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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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어떤 책을 처음 손에 집는 순간, 책이 나를 잡아당기는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책의 장르나 재질, 두께 여부와 상관없이 이 책이 내책이라는 느낌이 손안에서 맴돌게 되면 나는 어느새 읽지도 않은 그 책에 매료되어 버린다. 그리고 이렇게 첫 만남을 한 책들은 결코 단 한번도 나를 실망시킨적이 없었다. 그 책들은 마치 나를 만나기 위해 기다렸다는 듯 자신들의 이야기를 술술 풀어 놓고 나는 그 이야기들에 흠뻑 취해 버린다. 하지만 이런 느낌의 책은 좀체 만나기가 쉽지 않다. 첫눈에 사랑에 빠져버리는 기분이 이런것일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바로 이 책을 손에 집는 순간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라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이번에도 이런 내 느낌은 적중했다.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의 화자는 40대 중후반의 남성이다. 그는 몇년전 아내와 사별하고 "제3의 작가"라는 명칭으로 대필업을 하며 살아간다. 홀아비로써의 삶은 외롭고 쓸쓸하다. 그래서 그에겐 아내가 죽은 이후 어느날 부터인가 보이는 죽은 사람들의 모습도 그에겐 타인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오지 않는다. 몸은 살아 있지만 마음은 이미 아내와 함께 죽어 버렸기 때문이다. 작가지만 작가라 할 수 없는 직업, 살아있지만 산 것이 아닌 삶. 이런 경계에 사는 남자에게 죽은 자가 보이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할 일 같이 느껴졌다.  

남자는 시종일관 자신의 일상을 관찰하고 거기에서 오는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며 추억하기도 하고 회환에 젖어들기도 한다. 이런 그의 기억들은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담담하게 이어지는  담백한 문체에 긴장감을 불어넣어 책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힘을 발휘한다. 처음에는 그저 너무 평범할뿐인 일상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왜 손에서 놓지 못하는지 스스로 이해하지 못했었다. 어쩌면 이 책을 처음 본 순간에 느낀 그 기분 때문에 잡고 있는지도 모르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그것과는 다른 무엇이 내 마음을 이 책으로 자꾸만 잡아 당겼다. 책의 반을 읽은 시점에서야 문득 그것이 화자의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외로움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하지 못해서 외롭다. 누군가를 충분히 사랑했다면 외롭다는 이 서글픈 감정은 들지 않는다. 그 사랑에 대한 결과가 내가 원했던 것과는 비록 다를지언정 나는 최선을 다했으므로, 그리고 그 감정에 충실하여 내 모든것을 재도 남지 않을 만큼 다 태워버렸으므로 나는 행복할 수 있다. 하지만 충분히 최선을 다해 사랑하지 못했다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후회와 미련이 그 자리에 쌓여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되어버린다. 시간은 가고 다른사람들은 앞으로 나아가지만 나도 모르는 새에 자꾸만 지나온 그 자리로 되돌아가 과거를 회상하며 홀로 우두커니 그 감정들을 곱씹게 된다. 그래서 충분히 사랑하지 못한 감정은 외로울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이 책의 화자가 그랬듯이, 그리고 내가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문득문득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과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에 "천사의 게임"이 생각났다. 죽은자와 산자의 담담하지만 가슴 뭉클한 감정의 교환, 그리고 거기에서 느껴지는 현실과 환상의 모호한 경계가 이 두 책들에 대한 기억을 불러 일으겼다. 그래서 이 책들을 문학이라는 커다란 종이 위에 포지셔닝 한다면 아마도 아홉번째 집 두번째 계단의 자리는 철도원과 천사의 게임에 중간쯤이 될 듯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중성과 독특한 발상이라는 두가지 장르를 동시에 취합하는 책이라고나 할까.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지만 특별하게 보여준 이 책의 작가에게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다른 작품으로도 임영태라는 작가를 만나게 되길 희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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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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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가면서 서서히 잊혀지는 것들이 있는 반면 더 소중하게 기억되는 것들이 있다. 하지만 잊혀져가든 소중하게 간직되든 이것들은 모두 우리에게 한가지 공통점을 가지고 다가온다. 그것은 우리는 지나간 그것들에 대해 그리워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비록 옷에서 떨어진 단추나 입가에 묻어 있던 여름날의 아이스크림에 대한 기억과 흔적들처럼 소소한 것들이라 하더라도 그 각각의 것들에 대한 마음의 무게가 그것들을 그리워하게 만든다. 이 책은 이런 소소한 일상에 기억과 그 향수를 사진과 글로 추억한다. 

세상은 점점 빠르고 편리하게 변하고 있다. 덕분에 이제는 집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불편이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이런 편리함은 다른한편으로 인간을 고립되게 만들었고 따스한 감성의 결핍을 가져왔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꾸만 과거의 기억과 그것에 연계된 물건들에서 따스함을 찾고자 한다. 아직은 감성이 남아있던 아날로그 시절의 물건들은 우리에게 큰 마음의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들의 변화가 이 책과 같은 에세이집을 탄생하게 만들 어 준 것이 아닐까 한다. 

나는 이렇게 사진과 간단한 글이 곁들여진 감각적인 에세이집은 처음이라 이 책을 어떻게 읽고 소화해야 할지 몰라 처음엔 조금 난감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읽어보기로 결정했다. 마치 난생 처음 보는 음식을 입에 넣고 우물거리는 기분이였지만, 조금 시간이 지나고나자 이 책의 구성과 감성을 이해하고 음미하게 되었다. 이 책은 두시간이면 쉽게 뚝딱 읽어볼 수 있는 양이였기에 후루룩 쉽게 넘겨보았지만 완독 후에는 조금 여유를 갖고 천천히 읽었더라면 또다른맛이 나지 않을까 하는 약간은 아쉬움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아날로그를 그리워하고 그 시절의 따스함을 그리워하는 마음이 있다. 아직은 모든것이 불편했지만 사람간의 정이 넘치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향수는 그 기억들을 꺼내어 생각해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따스해진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동안 그 시절에 대한 기억의 여행을 작가와 함께 할 수 있어서 기뻤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가난했지만 평범했던 내 아날로그 시절 일상의 감성과 맞지 않는 부분들이 많아서 조금 불편하기도 했다.  

이 책을 온전한 에세이집이라고만 표현히기엔 약간 부족해 보인다. 그것은 작가의 본업이 사진작가라는 것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사진집으로써 아날로그에 대해 관찰하고 표현하는 것에 보다 중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보통의 에세이집보다 조금 더 감각적이고 감성적이다. 또 중간중간 존재하는 작가자신의 간단한 사물 스케치 역시 이 책의 감성적인 요소를 더해준다. 하지만 이런 요소들에 비해 이 책의 다른 한 축이라고 할 수 있는 텍스트 부분의 힘이 많이 모자라 보였다. 작가 자신의 과거 경험과 기억에서 오는 소소함을 풀어낸 그 텍스트들은 너무 평범해서 어딘가의 블로그에서 스쳐지나간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은 이런 에세이집을 읽으며 내 현재와 과거를 더듬어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경험같다. 아마도 이런 오늘의 나를 미래에 어느시점에서 문득 기억하며 그리워 하겠지. 이런 생각을 하노라면 오늘을 더 충실히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다시한번 하게 된다. 이런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 과거의 아날로그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간직한 채 사는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앞으로는 그리움보다는 미소로 아날로그의 향수를 꺼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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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의 물고기>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4월의 물고기
권지예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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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4월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사람의 마음을 설레이게 한다. 마치 첫사랑같은 풋풋함과 그리움, 그리고 포근함을 가진 이미지처럼 느껴진다. 혹은 만개한 벛꽃들 때문에 핑크빛으로 가득찬 느낌을 주는 것도 같다. 그래서 흐드러지게 만개한 벛꽃과 따스한 봄바람 같은 4월의 이미지는 사랑의 시작이 주는 설레임과 맞아 떨어지는 오묘함을 갖고 있다. 이런연유로 이 책의 제목을 처음봤을 때 이 책이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을 거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다. 

첫사랑과 행복한 결말을 맞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소박한 소망중에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안타까운 속설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이루어지지 못할 사랑이라면 그 사랑을 잃었을 때 보다 아름다운 추억으로 접어버릴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곱게 접어버리지 못하는 첫사랑은 영원히 기억 속을 떠돌며 때때로 심장을 차갑고 시린 기억으로 베어낸다. 그러면 그 기억 때문에 상처받은 심장을 부여잡고 또 울어버리게 된다. 

이 책의 주인공 서인과 선우는 그 접어버리지 못한 첫사랑의 칼에 심장을 베이고 또 베인 사람들이다. 그래서 그 아픔을 치유해 줄 사랑을 갈망하며 그 누군가를 기다리지만 아무도 그들의 아픈 기억을 부드럽게 토닥여 주지 못한다. 사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선을 그어버린 것은 그들 자신이였다. 마침내 둘은 운명처럼 서로를 만나게 된다. 너무나 운명같다고 믿었던 사랑이라 그 사랑이 그들의 심장을 베어대던 그 기억과 닿아 있다는 것을 미처 눈치채지 못한 채 서로에게 빠져든다.  

결국 사랑이 치유해 줄거라 믿었던 심장의 상처가 오히려 사랑으로 더 고통스러워져 버린다. 그래서 그들은 각자 그 상처로 인해 묻어버린 과거를 더듬게 된다. 하지만 그들이 과거에 발을 딛게 되는 순간 오랫동안 꼭꼭 감추어두기만 했던 기억의 비밀이 깨어진다. 이제 그들의 사랑은 달콤하기만 했던 핑크빛 솜사탕에 4월이 아니라 뒷맛에 진한 씁쓸한 맛을 남기는 커피같은 가을의 기억과 서늘한 바람의 눈물이 되어버린다. 그들이 찾았던 과거의 기억은 마치 연어가 무의식중에 태어난 곳을 찾아가 그들의 생에 종지부를 찍기 위한 필사적인 몸부림과 같은 것이였기 때문에. 

이 책에서 운명이란 결국 기억을 기반으로 한다는 구절이 나온다. 과거에 아무리 스쳤다 하더라도 서로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만나고 스쳐본들 소용이 없다고. 결국 사랑이란, 혹은 운명이란 기억의 문제라는 것이다. 그래서 서로 과거의 기억에 대한 아픔과 그 아픔에서 오는 외로움을 공통적으로 지녔기에 서인과 선우가 운명이라는 이름의 사랑으로 다시 만나게 된 것이이라. 비록 그것이 과거에 기억을 다시 현재로 가져온 것이라고 하여도 말이다.  

이런 사랑이야기의 한국문학은 참으로 오랜만에 접하게 되었다. 그래서일까? 그간 읽었던 외국소설들과는 색다른 맛에 흠뻑 취해 금새 읽어내려 갔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책의 제일 뒷편에 존재하는 작가의 말을 읽고 조금 놀라게 되었다. 우선 권지예라는 작가의 데뷔작이 아니라는 것에 놀랐고 꽤 오랜시간에 걸쳐 쓰여진 책이라는 것에서 다시 한번 놀랐다. 꽤 화려한 수상이력과 결코 짧지 않은 기간동안 활동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서 보여지는 작가의 글솜씨는 이제 갓 데뷔한 작가의 작품과 그다지 차이가 난다고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렇게 긴 시간동안 공들여 쓰여진 작품이라기엔 여러모로 설익은 부분이 많이 존재하기도 했다.  

처음 이 책의 첫 챕터를 읽고 이 책이 단편집 모음이라고 생각했다. 그만큼 첫번째 챕터와 두번째 챕터의 연계성이 모자라 보였다. 그래서 세번째 챕터를 읽고 나서야 이 책이 모두 한편의 소설이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사실 이 책을 완독한 지금까지도 왜 그 첫번째 챕터가 존재하는지 이해하기 힘들다. 비록 책의 분량이 짧아진다 한들 그런 연계성 없는 부분은 과감히 삭제하는 편이 좀 더 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이 첫번째 챕터 외에도 서인과 친구 혜경의 너무나 가벼운 대화와 표현들 역시 이 책의 완성도를 떨어뜨리는데 한 몫을 했다. 선우와 깊은 관계가 되기전의 아픔없고 평범하기만 했던 서인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 작가의 의도였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들의 대화가 참으로 가벼워 눈에 거슬렸다. 굳이 영어표현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 영어표현을 사용했고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연계성 없는 대화들이 반복되다보니 작가의 어설프고 가벼운 글솜씨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그래서 이 책에 섞인 여러가지 장르들이 제 빛깔을 내지 못하고 혼탁하게 느껴졌다. 만약 선우의 사진처럼 밝음과 어둠이 보랏빛으로 은근하게 섞이듯이 책안의 요소들이 서로 어우러졌다면 이 책의 재미가 배가 되었을 텐데 그저 아쉬운 마음만 들었다.  

또 한가지 눈에 거슬린 점은 어디선가 본듯한 이야기와 표현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책에 오리널리티라는 건 별로 없어 보인다. 대부분 어디선가 한번은 본듯한 느낌의 익숙한 표현과 에피소드들이 반복된다. 특히 혜경의 사랑이야기가 그 익숙한 이야기들의 정점에 서 있었다. 사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그부분을 읽는 순간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참을수가 없었다. 몇년전부터 인터넷을 떠돌던 이야기를 그대로 이 책의 에피소드로 무려 두페이지나 차용했기 때문이다. 고작 기존의 닳고 닳은 인터넷 이야기를 읽기 위해 독자들은 책을 읽는 것이 아니다. 작가가 뼈를 깍는 고통으로 만들어낸 보다 참신한 표현과 새로운 이야기를 읽고자 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모든 독자들의 소망이자 작가의 소명의식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이렇게 쉽게 에피소드를 차용해 이야기를 엮어내다니. 독자로써 무시당한 기분에 화가 날 수 밖에 없었다. 

4월의 물고기란 만우절날 어리숙한 사람을 놀리는 프랑스적 표현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은 나의 소감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분명 기존의 내 독서취향에서 벗어나 이 이야기를 색다르고 재미있게 읽었지만, 여러모로 아쉬운 부분들 때문에 놀림받았다는 생각도 살짝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놀림 받았으면 어떠하랴. 만우절 그날만은 우리모두 바보가 되어 놀림받고 놀려주어도 재미있고 왠지 모르게 뿌듯한 그런 기분이 드는 날 인것을. 왠지 달콤쌉싸름한 이 책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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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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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왠지 낯간지러우면서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여자를 달콤한 먹거리에 비교하며 성적인 요소를 은연중에 풍자한 책과 제목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의 제목은 처음이라 흥미롭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만 봐도 이 책이 무엇을 알하고자 하는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게다가 표지에 친절하게도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라고 적혀있기까지 해서 이 책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에 갓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세상에 대해 눈 뜨게 되면서 이런저런 조언이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당시 유행하던 처세술 책과 자기 계발서를 꽤 많이 읽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얼마간 그런 독서가 지속된 이후에 더 이상 그런 책의 이야기들이 나에게 필요치 않다는 것을 느낀 시점부터 그런 류의 책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성격의 책은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것인지라 꽤 신선하고 색달랐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해서 뭐라고 정의 해야할까? 처세술과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반반씩 지니고 있기에 그 정의를 단칼에 내리기는 어려워보인다. 이 책을 읽을 때 처세술과 자기계발서의 성격 중 보다 중점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한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쪽으로 책을 정의 내리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딱히 한가지 장르라고 객관적으로 칼같이 구분 짓기엔 이 책이 가진 성격이 너무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패미니스트의 시각과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면 조금 난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남성들이 읽기엔 참 많이 불편한 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갓 패미니스트로 입문 했거나 패미니스트들의 입장과 그들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살짝 엿보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책의 첫장을 넘기고 이 책의 추천사와 작가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이 책의 성격이 섹스앤더시티에 극중인물인 캐리 브레드쇼에 킬럼과 비슷한 성격의 책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러나 점점 읽어가면서 내 처음짐작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중 캐리의 칼럼에서는 여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성과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 책은 그것보다 패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연애에 대한 경험담과 조언을 적은 것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스스로의 제목인 초콜렛 맛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달콤쌈싸름한 맛이 났다.  

오랜만이지만 간만에 읽은 남자는 초콜릿이다와 같은 장르의 책은 꽤 흥미로웠다. 한참 이런류의 책을 읽던 때의 내모습이 생각나기도 했고 그 시절의 내 감정들도 다시 살아났다.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이 한가지 있다. 모든 책들이 딱히 읽을 때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마음에 와닿는 시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내가 한참 이런류의 책을 필요로했던 시기에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여러가지 상념들에 취해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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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아카데미>, <새드일루전>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새드 일루전 - 내가 선택한 금지된 사랑 ㅣ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 2
스콜피오 리첼 미드 지음, 전은지 옮김 / 글담노블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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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뱀파이어 아카데미에서 알싸한 뒷맛을 남기며 이야기를 마무리한 후 3개월여의 시간이 흐른 시점에서 이 두번째 이야기 새드 일루전이 시작한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 두번째 책의 제목이다. 이 책의 원제는 Frostbite, 즉 동상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쉽게 다가오지 않는 동상이라는 단어는 버리고 한눈에 들어오는 새드 일루전이라는 영어 단어를 선택했다. 슬픈 환상과 동상이라는 얼핏보면 결코 닮아보이는 않는 이 두 제목은 이 책의 주인공 로즈에게 슬픔이 닥칠 것을 짙게 암시하며 서서히 그 이야기의 막이 올라간다.  

전작 뱀파이어 아카데미는 총 다섯권의 시리즈에 대한 출발점이였다. 그래서 소설속 세계와 처음만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이 선택한 세계의 설정에 대해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당연히 때때로 이야기가 좀 늘어지고 긴장감이 떨어지는 부분이 존재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새드 일루전부터는 이야기가 본 궤도에 올라 설정에 대한 설명이 전편에 비해 배제되다보니 이야기가 전편보다 스피드하며 긴장감 있게 진행된다. 한마디로 말해서 전편보다 더 재밌어졌다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들었던 점은 주인공 리사의 성장에 대한 것이였다. 전편의 리사는 무모하고 용감한 소녀였다. 제 아무리 17살의 아가씨라고 용감하게 소리쳐보아도 허세로만 가득찬 그녀의 모습은 철딱서니 없는 여느 철부지 십대와 다를바 없었다. 그래서 전편에선 이런 충동적인 로즈의 모습이 썩 마음에 들지 않았다. 만약 로즈의 우정과 사랑에 대한 마음이 진실함과 용기를 동반한 것이 아니였다면 난 진작에 이 로즈라는 "소녀"를 버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새드 일루전에서는 이런 로즈가 한단계 성장을 해서 비로소 진정한 한명의 성인이 되어가는 모습이 그려진다. 비록 여전히 다혈질이고 무모하지만 자제심이라는 미덕과 책임감을 배우고 다른 사람에 대한 진정한 배려심을 깨달아 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그녀의 변화는 포기하지 못했던 디미트리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희생하면서 다른 여인에게 떠나보내는 것과 자신의 이기심으로 헛된 기대를 품게한 메이슨에 대한 사과의 마음에서 서서히 드러난다. 그러나 로즈의 이런 변화는 그녀가 겪은 후회와 슬픔 위에 존재한다는 것 때문에 그런 로즈의 모습이 기특하면서 한편으로는 조금 안쓰러웠다. 

전반적으로 새드 일루전은 전편보다 재미가 배가 됐지만 여전히 눈에 거슬리는 점이 있다. 바로 스토리의 연결의 어색함이다. 이야기 전반에 깔아 둔 복선에 비해 후반 스토리 전개가 너무 어설펐다. 이야기의 후반에 납치당한 로즈일행이 탈출하기 위해 짜낸 아이디어는 그들이 납치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사용하는 것이 더 수월하고 효과적이 였을 것이다. 그런데 당시엔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가 며칠을 굶주리고 나서야 떠오르게 되다니. 모로이와 댐퍼의 지능지수는 그들이 그렇게 무시하는 인간보다 떨어지는 것일까? 무력과 마법을 가진 로즈 일행이 얼렁뚱땅 납치 당하는 장면은 너무 어설펐다라는 말외엔 설명할 길이 없을 정도다. 그들이 비록 17살이라지만 크리스마스가 갓 지난 시점이였으니 18살이라고 봐도 무방하다고 치면 한국나이로는 19살인 셈이다. 그런데 그런 사리분별과 꾀도 없다니. 물론 이 상황을 통해 로즈가 한단계 성장을 하게 되지만, 로즈의 성숙을 위해 선택한 에피소드라고 하기엔 이야기 간의 개연성이 떨어지는 무리수였다고 생각됐다. 

새드 일루전은 솔직히 말해서 전편에 이어 빅토르의 시커먼 야심에 대항하는 로즈와 친구들의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 진행일지 모르지만 그것이 보통 연작 소설들의 특징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야기가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아직 뒷편 새드 키스를 읽어보지 않아 뭐라 말은 못하겠지만 아마도 연작이라는 작품의 연계성을 생각해 볼 때 이번편에 나온 스트리고이들과 빅토르가 3편이후부터는 모슨 모종의 결의를 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하게 된다. 원래 권성징악이자 해피엔딩 스토리의 대미는 결국 악은 쇠한다 라는 만고불변의 주제를 담고 있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이제 고작 2편이고 아직 한 이야기보다 할 이야기가 더 많은 뱀파이어 아카데미 시리즈를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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