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왕비실록 - 숨겨진 절반의 역사
신명호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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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부터 딸아이의 책을 주로 보다보니 정작 내가 읽고픈 책을 못 읽는 실정이다. 이 책 역시 읽고픈 마음에 찜~한지 한참이 지나서야 구입하고, 책을 손안에 넣고도 아름다운 표지만 눈요기하며 지냈다.

그러다 지난 주말과 일요일 마음을 다잡고 일체 다른 일은 접고 깨알같은 글씨를 가득 담은 이 책과 함께 보냈다.  마침 전날 학기말시험을 치룬 딸아이 역시 기다리고 기다리던 주말이라 어디 가자는 소리할까봐 불안해(?) 하더니 계획이 없다고 하니 앗싸~ 좋아라 한다.  남편 역시 추워진 날씨탓인지 주말 계획이 있냐고만 물을뿐 눈치도 주지 않으니 토.일요일은 내게 <조선왕비실록 妃>를 읽으라는 황금같은 시간이어서 마냥좋았다.

우리나라의 현재와 과거를 잇는 주요한 500여 년의 시간만큼이나 그속에 담긴 이야기가 많을 조선의 역사. 여태껏 조선시대하면 왕들의 통치로 이어져 내려온 시간속에 왕들의 투쟁과 왕들의 업적과 왕들의 숨겨진 이야기만 있는 줄로 알고 있었다면 지나친 과장일까.......

사실, 이제 겨우 호주제 폐지로 사실상 남녀평등이다 뭐다 말할 것도 아니지만, 우리나라의 역사는 오롯이 남자들의 이야기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전부터 새삼스러울만큼 부각(浮刻)되고 있는 역사드라마에는 어김없이 왕들이, 장군들이 한 나라를, 한 시대를 열고 지배하고 또 이어가는 구조로 엮어가고 있다.

간혹 그 옆에서 바늘에 실 가듯, 구색맞춤인양 아내로 내조자로 또 동반자로 함께 등장하는 여인들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보조자로서의 위치나 피지배자로서의 역할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로 인해 마치 세뇌라도 당한듯 우리의 머릿속에는 '왕들의 여자'라거나 그저 '왕'의 곁에서 조용히 있는 사람, '왕'의 존재로 인해 수고없이 행운을 거머쥔 부러운 대상으로만 '왕비'라는 인물은 깊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우리의 생각이 얼마나 어리석고 일차원적이며 한심한지.......

비로소 이 책을 통해 깨닫게 된다. 마치, 세상의 절반은 여자이며 또한 현재의 정치는 어떠한지 모르겠지만 과거 우리의 정치속에는 여인들의 힘이 결코 작지 않고 왕의 그것에 뒤지지 않았음을 분명히 깨우치게 된다.

조선 왕들의 일거수일투족(一擧手一投足)을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조선왕조실록>을 비롯하여 <승정원일기> 등이 있어 그 당시 왕들에 대한 자료는 나름 있다고 할 수 있지만, 왕비에 대한 공식적인 기록은 없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의 저자 역시 그래서인지 많은 자료들을 참고로 하여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기록들을 조합(調合)해 가며 전후 이야기를 꿰어 맞추고 미루어 짐작하고 있다.

조선을 창업한 태조로부터 27대 순종까지 모두 27명의 왕과 함께 했던 여인들은 왕들의 수보다 훨씬 많다. 이유인 즉, 왕의 후손을 생산하기 위한 왕비와 계비를 비롯하여 후궁까지, 사실상 왕이 맘 먹기에 따라 왕의 여자를 마음대로 두던 시대였으니 말이다.

이 책에는 역사상 왕 못지(?) 않은 또 때로는 훨씬 더 조선이란 나라에 정치적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여겨지는 일곱 왕비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고려말 위화도 회군으로 뜻한 바가 있어 조선이란 나라를 세울만큼 당당했다고만 알고 있는 태조 이성계의 뒤에는 어쩌면 이성계보다 더 배포있고 치밀했던 신덕왕후 강씨를 시작으로 남편 태종의 훌륭한 조력자였으나 허무한 삶을 살았을 원경왕후 민씨, 세조의 정치적 야심속에 말없이 그러나 든든한 지지자로 함께 하였던 정희왕후 윤씨 등 우리가 한 번쯤은 드라마를 통해 마주했던 조선의 왕비들이 '정치'라는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왕 이상으로 파란을 겪으며 견디어낸 치열한 삶을 담고 있다.

절대적 왕권으로 유지되었으리라 생각하기 쉬운 조선의 정치와 역사. 그러나, 왕권 계승과 보존은 직접적으로 자신들의 목숨과도 직결된 문제였기에 그만큼 더 치열했던 조선의 왕비들.......

드라마를 통해 보았던 '왕'이란 남자를 두고 벌어지는 여느 여자들의 질투와 암투문제로 그네들 역시 거기서 거기였을 삶을 살았을 것이라 여기며 재미있어라 했던 생각이 몹시도 부끄럽게만 느껴졌다.

분명 조선의 역사는 '왕'으로 이어지는 표면적인 정치구도 저편에는 그보다 더 치열한 '생존'을 둔 왕비들의 이야기가 더 치열하였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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