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자전거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5
이철환 지음, 유기훈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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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그림책이 대부분 그렇듯(?) 책장마다 가득한 그림들에 비해 몇 줄 안되는 글이 그 어떤 책들보다 가볍게 책장을 넘기게 한다.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풍부해지고 읽어야 하는 부담으로부터는 마음껏 자유로우니 말이다.

어떤 그림책은 마음조차 가벼워지고 따뜻해지는 그림과 이야기에 나도 모르게 그림책을 꼬옥~ 품에 안을 때가 있다. 그리고 몇 번이나 표지를 보고 또 보고 하기도 한다.

<아버지의 자전거> 역시 몇 줄 안되는 글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장에서는 고물상을 하는 가난한 아버지가 마음만큼은 세상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임을, 추운 한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임에도 난로같은 훈훈함을 느끼게 한다.

고물상을 하는 아버지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 소중한 낡은 자전거. 어느날 깜쪽같이 사라져버린 자전거를 찾으러 동네 구석구석 찾아다니는 아버지. 골목마다 불을 밝히고 있는 산동네의 지붕들이 더욱 막막하게 느껴진다.

며칠이 흘러 학교 앞 솜사탕을 팔고 있는 아저씨의 자전거가 아버지의 것임을 바로 알아채고 아버지를 불러오지만 솜사탕 기계를 실은 자전거 옆에서 점심을 때우고 있는 가족들의 모습을 본 아버지는 단호하게도 '우리 자전거 아니다!'라고 말한다.
그 뒤로 자전거 없이 걸어다니며 고물을 줍는 아버지. 아마도 잃어버린 자전거를 찾으려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어느 이른 아침, 흰 눈을 맞으며 빨간 사과 봉지를 얹고 다시 돌아온 아버지의 자전거. 

오래전 이철환의 <연탄길>을 읽으며 살짝살짝 눈물을 찍어내기도 하고, 밤새워 읽다가 혼자 엉엉 울기도 했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연탄길>에 실린 내용들 역시 그리 긴 이야기가 아니라 생활속 짧은 에피소드 같은 이야기들 이었지만 그속에 담긴 느낌과 감동만큼은 그 어떤 장편소설보다도 크고 묵직하게 내 가슴 속을 파고 들었었다.

<아버지의 자전거> 역시 몇 장의 그림과 짧은 이야기가 전부이지만 그 속에 담긴 아버지의 따듯한 마음만큼은 어떤 작품보다 감동과 여운을 불러일으킨다.

가난했던 시절, 우리네 아버지들은 어쩌면 말보다 <아버지의 자전거>처럼 묵묵한 행동으로 우리에게 오히려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 슬며시 피어오른다. 동시에 요즘의 아버지들은 어떤가 돌아보게 한다.

시간이 흘러 변화한 생활만큼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도 많이 바뀐 것 같아 왠지 마음 한구석이 헛헛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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