선이 맛있어 더 먹고픈 마음에 더 달라고는 못하고 자꾸만 생선이 맛있다고 하는 아지즈의 말을 눈치도 없이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 어른들에게 답답한 아지즈가 마침내 내 뱉은 말 한 마디 '왜들 그렇게 눈치가 없으세요?'라는 말에 문득 긴~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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