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호밀밭 > 그 남자 유쾌하다.
경찰서여, 안녕
김종광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그 사람의 하루를 들여다 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하루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시간이 하루나 이틀에 머무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사람들만큼은 어느 전쟁 소설 부럽지 않게 등장한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베럴즈'라는 영화는 2시간 정도의 시간에 20명의 등장인물을 효과적으로 배치해서 생동감과 재미를 주었었다. 이 소설도 마을 사람 전체, 부대, 경찰서 식구들, 한 학급의 아이들 등 떼거지로 등장하는 인물들이 예사롭지 않다. 이름 옆에 그 사람의 나이를 붙여 놓으니 그 두 가지 정보만으로 우리는 인물을 짐작하고 다 안 체를 할 수 있다.

첫 작품인 <경찰서여, 안녕>의 주인공 강수가 이 소설집에 나오는 인물 중 어린 편에 속한다. 요즘 작가들 소설 속 주인공은 20대 후반에서 30대 중반 정도로 굳어진 듯 하다. 사랑 이야기로 풀어도 좋은 나이고, 인생에 회의를 느껴 사춘기때마냥 방황하기도 좋은 나이가 딱 그 나이다. 그런데 이 소설 속 인물들의 나이는 다양하기 그지 없다. 특히 50, 60대의 소설 속에서는 모습이 가물가물하고 연속극에서는 주인공 엄마, 아빠로 등장하는 그들이 이 소설 속에서는 주인공도 되고, 주변 사람도 된다.

요즘 소설들은 찌개가 끓는 순간을 포착하여 섬세하게 보글보글 끓이는 묘사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찌개 불을 보다가 화닥닥 타오르는 감정이 생각나고, 두부를 썰며 물컹물컹한 울적한 기억을 더한곤 한다. 그러한 감수성에 때로는 열광하지만 때로는 옹심이 없는 팥죽을 먹은 것처럼 허전하다. 그 많은 묘사를 지나면 인생이 허무하다는 걸 아는 건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세상사라지만 소설이 너무 고요하게 고민만 하다가 끝날 때가 많다.

수다와 고요함이 공존하는 사회라지만 수다보다는 고요함에 초점을 맞춘 듯한 요즘 소설 속의 세계가 답답하게 느껴질 때도 많았다. 서울도 떠나 훌훌 털어버리는 듯한 시원시원하고 거칠 것 없는 문장들이 톡톡 튄다. 톡톡 튄다고 해서 콜라맛은 절대 아니다. 막걸리 맛이 더 연상되는 건 소박하고 질박한 그의 독특한 문체 때문이다. 섬세한 감수성에 가끔 질릴 때 입심 좋다는 작가들 소설을 읽으며 새로운 재미를 찾기도 한다. 이문구의 충청도 사투리나 명랑작가라는 성석제의 소설들도 좋았지만 김종광의 입심도 거기에 뒤지지 않는다. 충청도 사투리가 착착 붙는 느낌도 재미있다.

가장 좋았던 작품은 '전당포를 찾아서'이다. 사람들 시점이 계속 옮겨가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다른 얘기지만 덴젤 워싱턴의 영화 '다크 엔젤'에서 악령을 잡아낸 카메라가 생각난다. 좁은 경찰서 안을 사람들이 부딪치거나 악수할 때마다 몸이 없는 악령이 이 사람 저 사람 몸으로 옮겨 다니는데 관객들은 악령의 눈으로 경찰서 안을 들여다 본다. 계속 다른 얼굴로 바뀌는 사람들과 술렁이는 분위기를 카메라가 훑고 지나가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 소설 속에서는 조용히 장소의 이동에 따라 만나는 사람들의 눈에 비친 무현이의 하루가 차분하게 비쳐진다. 그 영화가 떠오른 건 눈이라는 게 자기 자신의 전체적인 모습보다는 남의 눈에 비쳐져서 인식되고 기억되는 것이라는 것이라는 것이다. 잘 해 주고 싶은 후배, 보살펴야 할 남자 친구, 어리버리한 놈으로 다르게 보여지는 무현이의 하루가 기억에 남는다.

군대나 경찰이 많이 등장하고, 농촌 모습이 등장하지만 직업이나 그 사람이 있는 장소가 양념이 아닌 소설의 기본 터전을 마련하고 있다는 점도 다른 소설과는 달랐다. 사람마다 사연 없는 사람 없다고 자잘하지만 소박하고 당연한 사연들을 줄줄이 이야기하는 것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에피소드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뼈대가 튼튼하고 그 뼈대에 붙은 살이라 할 수 있는 작가의 내공도 깊다.

모든 이야기가 다 잘 읽히고 공감이 가지는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익살스럽고 생명력 있다. 무엇보다 팔팔 뛰는 듯한 의욕이 느껴지는 이야기들이 많아 좋았다. 작가의 다음 작품 <모내기 블루스>도 읽어야지 기약하며 작가의 첫 소설책 낸 걸 지두 많이많이 축하드려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전출처 : 호밀밭 > 여자, 정혜

<여자, 정혜>는 건조한 영화이다. 재미를 주거나 눈물을 흘리게 하거나 그렇다고 어떤 추억을 되살리거나 하지 않는다. 영화를 보고 나서 무엇을 먹고 싶어졌다거나 어딘가를 가고 싶다거나 그런 느낌이 드는 영화도 아니었다. 음악이 떠오르거나 대사가 떠오르거나 한 장면을 곱씹어서 보게 되는 영화도 아니다.

정혜는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표정도 없고, 혼자 산다. 이런 정혜의 모습은 조경란이나 강영숙, 윤성희의 소설 속에서 많이 보아왔던 여자이다. 조용한 나날을 보내는 소설 속의 그녀들의 모습 속에는 상처가 있다. 가족에 대한 짐, 떠난 애인에 대한 원망, 경제적인 불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하루하루에 대한 절망, 정혜는 그 여자들을 닮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형체가 없던 그녀들과 달리 형체를 가지고 있다. 화면 속에서 유독 자주 클로즈업되는 정혜는 소설 속에서 만나는 그녀들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생동감이 없고 어떤 면에서는 생생하다.

이 영화 속에는 음악이 거의 없다. 아주 가끔 음악이 간간이 흐를 뿐이다. 나오는 배경음은 모두 텔레비전 소리이거나 라디오 소리이다. 정혜가 틀어 놓는 텔레비전 채널은 대부분 홈쇼핑 채널이다. 약간은 과장된 쇼핑 호스트들의 만담식 주고받음은 친절하게는 들리지만 친절한 만큼 속은 공허하다. 정혜의 알람 시계의 울림이 영화 속에서 가장 요란한 소리였고, 호프집에서 싸우는 취객의 소리가 약간 시끄러웠을 뿐 고요하게 영화 한 편이 끝난다.

정혜의 직업은 우편취급소 직원이다. 그녀는 끊임없이 우편물이 들어오는 우편취급소에서 바쁜 하루하루를 보낸다.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며 치킨을 먹기도 한다. 정혜는 화초에 정성껏 물을 주고 동네를 헤매는 어린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돌본다. 화초와 애완동물은 끊임없이 마음을 쏟아야만 하는 공통점이 있다. 정혜의 마음이 닿을 곳이 세상에 아주 없지는 않은 것이다.

정혜는 세상 속에 있으면 하나도 돋보이거나 다르게 보이지 않을 평범한 여자이다. 하지만 관객들은 그녀의 하루를 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살아온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영화 속에서 본다. 하루종일 따라다녀도 늘 똑같을 것만 같은 정혜의 일상은 조금씩 관객의 마음과 다르게 움직인다. 구두 가게에 들어가서 느끼는 그녀의 불안, 잘 모르는 남자를 집에 초대하는 대담함, 호프집에서 만난 청년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엉뚱함이 쌓이면서 정혜는 영화 초반과 조금 다른 여자가 된다.

어떤 면에서 생각하면 정혜의 삶이 꼭 지루하기만 한 건 아니다. 그녀는 화초를 키우고 고양이를 키우고 누군가에게 말을 걸고 싶어하니까. 늘 똑같은 하루하루를 보낸다고 그 사람이 참 딱하다고, 그 사람의 인생이 지루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누구나 인생을 사는 방법은 다른 거다. 남의 눈에 보여지는 인생과 자신이 느끼는 인생은 다른 거니까, 정혜의 삶을 무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이 영화는 외로움에 대한 영화는 아니다. 한 인간, 한 여자의 상처에 대한 영화이다. 상처를 받았지만 치유는 하지 못한 묵은 상처에 대한 영화이다. 어쩐지 소소한 일상이나 평범한 하루나 상처 받은 여자라는 설정이 다 상투적으로 느껴질 때도 있다. 누군들 상처가 없을까마는 그네들 상처만 보름달만한 것은 아닌데 왜 이렇게 세상에 문을 닫아걸고 살까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상처는 상처이다. 초승달만하건 보름달만하건 상처를 치유하지 않으면 그 달빛이 상처를 비출 것이다. 희미한 달빛에도 놀라서 움츠려드는 게 상처받은 사람의 심리다. 홈쇼핑 채널 속 뻔한 말과도 같은 친절한 말 한마디, 번드르르한 말 한 마디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사실 누구도 정혜의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나도 감독도 배우도 알 수 없는 마음이 정혜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영화는 건조하면서도 담백한 느낌이 있다. 자극도 없고, 울림도 크지 않지만 신나게 웃고 나오거나 눈물 한 방울 흘리고 나온 것보다 여운이 있다. 하지만 정혜의 고독에는 상투성이 있다. 액션 영화나 로맨틱 코미디에만 상투성이 있는 건 아니다. 이런 영화 속에서 만나는 그 고독과 상처도 이제는 조금은 지루해진다. 내가 살고 있는 인생도 지루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영화 속에서 만나는 주인공도 지루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조금은 답답할 수밖에.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가 있다.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달라진 것 없을 것 같은 빨래를 널은 풍경 속에서, 빨래는 햇빛과 바람을 받으며 저도 모르게 말라가고 있다. 잘 펴서 널지 않으면 구김까지 선명하게 마르는 빨래가 있다. 사람들의 저마다의 삶도 빨래처럼 조용히 말라 간다. 구김은 구김대로 마르고 얼룩은 지워지지 않은 채로 마른다. 어느 날은 햇빛에 바싹 마르겠지만 어느 날은 조금은 축축할 것이다. 상처도 고독도 빨랫줄에 매달린 빨래처럼 말리면 좋을 것 같다. 조금 구김이 가더라도 얼룩이 남더라도 드러내 놓고 말려야 하지 않을까. 옷장 속에 젖은 빨래를 넣어 둔다고 마르는 건 아니다. 냄새만 나고 옷만 상할 뿐.

<여자, 정혜>는 11월을 닮은 영화이다. 둘이 있는데도 쓸쓸해 보이는 건 11이라는 숫자뿐이다. 1과 1은 서로를 바라보거나 등을 돌리고 있을 뿐, 서로 간격을 좁히지 못한다. 정혜는 사람들과 있어도, 혼자 있어도 쓸쓸해 보인다. <여자, 정혜>는 찬바람이 느껴지지만 아직 겨울옷을 꺼내지 못한 11월을 닮은 영화다. 정혜의 인생에도 따뜻한 3월이 찾아오면 좋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호밀밭 > 초코파이, 얼룩말, 말아톤



연휴에 본 <말아톤>은 따뜻한 영화였다. 관객들은 다 알고 있다. 이 영화가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마지막에 어떤 감동을 줄 것인지. 관객이 다 알고 있는 스토리임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을 흐뭇하게 하는 영화가 <말아톤>이다. 자폐 청년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이야기는 한 줄로 줄거리를 이야기할 수 있는 단순 명쾌한 영화이다. 예전에 어떤 감독이 줄거리를 한 줄로 이야기할 수 있어야 흥행이 된다고 했었다. 그런 의미에서 말아톤은 흥행의 요소를 갖춘 셈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왠지 상업성과는 상관없는 잔잔한 감동이 있다. 어머니와 아들로 분한 김미숙과 조승우의 연기는 근사했고 영화는 따뜻했다.

1. 초코파이
초코파이는 참 특별한 파이이다. 빅파이도 오예스도 몽쉘통통도 따라가지 못한 경지에 초코파이가 올라가 있다. 초코파이에 촛불 꽂고 케이크처럼 후 불어 본 추억을 가진 사람은 많다. 냉장고에 초코파이를 넣어 두면 더 맛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도 많다. 초코파이 포장지가 바뀌었지만 예전의 그 투명한 초코파이 포장만이 진정한 초코파이라고 믿는 사람도 많다. 아는 한자가 많지 않지만 초코파이 상자에 적힌 情을 읽을 수 있는 사람도 많다. 군인들의 간식으로 시대를 초월해서 사랑 받는 초코파이는 영화 속에도 가끔 등장한다. <집으로>와 <말아톤>과 같이 양념이 많이 들어가지 않은 소박한 영화 속에서 만나는 초코파이는 참 친근해 보인다.

20살 자폐 청년 초원이는 초코파이를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초원이는 초코파이를 쌓아 놓고 살았다. 어린 초원이를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엄마는 초코파이를 손에 쥐었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는 초원이를 움직이게 한 건 엄마 손에 쥐어진 초코파이였다. 하지만 세상 속에서 건강하게 한 발 한 발 뛰어가는 초원이에게 더 이상의 초코파이는 필요하지 않았다. 모든 사람에게 초코파이가 추억이 되듯이 초원이에게도 초코파이가 추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초코파이가 특별한 이유는 초코와 파이의 달콤한 만남 때문이다. 바나나 파이나 초코볼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달콤함과 촉촉함이 초코파이라는 단어 속에 있다. 초코파이가 처음 나왔을 때는 초콜릿과 파이는 지금보다는 특별한 것이었다. 그렇게 특별한 것을 합쳐 놓았으니 더 특별할 수밖에. 지금이야 흔한 것이 초콜릿이요, 파이지만 추억의 힘은 무서운 것이고, 초코파이는 사람들 마음 속에 작은 추억을 남겨 주었다.

2. 얼룩말
쉘 실버스타인이 쓴 얼룩말에 대한 시가 있다.

얼룩말의 질문

내가 얼룩말에게 물었다.

넌 검은 바탕에 흰 줄이 쳐진 거니?
흰 바탕에 검은 줄이 쳐진 거니?
얼룩말이 나에게 물었다.
넌 버릇이 나쁜 좋은 애니?
버릇이 좋은 나쁜 애니?
시끄럽게 조용하니?
넌 슬프게 행복하니?
행복하게 슬프니?
넌 지저분하게 깔끔하니?
깔끔하게 지저분하니?
어쩌구 저쩌구
지지구 볶구..
다시는 얼룩말에게 뭘 물어보나 봐라!

- 쉘 실버스타인 -

얼룩말하면 얼룩무늬와 이 시가 생각난다. 뛰어다니는 얼룩말 대신 동물원에 갇힌 얼룩말이 생각나고, 늘씬한 얼룩말의 몸매 대신 얼룩무늬 옷이 생각난다. 그래서 얼룩말은 슬픈 짐승이다. 하지만 동물원에서 만나는 얼룩말은 멋지다. 사람 속마음이 하얗고도 검다고 하지만 드러낼 수는 없다. 그렇게 드러내 놓고 하얀색과 검은색이 섞여 있는 얼룩말은 솔직하고 당당해 보인다.
초원이의 눈에도 얼룩말이 들어온다. 엄마가 놀이공원에서 초원이의 손을 놓았을 때 초원이는 얼룩말을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찾으러 올 때까지 얼룩말을 보고 있었을 것이다. 초원이가 좋아하는 얼룩말은 세상 속에도 있다. 여자들의 핸드백이나 치마 속에 있는 얼룩무늬로 초원이의 눈에 띄는 것이다. 얼룩말도 동물원을 빠져나가서 초원을 달리고 싶을 것이고, 초원이도 얼룩말처럼 초원을 뛰면서 남과 다르지 않은 자신을 느끼고 싶을 것이다.

3. 말아톤
흔히 마라톤을 인간 승리라고 한다. 42.195킬로미터를 뛰는 것, 아무리 생각해도 무모한 일이다. 하지만 모두 다 뛸 수 있는 거리가 아니기에 뛰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마음이 뭉클해지곤 한다. 초원이는 매일매일 그림일기를 쓰면서 오늘의 착한 일과 내일 할 일을 쓴다. 춘천 마라톤 대회 전날 초원이가 쓴 내일의 할 일은 바로 '말아톤'이었다. 그건 그냥 말아톤이 아니다. 내가 볼 때는 평범한 사람이 내일 할 일에 우주 여행, 해저 탐사라고 쓰는 것과 맞먹는 아득하고 대단한 일이다. 초원이는 운동장을 100바퀴 돌은 적은 있지만 마라톤을 완주한 적은 없었으니까. 그런 초원이가 호들갑스럽지 않게 얌전한 글씨로 '말아톤'이라고 쓴 것이다.

4. 영화
영화는 참 담백하고 소박하다. 그리고 흔한 말이지만 감동이 있다. 김미숙이 아름답고, 조승우가 멋지고, 영화는 따뜻하다. 이 영화 속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는 초원이에게 의사가 물어보는 말이다. 자기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어린 초원이에게 "엄마가 아파서 누워 계시면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라고 묻는다. 그 대사를 들으며 생각했다. 사람은 보통 기쁘고 슬프고 화가 나고 겁이 나는구나. <말아톤>을 보면서 좋은 영화를 보아서 기뻤고, 조금 슬프기도 했는데 그건 슬픈 게 아니라 감동을 받은 거였다. 화가 나기도 했는데 생각해 보면 영화 보다가 다른 생각이 문득 들어 화가 난 거였고, 겁은 나지 않았는데 생각해 보니까 부모님보다 오래 살게 될 내 모습에 조금 겁이 나기도 했다.

기쁠까, 슬플까, 화가 날까, 겁이 날까. 아마 초원이는 그 감정의 선을 확실히 모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는 가슴이 콩닥콩닥, 혹은 벌렁벌렁 뛰는 것을 안다. 그리고 42.195킬로미터를 달려 보았다. 그건 이 세계에서 저 세계로 뛰어가는 것과 같다. 남들이 모르는 그 숫자 속 세상을 아는 초원이니까 아마 행복한 세상살기가 가능할 것이다. 기쁘고, 슬프고, 화가 나고, 겁이 나더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호밀밭 > 하나와 앨리스

이와이 순지 감독, '순'이라는 글자 때문일까. 그는 순정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 같다.
순수도 좋고, 순정도 좋고, 그리고 순지도 좋다.
내 취향이나 감성은 너무나 변덕스럽지만 가끔 뽀시시한 느낌의 소녀 취향의 감성이 좋을 때가 있다.
레이스 달린 치마는 물론이고, 치마도 없는 내가 소녀 취향의 감성이 있다는 건 신기하지만 생각해 보면 소녀 취향은 레이스 달린 치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누구나 예쁘고 햇살 환하게 내리고 꽃 날리는 영상을 거부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사실 공포 영화를 좋아하고, 연쇄 살인 사건이 일어나는 현장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지만 한편으로는 눈 속을 뛰어가 오겡끼 데스까를 외치는 감수성도 좋아한다.

하나와 앨리스
두 주인공 이름이 일본과 어울리지 않아 놀랐다. 하나는 우리 나라 이름이고, 앨리스는 서양 이름인데 싶어서 의문이 들었다. 왜 이 아이들은 하나꼬나 구미꼬가 아니지?

단짝 친구인 두 아이들의 다정한 모습을 보여 준 초반 5분은 꽤 예쁘다. 하나도 예쁘지만 앨리스는 맑고 투명한 느낌이라 더욱 예쁘다.
이 영화의 소재는 사랑, 우정, 성장, 가족 등등을 섞은 듯하다. 사랑이 가장 큰 소재일 수 있겠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하나는 오래전부터 좋아하던 선배를 뒤따라가다가 그 선배가 문에 부딪치는 순간을 지켜본다. 그리고 깨어난 선배에게 선배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는데 기억하지 못하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 남자 아이는 하나의 거짓말을 믿게 되고 자신이 기억상실증에 걸렸다고 생각한다. 만화 속의 한 장면 같지만 이 거짓말이 통해야 다음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리고 하나의 거짓말이 들킬 위기에 처하자 하나는 앨리스는 선배의 옛날 여자 친구라며 거짓말을 보탠다.
남자 아이는 졸지에 옛날 여자 친구와 현재의 여자 친구가 생긴 것이다. 그가 아주 잠깐 문에 부딪쳤던 순간에 그 모든 기억을 잃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의 마음은 하나가 아니라 앨리스를 향한다.
뭐 이런 사랑 이야기도 나름대로 짜릿하고 귀여운 느낌은 있지만 영화는 사랑 이야기보다는 앨리스의 표정이나 동작을 섬세하게 보여 준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하나와 앨리스가 아니라 앨리스다. 발 디딜 틈도 없이 어질러진 앨리스의 집에서도 그녀는 말끔해 보이고, 케이크를 가득 입에 물었을 때에도 뾰로통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앨리스 외에 또다른 주인공을 꼽으라면 햇살을 꼽겠다. 햇살은 앨리스의 뒤를 계속 따라다닌다. 그녀가 걸을 때도 카페에 앉아 있을 때에도 발레를 할 때도 언제나 따라다녀서 화면을 환하게 해 준다. 이 아이는 꼭 햇살 나라의 앨리스 같다.

<러브 레터>도 그렇고 <4월 이야기>도 그렇고 이 영화도 그렇고 참 예쁘다. 눈 내리고, 벚꽃이 휘날리고, 햇살이 따라다니는 영상이 흔한 듯해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풋풋한 첫사랑의 감정을 수줍게 잘 끄집어 낸 이야기들이라 어찌 보면 나에게는 판타지 무비같다.

그러고 보니 너무 어린 감수성이다. 여리기도 하고, 아직 이런 감수성을 이해 못할 나이가 아니라는 점은 다행이지만 이와이 순지가 어려지고 있다는 건 좋은 징조는 아니다. <러브 레터>를 보았을 때 그가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 가길 바랐었는데 그는 회춘하고 있는 것이다. 그와 반대로 나는 1년에 2살은 먹는 것 같다. 작가들도 감독들도 나를 배반하고 자꾸만 어려지고 있다. 그러고 보니 이제 더 이상 내가 좋아하는 모카 케이크 같이 묵직한 느낌의 케이크를 사람들은 좋아하지 않는다. 치즈 케이크나 무스 케이크나 그런 케이크가 요즘 감성에 맞나 보다.
너무 부드럽기만 해서 먹고 나면 살이 찔 것 같은 치즈 케이크 같은 영화지만 먹는 순간의 달콤함이 매력적이다. 하지만 뭔가 더 얹어 있기를 바라는 마음, 그래서 나는 아직도 고전적인 뭔가 잔뜩 얹어진 케이크를 좋아하나 보다.

하나와 앨리스, 영화가 좀 길었지만 그런대로 좋았다. 앨리스가 예쁘고, 남자 주인공 이름은 생각 안 나지만 앨리스가 마크라고 불렀던 그 아이도 괜찮다. 꽃미남은 사회에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하나도 나쁘지 않다. 이 영화에는 히로스에 료코와 다른 남자 배우도 카메오로 나온다. 아톰도 잠시 등장해 주어서 반가웠다.
예쁜 케이크 같은 영화, 착하고 예쁘게 살라는 이야기인 듯하다. 완벽한 순정 영화. 서랍 속에 간직하고 있다가 꺼내 보면 좋을 것 같은 영화, 예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전출처 : motoven > 이집트의 왕자


 


출애굽 이야기를 너무나도 성서에 기초를 해서 만든
드림웍스의 애니매이션.

너무나도 장대하고 聖스러운 애니매이션이라,
보는 내내 감동하면서 감상했었던 애니매이션의 대작!

뮤지컬이라 해도 손색 없을 정도로 음악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머라이어 캐리와 휘트니 휴스턴이 듀엣을 한다고 떠들썩했던,
다각도에서 음악이 주목 받았던 영화!

특히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이스라엘 가수 오프라 하자를
알게 되어 너무 너무 기뻤다는..^^

언젠가는 꼭 이집트에 가보고 싶게끔 더욱더 부채질을 해주었던
꿈과 희망과 용기를 주는 나의 베스트 애니매이션.


감독 : Brenda Chapman, Stephen Hickner, Simon Wells
배우 : Val Kilmer, Ralph Fiennes, Michelle Pfeiffer, Sandra Bullock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