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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
정박미경 지음, 문홍진 그림 / 레드박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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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는 초콜릿이다. 왠지 낯간지러우면서 눈길을 끄는 제목이다. 여자를 달콤한 먹거리에 비교하며 성적인 요소를 은연중에 풍자한 책과 제목들은 많이 만나봤지만 그와 반대되는 상황의 제목은 처음이라 흥미롭기도 했다. 그래서 제목만 봐도 이 책이 무엇을 알하고자 하는지 짐작하기가 어렵지 않다. 게다가 표지에 친절하게도 정박미경의 B급 연애 탈출기라고 적혀있기까지 해서 이 책의 성격과 내용에 대해 오해하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대학에 갓 입학하고 나서 처음으로 세상에 대해 눈 뜨게 되면서 이런저런 조언이 필요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당시 유행하던 처세술 책과 자기 계발서를 꽤 많이 읽었던 경험이 있다. 하지만 얼마간 그런 독서가 지속된 이후에 더 이상 그런 책의 이야기들이 나에게 필요치 않다는 것을 느낀 시점부터 그런 류의 책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런 성격의 책은 정말 오랜만에 접하는 것인지라 꽤 신선하고 색달랐다. 

이 책의 성격에 대해서 뭐라고 정의 해야할까? 처세술과 자기계발서의 성격을 반반씩 지니고 있기에 그 정의를 단칼에 내리기는 어려워보인다. 이 책을 읽을 때 처세술과 자기계발서의 성격 중 보다 중점을 두고 공감대를 형성한 개개인의 취향에 맞는 쪽으로 책을 정의 내리는 것이 옳다고 느껴진다. 딱히 한가지 장르라고 객관적으로 칼같이 구분 짓기엔 이 책이 가진 성격이 너무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패미니스트의 시각과 입장에서 쓰여진 책이다. 그래서 그 분야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부족하다면 조금 난감할 수 도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제목에서도 느껴지듯이 남성들이 읽기엔 참 많이 불편한 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이제 갓 패미니스트로 입문 했거나 패미니스트들의 입장과 그들의 삶의 궁극적인 목표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삶과 가치관에 대해 살짝 엿보는 것을 원하는 사람들에겐 나쁘지 않은 선택으로 보인다. 

책의 첫장을 넘기고 이 책의 추천사와 작가의 들어가는 말을 읽으며 이 책의 성격이 섹스앤더시티에 극중인물인 캐리 브레드쇼에 킬럼과 비슷한 성격의 책이 아닐까 추측했다. 그러나 점점 읽어가면서 내 처음짐작과는 조금 다른 성격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극중 캐리의 칼럼에서는 여성이 세상을 살아가는 성과 사랑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이 책은 그것보다 패미니스트의 입장에서 연애에 대한 경험담과 조언을 적은 것이 주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스스로의 제목인 초콜렛 맛처럼 결코 가볍지 않은 달콤쌈싸름한 맛이 났다.  

오랜만이지만 간만에 읽은 남자는 초콜릿이다와 같은 장르의 책은 꽤 흥미로웠다. 한참 이런류의 책을 읽던 때의 내모습이 생각나기도 했고 그 시절의 내 감정들도 다시 살아났다. 요즘 느끼고 있는 것이 한가지 있다. 모든 책들이 딱히 읽을 때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더 마음에 와닿는 시기가 분명히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을 내가 한참 이런류의 책을 필요로했던 시기에 만났다면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런 여러가지 상념들에 취해 이 책의 마지막장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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