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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도둑 1
발 타일러 지음, 김난령 옮김 / 주니어파랑새(파랑새어린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지하세계의 '뤠카'족과 바깥땅 '가디언'족들의 '째깍이'를 둘러싼 기발한 상상이 넘치는 이야기이다.
무엇보다 이 모든 이야기를 상상해낸 작가의 능력이 어찌보면 작가의 주변환경 (작가가 즐겨 찾는 그리니치 공원과 그 가까이에 위치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과학기관인 왕립관측소와 하루 24시간이라는 세계시가 최초로 지정된 자오선 건물이 있다는 것....)에서 비롯된 작가에게는 그리 힘든 작업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미치자 부럽기도 하였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의 분주하거나 또는 한가로운 발길속에서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누구에게나 주어진 '시간'을 떠올리고 급기야는 지하세계와 바깥땅, 두 세계의 '시간'을 둘러싼 한판 승부를 그려내는 작가가 궁금하다.
더이상 지저분하고 더럽고 추할 수 없는 것들이 모여있는 지하세계. 그곳에서 살아가는 뤠카족의 이름들 역시 끔찍하다. 왕초 재미삼아죽여와 호시탐탐 왕초의 자리를 넘보는 할큄쟁이, 쌍콧물, 침튀기, 얼간이, 말라깽이 등등 그들에게는 질서도 친절도 사랑도 심지어는 따뜻함조차도 없다. 온통 추악하고 흉악스럽고 포악하고 무질서만이 존재한다.
바깥땅 '가디언'족의 대부인 팀이 완성한 새 시계의 새로운 작동을 두고보지 못하는 왕초 재미삼아죽여와 뤠카들은 '째깍이'를 훔쳐내고, 새로이 1000 년의 시간을 가져다줄 시계를 되찾기 위한 가디언족들의 급박함. 그 가운데에는 뤠카에서 가디언으로 변해가는 쌍콧물, 소피가 있었다.
이야기를 읽는 내내 인자한 가디언족의 대부 팀의 모습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의 마법사 간달프를 떠올렸다. 평화를 지키기위해 절대반지의 영원한 파괴의 힘겨운 임무를 맡은 주인공 프로도를 위해 따뜻한 눈빛을 보내던 간달프의 모습이 두려움에 사로잡힌 뤠카소녀 소피에게 따스한 손길을 주는 팀의 그것과 다르지 않을 것같았다.
결국, 뤠카소녀 쌍콧물의 용기와 간절함은 '째깍이'를 무사히 되찾고 1000 년의 시간을 가져다줄 새로운 시계는 성공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고, 마침내 쌍콧물은 가디언소녀 소피가 된다.
가디언족 중 태만하고 시기와 질투를 일삼던 자들이 지하세계에 형성한 새로운 집단이 바로 뤠카족. 그들은 지혜와 예의를 존중하던 오래전 자신들을 잊고 어두운 지하세계에서 끔찍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본래의 자신을 잊지 않았던 쌍콧물과 훌쩍이들은 오래전 그들의 고향이었던 바깥땅으로 돌아오는 다행스러운 이야기.
작가의 상상력 풍부한 이야기보다 더 인상적인 것은 옮긴이가 무척이나 고민했다는 지하세계 뤠카족들의 언어였다. 마치 영화 동막골의 주인공 소녀의 말투를 떠올리게도 하고 또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어느 시골 사투리로 여겨지는 재미난 말투에 덧붙여진 어미가 뤠카족들을 더욱 어리석고 띨띨하고 무식하게 만들어 이야기에 감칠맛을 더해주었다.
그나저나 얼마나 다행인지.......이 모든 것이 작가의 상상속 이야기라는 것이. 만약 우리의 시간을 노리는 뤠카들이 어딘가에 있다면........ 아~ 상상만해도 끔찍하다. 상상만으로 충분한 이야기이다..
한 가지 이야기를 읽다보면, 시간을 훔친 뤠카족들은 그다지 시간의 중요성을 모른채 다만 가디언족의 대부 팀을 골려주려한 것이나 새로이 1000 년을 흐를 시간이 못마땅한 것이 전부로, 시간이 정지하면 모든 것이 끝장이라는 가디언족들의 난리법석(?)과는 정말 대조적이다.
아마도, 작가는 누군가에게는 무의미한 시간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절대적으로 지켜내야 할 소중한 것일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속에 담으려 했던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