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패러독스 1
피에르 바야르 지음, 김병욱 옮김 / 여름언덕 / 200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개인적으로 요즘처럼 많은 책을 열심히 읽은 적이 있었던가......
딸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큰 변화를 꼽으라면 두 말할 것도 없이 일상에서 책을 가까이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아니 하루의 대부분을 책속에서 살고 있는 요즘이다.

딸아이가 어려서는 주로 육아와 교육에 관련된 책을 읽으며 처음 맡은(?) 부모의 역할에 많은 도움을 얻게 되면서 책에 의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나고,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의 책을 함께 읽기도 하며 요즘에는 분야를 가리지않고 읽어대며 마치 숙제처럼 읽고 또 리뷰를 쓰기도 한다.

적지않은 분량의 책을 읽으며(솔직히 주부로 부모로 살면서 틈틈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쓰기란 그리 만만한 일은 결코 아니기에...) 가끔은 벅찰 때도 있지만, 또 유익한 부분도 적지않아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가 없는 이유이다.

그럼에도 방대한 양의 책들이 매일같이 쏟아져나오는 시대에 아무리 읽어도 다 읽을 수 없는 그 어마어마한 책들에 눌려 감히 독서인이라고 말하기도 뭣하지만, 그중에서도 나와 딸아이를 위하여 책을 읽는 시간만큼은 행복할 뿐이다.

어느새 습관처럼 일상처럼 책읽기를 하고 있는 내게 '읽지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란 책의 제목이 몹시도 신선하고 경이롭기까지 하였다.

결코, 한 줄도 소홀히 읽어서는 안 된다는 (스스로의 양심에 찔리는 탓에...),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몇 번이라도 다시 읽고 또 읽어야 직성이 풀리는 고지식함에 이 책의 제목이 주는 유혹은 마치 신세계를 들여다보고픈 그것이었다.

가끔은 기대에 부풀어 구입한 책이 첫줄부터 나를 버겁게 할 때면 차라리 팽개쳐버리고 싶기도 하고 또 대강 훑어버리고 싶은 마음도 간절하지만, 이미 책은 꼼꼼히 읽어야 할 대상이라 여기는 소견때문에 또 하나의 숙제로 여기며 '언젠가는..'을 기약하며 한쪽에다 모셔두기도 하지만 그 '언젠가는...'이 결코 쉽게 다가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못다한 숙제처럼, 언젠가는 풀어야 할 응어리처럼 집안 어느구석엔가 고이 숨겨둔 책들을 해결하고픈 마음에 덥석 펼쳐본 책. 솔직히 나의 예상과 기대와는 사뭇 다른 내용에 결국엔 또하나의 숙제를 떠안은듯 복잡해지는 마음.......
정말 저절로 풀리는 일은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란 말인가....ㅜ,ㅜ;

쉽사리 뇌리에 들어오지 않는 문장들을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오히려 옮긴이를 향한 괜한 원망까지 해본다. 좀더 쉽게 풀어쓰시지.... 과연 원문은 어떻게 쓰였길래 책뒷표지에는 움베르토 에코와 뉴욕 타임즈까지 호평을 하였단 말인가...
나의 독서력이 아직은 이 책을 읽을만큼 내공을 쌓지못한 탓인가..... 등등의 온갖 원망거리가 저절로 떠올랐다.

 그러나, 몇번을 되짚으며 읽으려니 그제서야 조금은 내용이 보이기 시작한다.

제목이 말하는 '읽지 않은 책'이란 말 그래로 전혀 읽지 않은 책이란 뜻을 포함하여 대충 훑어보는 경우나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또는 일부나마 알게 되는 책과 읽었으나 그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를 포함한, 온전한 독서를 제외한 온갖 불완전 독서와 비독서를 의미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말하는 법'이란 나와 같이 독서를 통해 자신에 만족하고마는 경우가 아닌 자신의 독서력으로 또는 책을 통해 타인과의 교류나 타인에게 그것에 대해 이야기할 때 필요한 '테크닉' 또는 'know-how'쯤으로 이해된다.

 그러니까 나와 같이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이 별~로 필요하지 않은 이에게는 그다지 유용성이 없는 책이라고 하겠다.

 다만, 이 책을 통해 무조건 모든(내손에 들어온) 책들을 온전히 읽어야 할 대상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때로는 대충 훑어서 읽거나 반드시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이 있음을 상기하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은 내게 온전히 읽어야 할 책이 아닌 대충 훑어보아도 좋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