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열두 살 동규
손연자 지음, 김산호 그림 / 계수나무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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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방이라도 꼿꼿한 회초리가 소년의 종아리를 내리칠듯한 표지의 그림에 문득 열두 살 동규에게 무슨 일이 있길래...하는 물음을 던지게 한다.

1940년 한창 우리의 역사가 일제에 의해 단절된 채 나라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릴까 국민 모두가 불안에 떨었을지 모를 그 암울한 시대를 열두살 동규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어른조차 두려운 시대, 가만히 숨죽인 채 듣고도 못 들은 척 보아도 못 본 척 그렇게 나라 잃은 불쌍한 조센징으로 박대받으며 조상들에게 물려받은 이름조차 온전히 지켜낼 수 없던 나약한 그 시대를 열두 살 어린 소년 동규도 함께 살아내고 있었다.

누구 하나 제대로 방향을 잃은 듯 표류하는 나라의 현실을 일러주지 않았건만, 학교에서의 일본인 선생님과 아이들의 태도와 길에서 우연히 만난 털보 장수와 숯장수 그리고 재서엄마와 재서를 통해서 한 발 한 발 현실에 눈 뜨는 열두 살 동규.

그저 일본에 공부하러 간 것으로 알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비밀스런 이야기와 또다시 마주치는 숯장수 그리고 결코 자신이 조선인임을 잊지 않도록 회초리를 치시는 할아버지와 순사앞에서도 당당한 봉희누나......비록 나라는 일제의 치하에서 숨조차 쉬지 못하지만 열두 살 동규는 그렇게 가족들과 주변사람들을 통해 자신과 나라를 인식하게 된다.

아버지의 독립운동을 돕기위해 온 가족이 하나되어 은밀하게 협력하던 것이 들통나던 날, 동규를 우리 강아지라 부르며 담뿍 정을 주던 할머니는 소리 한 번 지르지 못한 채 돌아가시고 할아버지마저 형사들에게 끌려간다.

그 후 동규의 집은 말 그대로 풍비박산(風飛雹散)이 되고, 봉희누나는 외국인 선교사인 월터 선생님에 의해  다행히 감옥같은 집을 빠져나가지만 이미 정신줄을 놓아버린 할아버지와 힘 없는 엄마와 한낱 힘없는 동규만이 남겨진 채 일본 형사들의 감시 속에서 불안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렇지만 할아버지의 꼿꼿한 가르침때문이었을까.... 돌아가신 할머니가 그리워도 떠나간 누나가 보고파도 꾸역꾸역 울음을 참는 열두 살 동규가 가슴을 아프게 한다.

우여곡절 끝에 형사들의 날카로운 감시망을 빠져나와 어머니와 둘이서 두만강을 건너 아버지를 만나러 가는 길에 마주하게 되는 현실은 그야말로 처절한 현실, 가슴 아픈 그 시대의 사실(史實)로 가슴을 파고든다.

다행히 중국땅에서 아버지를 만난 잠시나마 마음의 불안을 떨쳐내는 듯하지만 다시금 조국의 독립을 위해 새벽 찬바람 속으로 아버지를 떠나보내는 동규는 어느새 열두 살 소년이 아닌 조국을 위해 그 누구보다도 용감한 독립군이 되어가고 있었다.

문득, 동규가 아직 살아있다면 몇 살일까....헤아려보니 올해 69세의 노인의 모습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해방이 된 1945년 8월 15일까지 동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광복을 위해 어떤 모습으로 살아내었을까 상상해본다.
아마도 목숨이 열두 개는 더 된듯 위험을 마다않고 번뜩이는 적들의 시선을 피해 몸을 던졌으리라.

열두 살 동규의 1940년은 동규에게는 물론 우리 모두 잊지 말아야 할 아픔이고 역사인 것을, 그리고 자자손손(子子孫孫) 들려주어야 할 사실(史實)과도 같은 일임을 가슴 속 깊이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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