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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밑에 꽃다지가 피었어요 - 도심 속 생명이야기 01
이태수 그림 글 / 우리교육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아......
정말 가로수밑에 옹기종기 작은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는 꽃다지들이 금방이라도 그 솜털이 느껴질 것같아 놀랍기만 하다.
눈과 입이 함께 놀라움을 금치 못하며 한 장 한 장 넘겨본 내용은 또한 작가의 섬세한 그림만큼이나 사물에 대한 관심과 배려가 느껴져와 가슴이 따뜻해진다.
우리가 바삐 걸어다니느라 눈길 한 번 제대로 주지 못하는 동안에도 보도블럭 그 틈에서도, 콘크리트 담장 아래서도, 빈병이 굴러다니는 소화전 옆에서도 어느틈엔가 새로운 생명을 피워내고 있는 온갖 꽃들.
심지어는 높디높은 아파트 화분 받침대에 둥지를 튼 황조롱이도, 꽉 짜인 철망을 걸치고 올라간 며느리배꼽도, 오랜 가뭄 끝 장맛비에 생겨난 물웅덩이를 찾아온 소금쟁이, 청개구리, 백로와 황새.... 그 어느 것 하나 나보다 소중하지 않다고 감히 말할 수 있으랴.
어느새 거대한 도시화로 변해버린 지구에서 소중한 땅은 그 자취를 하나둘 잃어가고 더불어 이미 오래전부터 이 땅의 주인이던 갖가지 생물들도 삶의 터전을 잃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던 그동안 우리는 새삼 그것들을 그리워하기 시작하였던 것 같다.
다행히도 딱딱하고 건조한 콘크리트밑에 숨겨져있는 흙냄새을 맡고 다시 우리 품으로 돌아온듯한 꽃들과 생물들이 이 책속에서 다시 살아나고 있다. 바로 이태수 작가의 따스한 마음과 놀라운 붓놀림으로 말이다.
문득 자연을 돌아보고 나 자신을 돌아본다는 것이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이다. 근사한 꽃집에서 예쁜 리본을 달고 사오는 꽃들보다 더 간절하게 우리를 기다리며 곳곳에서 제 모습을 피워낸 길가의 꽃들이며 벌레들의 이야기에 나 자신 또한 지구위에서 바글거리는 인간이라는 종의 단 하나임에 불과함을 가슴 깊이 깨닫게 된다.
그러니 감히 어느 것 하나를 허투루 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가로수 밑에 핀 꽃다지가 나의 모습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