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연구가 황혜성 - 한국의 손맛을 잇다 예술가 이야기 5
안혜령 지음 / 나무숲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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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연구가란 조금은 생소한 직업(?)에도 불구하고 '황혜성'이란 이름만큼은 반갑기만하여, 후덕한 미소를 짓고 계시는 표지사진에 자꾸만 눈길이 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언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TV화면을 통해 희끗한 머리칼을 단정히 쪽진 모습에 말씀도 자분자분하시던 살아생전 그분의 목소리가 아직도 내 기억 한 켠에 남아있음이 새삼스럽다. 그러다 몇 년전인가 그 분이 별세하셨다는 뉴스기사에 왠지모를 섭섭함과 안타까움을 느꼈던 기억도 남아있는 것이 또한 새삼스럽다.

특별히 황혜성 선생님의 요리 프로를 챙겨보았다거나 요리에 특별한 아니 조금의 관심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분의 목소리며 단아한 모습이 생생하게 떠오르다니 참 별스럽다 생각하면서도 그리 싫지가 않다.

 그분에 대한 것이라고는 한때(?) 요리의 대가였다는 참으로 막연한 수식어에 불과한 한토막을 알고 있었음을 이 책을 읽는 동안 깨닫게 되었다. 또, 그분의 일대기와 업적을 화려하거나 과장됨없이 서술한 내용을 읽으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다름아닌 '만약에.....'라는 가정이었다.

'만약에 그분이 안 계셨더라면.......'

'만약에 그분이 충남 천안의 오천 석지기 부잣집에서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분에게 당시로서는 쉽지 않았던 딸아이의 공부에 대한 신념을 가진 어머니가 없었더라면.......'

'만약에 그분이 조선 음식을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그분이 평생의 스승이 될 한희순 상궁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만약에......'

.............

정말 끝도 없이 '만약에......'라는 가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일본에게 나라를 빼앗기고 마지막 왕조가 스러져가는 시대에 과연 궁중의 음식인들 제대로 전해질 수 있었을까?

그러나, 얼마나 다행인가! 황혜성이란 인물로 인하여 우리의 소중한 음식문화가 굳건히 자리매김 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생각하니 그 무엇보다 소중하고도 고마운 분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당시로서는 전무한 궁중음식에 대한 것을 자료화하고 후대에 길이 남을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진정한 요리연구가 황혜성. 남부러울 것없는 부잣집에서 응석받이로 자랐을 법한데도 쉽지않은 길을 꿋꿋이 헤쳐나간 열정과 정신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평생의 스승으로 모셨던 한희순 상궁에게서 궁중음식을 배우며 빼곡히 적어나간 노트들이며 배우고 익힌 것들을 바탕으로 엮어낸 우리나라 최초의 궁중음식 요리책인 <이조궁정요리통고>의 바랜 사진과 전국을 돌며 각 지역의 향토음식을 정리한 노트들이 그분의 열정과 노고를 보여주는 듯하다.

평생을 궁중요리 연구와 전수에 바친 음식연구가 황혜성.

표지사진으로 뵙는 그분의 미소가 마침내 최선을 다하여 부족함없이 이루어낸 이의 편안함이 전해오는듯 보고만 있어도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과연 무엇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자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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