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란요란 푸른아파트 문지아이들 96
김려령 지음, 신민재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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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를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생생해 김려령이란 작가 이름도 모처럼 기억해 두었는데 새로이 청소년을 위한 책을 냈다기에 몹시 반갑고도 궁금했다.

이미 <완득이>에서 후련하고도 코믹한 어휘들에 반한터라 왠지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요란요란 푸른 아파트>를 조심스레 읽기시작했다. 주변의 아파트들은 재개발로 삐까뻔쩍 새롭게 들어서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지어진지 제일 오래된 '푸른아파트'는 오히려 재개발이 취소될 지경에 이르렀다는 도입부의 이야기가 왠지 씁쓸한 현실을 상기시켰다.

힘있고 능력있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아파트는 이런저런 구실을 붙여가며 멀쩡한데도 뚝딱뚝딱 재개발을 하면서도 정작 힘없는 서민들은 얼마나 타당한 이유며 증거들을 들이대야하는지.......아마도, 푸른아파트 역시 서민들의 아파트가 아닐까 절로 추측해본다.

어쨌거나 취소될 지경에 처한 푸른아파트에서 벌어지는 풍경들. 폐지를 모아 팔며 홀로 살아가는 할멈에게 어느날 뚝! 떨어진 손자 기동이. 처음엔 이 황당한 소년 기동이가 주인공인줄로만 알았다.  그러나 한 장 한 장 책장을 넘기다보니 이야기의 주인공은 할멈도 기동이도 할멈의 아들도, 아들과 함께 온 솜머리 여자도 그누구도 아니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푸른아파트였다. 오래전 벼락을 맞아 가끔 치매걸린듯 헛소리를 하는 1동과 할멈과 기동이가 사는 2동 그리고 미장원과 상가들이 있는 3동과 제일 구석진 곳에서 그늘지고 습한 기운을 안고 있는 4동이 바로 푸른아파트의 주인공들이었다.

'요란요란' 네 개동이 저마다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하늘에서 내려다보듯 일거수일투족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가 책장을 넘길수록 가슴을 파고든다. 게다가 마치 사람처럼 나름의 감정을 느끼고 또 표현한다.

마치 사람으로 치면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듯한 네 개의 아파트가 들려주는 기동이와 만화가 아저씨 그리고 할멈과 단아 그리고 고양이 이야기가 자꾸만 정겹고 가슴 한 구석이 뜨끈해온다.

지난번 <완득이>처럼 혼자서 읽으며 흐흐흐 웃음이 절로 나오던 것과는 달리 왠지 눈시울이 뜨뜻해짐을 여러 번 느끼는 이야기였다.

'요란요란' 살아있는 아파트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참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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