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된 연어
김숙분 지음, 이상훈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6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 '연어'라는 말에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이 생떽쥐페리의 <어린왕자>에 비유한 안도현의 <연어>가 먼저 떠올랐다. 안도현의 <연어>가 어른들을 위한 연어이야기라면 이번 <숲이 된 연어>는 아이들을 위한 연어이야기이다.

인간에게 연어의 삶이란 어찌보면 '단순' 그 자체일지도 모르겠다. 강바닥의 알에서 깨어난 후 본능에 따라 멀고먼 바다를 돌아 결국엔 자신이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 다시 애초의 자신과 같은 알을 낳는 것이 숙명(宿命)으로 정해져 있는 연어의 삶. 그에 비하면 인간의 삶은 한 치앞도 장담할 수 없는 '불확실함' 그 자체로만 여겨진다.

그래서일까....... 태어나면서부터 마지막 순간까지 눈에 보이듯 선명한 연어의 삶이 오히려 부럽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만 하다면 하루하루 막연함에 불안해 할 것도 없이 확실한 미래, 정해진 마지막을 위해 달려가기만 하면 될 것이니 말이다.
이러한 생각이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나의 생각이었다.

연곡천 강바닥에서 태어난 새끼 연어 '은빛이'.
처음 알에서 깨어난 '은빛이'의 두려움은 나중에 은빛이도 그러하듯이 자신을 닮을 '은빛이'를 낳기 위해 마지막 힘까지 다하고 숨을 거둔 부모가 그의 곁에 없기때문이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은빛이에게는 가문비나무 엄마가 있어 따뜻한 품을 내어주고 있었다.

마침내 이미 그의 곁에 없는 부모가 그에게 남겨준 본능에 따라 태어난 강을 떠나는 은빛이. 가문비나무 엄마를 떠나는 것은 슬프지만 정해진 운명에 따르는 것이 자연의 섭리(燮理)이기에 은빛이는 연곡천을 떠나는 연어무리에 속하게 된다.

바다로 나가는 은빛이와 연어무리들은 오로지 생존을 위해 서로를 격려하며 한 떼의 무리로 살아간다. 가끔은 자신들을 노리는 제비갈매기나 불곰 그리고 사람들의 작살에 희생되는 연어를 보며 가슴 아프지만, 북태평양 깊은 바닷속에서 만난 철갑상어나 왕연어떼로부터 산다는 것에 많은 생각을 하는 은빛이.

1만 3천 킬로미터 4년이 넘는 기나긴 시간동안의 여행을 끝내야 하는 시간 은빛이의 옆에는 핑크가 함께 하고 있었지만, 힘들고 오랜 여행길에도 항상 가슴 한 켠에 간직하고 있던 남대천으로 돌아가는 길은 그리 쉬운 길이 아니었다.

그러나, 은빛이에게는 그의 부모가 남겨준 본능이 고스란히 남겨져 있었다. 게다가 가문비엄마와 북태평양에서 만났던 왕연어와 또다른 연어무리들이 이미 은빛이에게 연어의 죽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가르쳐주었던 것이다.

마침내 또 다른 은빛이들을 세상에 내어준 은빛이는 강의 품으로, 자연의 품으로 자신을 맡긴다.
결국, 기꺼이 자신에게 엄마가 되어준 가문비나무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긴 은빛이에게 왈칵 눈물이 솟고 말았다. 아....... 얼마나 고단한 연어의 삶인가.

그러나 은빛이는 고단한 삶이 아닌 오직 살기 위해 최선을 다하며 마침내는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깨닫고야 말았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요즘 때맞은 연어의 산란기. 지금 남대천에는 아름다운 최후를 맞기 위한 은빛이들의 아픈 몸부림이 한창일까......
아....... 어느새 '연어'라는 말에 맛난 소스와 함께 한 붉은 살의 연어요리가 아닌 온전히 자신을 내어준 '아름다움'이 묻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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