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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원하게 나를 죽여라 - 이덕일의 시대에 도전한 사람들
이덕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참 이중적으로 다가왔다. 과연 누구를 위해 '시원하게' 죽이라는 것인지.......
도전적이다 못해 도발적인 느낌이 물씬물씬 풍겨나는 제목이 나의 호기심을 마구마구 자극하였다.
모두 4부에 걸쳐 26인의, 시대에 정치에 위기에 또 종래의 안이함에 맞서고자 했던 그들의 부르짖음은 제각각이었지만 결국에는 진리를, 정의를, 소신(所信)을, 자신을 위한 불러섬없는 용기이자 신념을 담고 있었다.
이미 교과서나 책을 통해 역사적 사건의 주역으로 알려진 인물들도 적지않지만 또 역사의 그늘에 가리워진 낯선 인물들이 새롭게 등장하여 새삼 반갑고도, 그동안 땀을 흘렸을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듯도 하였다.
더불어 절대권력의 시대였을 왕의 통치권조차도 분명 그 아래이면서도 결코 아래이지 않았던 당파들의 막강한 힘의 우위에 의하여 권력은커녕 자신의 안위(安危)를 위해 확연한 정의를 고하는 진정한 신하를 무참히 내쳤던 나약하고 비겁한 군주들의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러한 왕을 끝까지 믿고 모시고자 하였던 자신을 죽음으로까지 몰고간 최후에 그들은 과연 무엇을 생각하며 눈을 감았을까?
26인의 대쪽과도 같았던 삶을 들여다보고나니, '시원하게'라는 수식어는 마치 자신의 최선에 일말의 미련도 없음을 나타내는 최후의 마침표처럼 느껴졌다. 미련없이 눈을 감는 자신은 편안한 안식을 맞이하지만 아직도 남겨진 이들은 여전히 투쟁의 전장에서 살아남기위해 끊임없이 불안에 떨어야하니 말이다.
일제 식민사학자들이 조선 역사의 대표적인 당쟁망국론으로 규정지은 예송(禮訟)논쟁에서 당시로서는 커다란 파문을 일으킨 윤휴가 오히려 현종에 의하여 송시열 등의 서인들로부터 씁쓸한 패배를 맛보았던 것에서 끝나지않고, 당시 북벌론을 주청한 어엿한 주역임에도 그러한 사실 또한 빼앗기듯 송시열의 주장인양 오늘날의 국사교과서에 그의 존재는 어디에도 언급되고 있지 않다고 하니, 우리가 일컫는 역사란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또 어디까지가 왜곡인지 새삼 의심이 피어오른다.
300여 년전 이미 정치인으로서의 제몫을 다하고자 하였던 잠곡 김육. 그가 부르짖은 대동법은 자신들이 특권계층임을, 더나아가 왕은 절대 권력자가 아닌 자신들과 같은 사대부가운데 제1사대부일뿐이라 믿고 있는 당시의 세도가들에게는 부와 권세를 축적하는 최고의 수단이었던 공납에 반하는 결코 실현되어서는 안 될 반역에 불과한 것이었다.
자신들의 사리사욕을 위해 진실앞에 눈 감고 귀 막고자 하였던 양반 지주들의 온갖 교란과 모함에도 죽는 순간까지 꼿꼿하게 대동법만이 백성을 편안케하고 나라에 도움이 되는 최고의 수단이라 믿었던 김육의 생각은 그의 사후 100년 만에 전국적인 세법이 되었다.
결국, 이 책에 실린 26인의 주장과 믿음만큼 고단했던 삶을 들여다보며 그들의 진실을 때로는 무지함에 깨닫지 못하고 또 때로는 이기심에 외면했던 당시의 정치현실이 절로 한숨을 토해내게 하였다.
문득, 목숨조차 내어던지며 아둔한 정치현실을 일깨우고자 하였던 그들의 도발적인 신념이 어느때보다 필요한 요즘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300여 년전이과 크게 달라진 것 없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는듯한 오늘날 우리 정치 모습이 안타깝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