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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도와주세요! ㅣ 희망을 만드는 법 2
섀논 리그스 글, 제이미 졸라스 그림, 노경실 옮김 / 고래이야기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어린시절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는 책소개에 저자의 자전적인 이야기와 함께 성폭력에 대한 이런저런 많은 이야기를 기대하며 책을 기다렸다.
그러나 내 손에 건네진 책은 기대했던 것보다 그 두께부터가 얇아 내심 놀랐었다. 첫 페이지를 펼지며 더욱 놀라웠던 것은 주절주절 펼쳐지리라 기대했던 성폭력에 대한 이야기보다 2학년 4반을 맡고 있는 선생님의 아이들을 향한 말씀이며 지도내용이 주를 이루었다.
교실안에서는 물건 정리도 제대로 해야하고 친구들을 '바보' '멍청이'라고 놀리지도 말아야 하고 허락없이 친구의 사탕을 먹지 말아야 하며, 함부로 말하면 안 되고.....
항상 말없이 조용한 레지나를 주의깊게 살펴보기도 하고, 다투는 두 아이에게 혼내기보다 자기의 몸을 스스로 지키라고 이야기하는 살바도르 선생님.
그런 선생님이 어느날 낯선 사람을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들려주며, 낯선 사람의 차에 타지도 말고 이야기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수영복을 가려진 곳을 낯선 사람이 절대로 만지지 못하게 한다>는 그림과 함께 아이들의 몸을 만지는 것은 낯선 사람뿐만 아니라 친구나 가족이나 친척일 수도 있다고 들려주며, 혹시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선생님에게 꼭 말해달라고 한다. 선생님은 그런 어린이를 도와줄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다고......
평소 말없이 조용하던 레지나는 마침내 선생님께 도움의 손길을 청하면서 이야기는 끝을 맺고 있는데, 선생님이 레지나에게 어떠한 도움을 주었는지 구체적인 내용도 하나 담기지 않은 이 책이 몹시도 의아했다.
이유인 즉, '어린이 성폭력 예방을 위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시카고 공공도서관 선정 '2007년 최고 중의 최고의 책'이란 찬사에 2007년 오레곤 아동문학상까지 수상한 작품이라는 수식어에 작가의 경험까지 더하여 무엇인가 획기적인(?) 어린이 성폭력 예방에 대한 비결과도 같은 내용을 기대했었으니 말이다.
그에 비해, 본문의 뒷부분에 부록처럼 실린 <선생님과 부모님께>코너에 실린 해바라기 아동센터의 임상심리전문가인 최지영 님의 글과 교육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아동 안전 의식 체크리스트'가 더 구체적이고 효과적으로 느껴졌다.
애초 기대에 대한 실망보다 왠지모를 허전함이 느껴져 보고 또 보다보니 문득 스쳐가는 생각 하나.
선생님의 성폭력에 대한 어떤 이야기보다 평소 선생님의 아이들을 대하고 가르치는 것에 대한 이야기속에 점차 아이들이 선생님을 신뢰하는 듯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옆집 아저씨에게 당한(?) 일로 더욱 말이 없어진 레지나가 결국 선생님께 도움을 청할 수 있었던 것도 어쩌면 선생님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선생님의 말씀과 행동으로 형성된 아이들의 신뢰는 선생님의 말씀 하나하나에도 보다 깊은 주의를 갖기 마련이라는 생각이 들자 부모 역시 아이들에게 이래라저래라 하라마라 하기전에 자신의 말과 행동에서부터 진실로 아이들과 소통해야 함을 레지나의 선생님, 살바도르 선생님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성폭력예방에 대한 내용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보다 성폭력을 당한 아이들이 쉽게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생각과 함께 주변의 누군가가 성폭력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서는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선생님, 부모, 어른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부모로서 돌아보게 하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