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송웅'.... 연극배우보다는 드라마속의 연기자로 나의 기억속에 간직된 인물이다. 어린시절 부모님과 나, 단촐한 세식구가 저녁밥상앞에서였던가? 아니면 저녁밥상을 물린 뒤였을까? 기억도 가물가물하지만 '달동네'라는 제목의 일일드라마를 보며 우리의 삶과 그다지 다를 것없는 가족간의 애틋함이 생생한 이야기에 시원한 웃음을 쏟아내던 풍경을 아직도 기억한다. 특히, '똑순이'라 불리던 나보다 두서너 살 적은듯한 깜찍한 아역배우의 당찬 연기와 더불어 '똑순이'이의 아버지로 등장하였던 '추송웅'... 걸걸한 목소리와 표정 풍부한 연기가 조금의 부담스러움이라고는 느끼지 못하던 감칠나던 그의 연기가 우리가족이 '달동네'란 드라마를 꼭꼭 챙겨보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그렇게 '추송웅'이란 인물에 대한 기억은 어린시절 TV화면을 통해서 였던 것이 전부였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그를 본 것은 결혼 후 딸아이를 낳고 엄마가 되어서였다. 대여섯 살 무렵의 딸아이와 함께 홍대앞의 작은 소극장으로 공연을 보러갔었는데, 극장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지하로 내려가는 소극장의 아담한 벽주위에 붙어있던 '빠알간 피터'라는 포스터 속에 왠지 원숭이를 닮은듯한 모습의 그를 발견하고는 반가움보다는 낯설다는 느낌이 먼저 전해져왔다. TV속 연기자가 아닌 연극배우로 만난 추송웅. 그것이 전부였다. 그 후로 '빠알간 피터'라는 말만 들어도 왠지 그가 떠올랐다. 또다시 그를 만난 것은 그의 딸 '추상미'라는 연기자를 통해서였다. 어느 날 등장한 '추상미'라는 연기자가 바로 추송웅씨의 딸이라고.... 그 후로 그 여배우를 보면 언제나 '추송웅'과 함께 어릴적 어렴풋한 기억속의 '추송웅'이 함께 떠오르고는 하였다. 그리고 또 다시 '추송웅'이란 배우와 마주하게 된 것이 바로 '연극배우 추송웅'이라는 이 책! 비로소 연기자가 아닌 연극배우 추송웅을, 길지 않은 삶속에 운명처럼 연극을 해내며 살았던 추송웅의 연극세계를 제대로 알게 된 책이다. 어릴적 사팔뜨기로 심한 마음 고생을 했다는 그가 혼자서 숨어들었던 '슬픔'은 오히려 그를 더욱 강한 사람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열여덟 해를 아픔으로 움츠러들었던 그가 훠얼훨~ 날개를 달게 된 것은 다름아닌 사시교정수술~ 중학교 시절 난생 처음 연극을 보며 배우의 꿈을 꾸었던 추송웅. 연극영화과에 입학하여 훤칠 미끈한 동기생들에게 잠시 기가 죽지만 연극에 대한 열정만은 결코 뒤지지않고 성실함까지 갖춘 그의 연극배우로서의 길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는 온통 연극과 관련한 것이 전부라 할만큼 쭈욱~ 연극이야기로 펼쳐진다. 끊임없이 계속되는 연극공연과 여러 극단에서의 공연, 그리고 혼자서 모든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모노드라마까지......여태껏 '추송웅'이란 이름과 얼굴만 알고 있었던 탓에 '인간' 추송웅과 '연극배우' 추송웅에 대한 이야기가 사뭇 진지하게 다가왔다. 80쪽 적지 않은 분량임에도 그의 연극배우로서의 삶을 전하기엔 왠지 모를 갈증을 느끼게 한다. 한창 열정적인 연기를 펼치던 어느 날 마흔 다섯이란 짧은 생을 마감한 탓일까...... 아쉬운 마음에 그가 아직도 살아있다면 몇 살일까...마음속으로 헤아려본다. 그의 삶이 온통 연극이고, 연극 또한 온전히 그의 삶이었던 연극배우 추송웅, 아름다운 사람이었음을 새삼스레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