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나를 입은 어느 날 반올림 9
임태희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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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주는 묘한 호기심과 겉표지의 그림이 무척이나 궁금해 아홉 살 딸아이와 재미나게 읽으려고 신청한 책이었다.
허나, 왠걸.......

처음 책을 받아들고 표지그림 만큼이나 호기심을 발동케 하는 그림들이 심심찮게 있을 거란 생각에 휘리릭~ 들춰보니 어라.... 그림이 하나도 없네. 순간, 나의 기대가 와르르르 무너지는 소리를 들어야했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면서 예기치 못한 재미에 빠져들었다.

책 속의 나는 어느 날 아침 거울속에서 낯선 무엇인가를 발견한다.
그것은 바로 전날  피곤에 지쳐 쓰러져 입은 채 잠들었던 '교복'이란 녀석이 나를 입고 있는 것이었다.

사실, 책에 묘사되어 있는 내용이  쉽게 이해되지 않아 책을 읽는 내내, 나를 입고 있는 '녀석'이 어떤 모습인지 궁금했다. 다만, 책에서는 '기묘한 속삭임'으로 나를 입고 있음을 표현하고 있지만, 쉽게 '나를 입은 옷'의 모습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냥 나에게 말을 거는 옷 정도나 옷에 대한 나의 속내를 훤히 들여다보는 그 무엇쯤으로 여겨질 뿐이었다.

나는 옷쇼핑을 위한 멤버들에 속해있다.
옷 사러 갈 때만 펄펄 나는 애인 '날개옷'
엄마 몰래 쇼핑한 옷을 맡아 주는 나의 멋쟁이 패션 '요원 K'
리더형 인간인 리더
남자 친구 있는 애인 애정과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 모두 다섯 명으로 구성된 멤버였다.

옷쇼핑을 나서기 위해 요원 K와 만난 '나'가 버스 정류장 건물 1층에 있는 화장실에서 '세일러문의 변신'과는 대조적인 모습으로 눈물겨운 옷을 갈아입는 대목에서는, 언젠가 공원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앳된 얼굴의 여학생들이 떠올랐다.
그 여학생들 역시 책 속의 또다른 '나'였을 것이다.

부모님의 걱정이 담긴 시선을 피해 그네들만의 세계에 들어가기 위한 의식(절차)을 공중화장실이라는 공간을 거치는 것이다.
참, 기묘한 공간...이다. 화장실이라는 곳이....

옷을 사는 동안 '나'의 눈과 귀에는 사람과 옷이 뒤바뀐 모습이 보인다. 사람이 옷을 안사는 것이 아니라 옷이 사람을 거부하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고도 끔찍한 상상이다.

어릴적 나도 플라스틱 인형이 말을 하거나 눈에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의 24시간을 조정할지도 모른다는 공상을 하고는 했었다. 지금도 여전히 물질만능으로 변해가는 세상속에서 가끔은 어린시절에 대한 향수처럼 공상을 하고는 하지만,  문득문득 나의 어린 모습을 한 딸아이가 현실을 일깨우고는 한다.

책속의 아이들을 보며 멀지 않아 딸의 모습을 보는듯 걱정이 밀려오기도 했다. 나의 눈과 귀를 피해 어설프게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드러낼까봐.......
하지만, 한편으로는 잊고 있었던 오래전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공상으로 풀어내려던 나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묘한 동질감도 들었다.

이제 아홉 살인 딸아이도 어느 날 '자신을 입고 있는 옷'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으면서 생기는 바람 하나는 딸아이를 입고 있는 그 녀석을 나 또한 발견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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