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야 여우야 어디있니? 즐거운 동화 여행 6
김숙분 지음, 정림 그림 / 가문비(어린이가문비)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지금도 어디쯤에선가 사람들의 마을을 내려다보며 엄마 여우의 눈을 나눠가진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가 서있을 것만같은 생각에 가슴 한구석이 찌르르해온다.

나 역시 어렸을 때 아이들과 어울려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라는 놀이를 하던 기억과 함께 주고 받던 노래 구절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斯斯)하다.
여름볕이 쨍쨍한 담벼락이나 전봇대에 기대어선 술래의 등뒤로 살금살금 다가가서는 잡혀있던 우리편을 영웅처럼 구해내고는 하던 기억......

그러나 책속의 여우는 결코 즐거운 또는 재미난 이야기만을 들려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가슴 저린 이야기에 눈물 마저 흘리게 한다.

너무도 간절히 사람이 되고픈 아기 여우는 엄마 여우의 타이름에도 불구하고 혼자서 사람들의 마을로 찾아가고 마침내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된다. 이미 어른들로부터 여우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들었던 아이들은 아기 여우를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아기 여우를 반기며 재동이 아저씨와 비밀로 아기 여우를 키우기로 한다.
앞을 못 보는 재동이 아저씨는 아기 여우를 아들삼고 의지하며 살고자 한다.

그러나, 눈밭을 헤치고 엄동설한(嚴冬雪寒) 대나무로 자신의 몸이 꽁꽁 얼어붙도록 아기 여우를 되찾으려는 엄마 여우의 간절함으로 결국 아기 여우를 되찾게 된다.

사람이 너무도 되고픈, 사람으로 살고픈 아기 여우는 마침내 자신의 눈을 재동이 아저씨에게 주고 엄마 여우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엄마 여우 역시 광명(光明)을 잃은채 평생을 살아가야 하는 아기 여우를 위해 자신의 두 눈을 주려한다.

"스릉 스릉 흥흥......" 주문을 외우며 자신의 두 눈을 주려는 엄마 여우에게 제발 하나만 달라고 하는 아기 여우의 울부짖음에서는 나조차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결국 엄마 여우와 아기 여우는 그렇게 눈을 나눠가진 채 평생을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갈 것을 생각하니 왜 그리도 마음이 저리는지......

여태껏 즐거운 놀이로만 부르던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속의 개구리도 먹고 뱀도 먹고 낮잠도 자던 여우가 어느 사이 '여우야 여우야 어디있니?'속 간절히 사람이 되고픈 아기 여우로 오버랩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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